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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통 Apr 23. 2018

'대기업 대리'에서
‘빼박' 백수 아재

서른다섯 백수 아재의 명함

적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히.

내가 느낀 직장과 청춘에 대해서.

그것이 때론 불편한 이야기 일지라도






빼도 박도 못 하고


2018년 무술년도 어느덧 2분기를 넘었고,  

나는 올해 나이로 서른다섯, 삼십 대 중반에 접어들고 말았다. 

남들이 말하는 ‘빼박’ 아재라고 할 수 있겠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는 것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싶으시겠지만, 

정말 새삼스런 대목은 이 나이에 퇴사자가 되었다는 부분이다. 


우리 엄마의 말을 빌리자면,


말이 ‘퇴사자’ 고, 그냥 ‘백수’ 지 뭐.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퇴사를 선택한 지 10개월이 흘렀고, 

1년 만에 ‘대기업 대리’에서 ‘백수 아재’로 명함이 바뀌어 버린 지금, 

옛 명함에 쌓여가는 먼지만큼이나 세월의 흐름은 더욱 덧없이 다가온다. 



유충이 변태를 통해 성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더 늦기 전에 변태를 해야겠다며 뛰쳐나온 나의 모습은,  

되려 나비에서 번데기로 뒤바뀐 것처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듯한 어리석음으로 비칠지도. 




그만큼 ‘35’란 숫자는 나에게 굉장히 큰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이랄까 




그 숫자를 채워오면서 돌이켜보면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온 것 같다. 

‘쉴 새 없이’라는 표현보단 ‘고민할 새 없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초중고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했고, 군대 전역과 함께 칼 복학, 

그리고 대학교 4학년 취업반 시절 운 좋게 대기업에 취업하여, 

그렇게 7년 5개월 간 숫자를 채웠다. 



‘길지 않은 내 인생에 가장 후회가 되는 점은, 남들 다하는 어학연수는 둘째 치고, 

대학 시절 1년 휴학조차 안 해본 것’


이라는 나의 넋두리가, 누군가에게는 ‘요즘 같은 취업난에 복에 겨운 소리하고 앉아있다’고 느껴질지도. 




그래서 복에 겨운 백수 아재는 요즘 뭘 하고 있냐고? 




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어디로 가고자 하는 가. 

지금까지 이렇게 오롯이 나에게만 쏟아붓는 시간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나는 쉬지 않고 그냥 ‘흘러’ 왔을 뿐이다. 남들 무리에 섞여서. 


고3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 및 학과에 흘러갔고, 수 십장 뿌린 입사원서의 등락에 따라 회사로 흘러갔으며, 별 다른 고민 없이 직업이 생겼다. 

누군가 나에게 공대를 진학한 이유, 회사를 선택한 이유 등 ‘네가 지나온 길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아라’라고 문제를 냈을 때, 나는 정답도 모르겠거니와 별로 쓸 말도 없더라. 


사실 그렇게 흘러온 길이 운 좋게 남들보다 빠른 자리에 올라갔을 때, 나 스스로 도취된 적도 있었지만. 


별 다른 고민 없이 지내온 번데기는 어떠한 형태의 나비로 변태한 후, 

이 것이 과연 내가 원한 모습이 맞는가에 대한 뒤늦은 고민에 빠지게 되고, 

결국 ‘흘러온 그 길은 결코 지름길이 아니었구나’ 하는 괴리감에 괴로워했다.


도대체 왜 난 행복할 수 없을까 라는 술주정을 하면서 말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보니,
고민 또는 걱정해야 할 일 투성이더라


당장 외출 전에 오늘의 미세먼지는 어느 정도인지 걱정해야 하고, 출근과 동시에 오늘 점심은 뭘 먹어야 하나 고민이다. 이런 사소한 일상은 물론 공부, 대학, 돈, 회사, 집 등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나는 퇴사를 한 지금도 돈벌이 및 현재 운영 중인 팟캐스트, 글쓰기 등 벌려놓은 일에 대해서 고민이고,

이 것이 후에 또 다른 고민을 낳게 되지 않을까 고민이다. 


무엇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행복할까’ 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고. 


진작에 대학 때 1년만이라도 이러한 고민의 시간을 보냈었다면, 

지금쯤 나는 어떤 나비가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이제라도 이러고 앉았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너무 늦었다고 해야 할까? 



근데 결과론적인 이야기 해봐야 뭐 하겠는가.  


지나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나는 이미 빼박 백수 아재가 되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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