스타 이즈 본(2018)
I just want to take another look at you.
“그냥 너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어.”
이 대사는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튀어나온다.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잭슨이 처음 만난 앨리에게 던진 말이다.
그런데 어쩐지 이 한마디가 오래 남는다.
단순한 감탄이나 작업 멘트처럼 들리다가도, 나중에 이 말이 다시 등장할 때면 마음이 털썩 내려앉는다.
사랑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그 모든 마음이 이 말에 담겨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그 말을 들으며 한 사람을 떠올렸다.
아내.
그리고 그날 밤, 이 영화를 함께 본 이유도 떠올랐다.
아내가 말했다.
“이거, 내 인생 영화야. 진짜 한번 봐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 이즈 본.
제목만 들었을 땐 뭔가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이야기겠거니 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고, 성공하고, 환호받고.
그런 클리셰.
그런데 보기 시작한 지 30분도 안 돼서 깨달았다.
이건 단지 ‘스타가 탄생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아프고, 훨씬 조용하며, 훨씬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잭슨은 한때 모든 걸 가졌던 사람이었다.
무대 위에서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고, 음악으로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이명, 알코올, 약물, 그리고 외로움.
그런 그가 어느 날, 한 무명 가수 앨리를 만난다.
처음에는 화장실에서 눈썹 그리던 그녀가, 다음 장면에선 눈부시게 노래를 한다.
그 장면은 정말이지 영화보다 현실 같았다.
이 사람이 진짜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
잭슨은 그녀를 무대 위로 올린다.
그리고 앨리는 빛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거기서부터다.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점점 그늘로 물러나는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더 멀리, 더 높이 가는 걸 지켜보는 이야기.
영화를 보다 말고, 문득 나 자신을 떠올렸다.
언제부턴가 나도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동시에 움츠러드는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승진했다는 소식에 “잘됐다!”라고 말하면서, 왜 나는 제자리인가 싶었던 날.
동료가 발표에서 박수를 받는 걸 보며, 나는 왜 이렇게 자신 없나 하고 작아졌던 순간들.
그리고 아내가 일을 열심히 그리고 바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며
괜히 나는 쓸모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밤.
우리는 보통 사랑은 함께 빛나는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말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그 일이 때로는 너무 외롭고, 너무 조용하게 사라지는 일일 수 있다고.
잭슨은 끝내 무대에서 사라진다.
사람들은 앨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앨리는 그가 남긴 마지막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는 다름 아닌, 잭슨이 그녀를 위해 만든 노래다.
영화가 끝난 뒤, 아내는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잭슨이 너무 슬펐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앨리일까, 잭슨일까.
혹은 때로는 앨리이기도 하고, 때로는 잭슨이기도 한 걸까.
사랑 속에서 빛나는 사람도, 그림자가 되는 사람도
결국은 한순간에 공존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누군가를 응원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큰 용기다.
그리고 그 응원을, 누군가는 평생 잊지 못한다.
영화를 다 보고 침대에 누웠을 때,
나는 그 대사가 다시 떠올랐다.
“그냥 너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어.”
I just want to take another look at you.
사랑이란 결국,
가장 처음 바라보던 그 사람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지는 마음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