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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통 Aug 28. 2018

그들의 점심시간과 나의 점‘쉼’시간

직장에서 허락된 점심시간 한 시간의 여유

적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히.

내가 느낀 직장과 청춘에 대해서.

그것이 때론 불편한 이야기 일지라도






문득 TV 채널을 돌리는데 


굉장히 익숙한 식당의 모습에 채널을 멈췄다.

MBC에서 방영 중인 ‘구내식당 – 남의 회사 유랑기’라는 프로였는데, 내가 다녔던 회사의 그곳이 나오더라

TV로나마 간간히 스치는 전 직장 동료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고, 


‘아~ 아직 저곳에서 잘 살아남아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자 분께는 죄송하지만, 방송은 그다지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 참으로 7년 반 동안 점심 한 끼 잘 때웠다.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가는 직장 생활에서 허락된 점심시간 한 시간의 여유는 정말 귀중했다

이미 10분 전부터 키보드 위 손가락과 달리 마음은 저기 엘리베이터를 잡고 있었고, 1분도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며 분단위로 쪼개고 쪼개서 활용했다.

 

무심한 시계는 얼마나 빨리 가던지, 

근처 식당으로 나가서 먹기라도 하는 날엔 말 다 했지.


후식으로 산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성화봉송하듯 뛰어들어 오거나, 주문한 음식이 늦게 나오기라도 하면 반도 먹지 못 하고 숟가락을 내려놓기도 했다.

 

행여나 오전 회의가 길어지기라도 하면, 30분이나 되려나. 그럴 때면 막내들은 급하게 햄버거나 김밥 등의 분식을 사 오느라 분주했고, 심지어 ‘점심을 먹으면서 회의하자!’ 라며 도시락이 배분되었던 ‘런치 미팅’이란 것은 도대체 뭐 하자는 플레인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뭐랄까. 달리기 선수가 밥을 들고 먹으면서 달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소화와 업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곤 했더랬다.

 



그저 칼로리를 섭취하는 행위 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다만, 나에겐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1시간이었다. 

사무실에서의 감정노동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는 도피처 같은 것이랄까. 그 시간 만이라도 철저하게 직장과 나를 분리하고 싶었고, 그렇게 오후에 다가올 태풍을 또 준비하는 거지.

 

지극히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나지만,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 보며 혼밥을 즐겼고, 혼자 음악을 듣거나 불 꺼진 회의실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점심시간 불 꺼진 회의실은 문을 함부로 벌컥벌컥 열면 안 된다. 벌집 속 방마다 애벌레가 들어가 있듯, 잠시 회사에 안녕을 선언한 직원들이 있으니까.

 

내가 직접 실험을 해본 결과, 

45분간 눈을 붙이고 있다가, 남은 15분간 후딱 밥을 먹고 돌아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하였다. (음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입니다)

 



허나 윗분들은 그 ‘안녕’이 탐탁지 않으셨나 보다. 



항상 전체로 식사하길 원하셨고, 큰 소리로 “밥 먹으러 갈 사람?!”이라며 점심시간의 시작을 알렸다. 뭔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부하 직원들의 소리 없는 눈치게임은 시작된다. 걸리면 가는 거지 뭐. (물론 앞다퉈 따라가는 분들도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생략하련다.)

 

점심시간을 혼자 보내려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고, 계속되는 나의 ‘일탈’에 점심시간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거든, 퇴근 후 얼마든지 갖도록 해라’ 

라는 명언을 날리기도 하셨다. 언제나 식사 중 즐거운 업무 이야기로 소화를 도운 것은 덤이고.

 



돌이켜보면 



나의 점심시간과 그들의 점심시간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싶다. 

직장 내에서 회사와 나를 분리하려고 했던 것이 애초에 모순된 건가, 또는 밥 먹는 것 이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려 했던 내가 미련한 것일까, 

아니면 그분들의 말씀처럼 그런 건 퇴근 후에 찾아야 했던 것 일까.

 


나는 그저 점심시간 보단 점‘쉼’시간이 필요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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