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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통 Apr 04. 2018

'퇴사'라는 유행을 좇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적고 있습니다. 

누구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덤덤히.

내가 느낀 직장과 청춘에 대해서.

그것이 때론 불편한 이야기 일지라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좋다고 했다. 

봄, 가을은 갈수록 없어져, 여름과 겨울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서일까? 우린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 


올봄 패션 트렌드는? 올 가을 유행하는 컬러는 무엇인가?


얼마 전까지 너도 나도 스키니 팬츠를 입기 위해 체중 조절에 힘을 기울였다면, 이젠 되려 와이드 팬츠에 영향으로 딱 붙는 바지는 촌스러워 보이는 정도이니. 

뭐랄까, 유행에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지는 사람 같고, 일단 앞뒤 볼 거 없이 따라가야 할 것 같은.


직장이라는 곳 역시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고,

얼마 전부터 사회적으로 유행을 일으킨 키워드는 '퇴사'이다.




저는 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별은 5개의 모퉁이가 각 져있는 것이 매력이잖아요? 근데 회사를 다니면서 점점 모서리가 깎이는 느낌이었어요. 점점 네모 반듯한 정육면체로 빚어져서 수많은 네모들과 똑같이 돼가는 것. 회사가 원하는 방향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죠.’ 


이는 필자가 지난 1월 EBS 다큐 시선 ‘퇴사하고 오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했던 이야기다. 그 프로그램에선 현시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직장이라는 조직 생활, 그리고 그 들이 원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가 되었고, 덕분에 카레남, 소맥남, 한강남 등 다양한 별명을 얻고야 말았다. 

방송을 보신 어머니께선 “아들, 카레가 그렇게 지겨웠니?”라고 물으시기도. 




그렇다. 나는 퇴사자다.


그것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회사 간판, 남 부럽지 않은 연봉, 다양한 복지, 부모님의 사랑스러운 눈빛 등을 누리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기업을 다녔다. 


호모 고시우패스, 호모 스펙타쿠스 등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웃픈 신조어들이 즐비하며, 청년 실업률은 결국 2017년 12월 최고치를 경신해버린 이런 세상에, 나는 지난 2017년 6월, 7년 5개월 간 잘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백수’라는 네안데르탈인 그 이상의 다른 어떤 것으로 진화를 하게 되었다. 


나의 퇴사 소식을 접한 주위의 반응은 극명하게 두 분류로 나뉜다. 


'비 직장인'과 '직장인'. 


첫 번째로 '비 직장인'들의 경우, 퇴사 자체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힘들게 들어간 대기업을 왜 퇴사했냐, 배가 불렀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나이에 결혼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대체 생각이 있는 거냐 등, 철없는 '어른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한다. 


두 번째로 '직장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메시지는 다음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부럽다





우리네 직장 생활 정말 쉽지 않다. 

매일매일 전쟁 같은 사무실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각종 업무 기획 및 진행, 성과, 보고, 고과, 경쟁, 아첨, 시기, 질투, 정치, 회식, 쌰바쌰바(?) 등 무수한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나 역시 그 암초들로부터 2년 연속 대리 진급 누락을 당하고 말았지만.

  

나는 직장인 전문 공감 방송이라는 모토로 팟캐스트 ‘직장인의 난’을 4년째 진행해오면서, 수많은 직무, 직종의 직장인들을 만났고,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고민거리에 대해서 같이 공감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많은 사례와 주제는 역시 ‘그것’이다.  


“회사 짜증 나서 못 다니겠어요, 당장 때려치울래요, 퇴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장인들은 항상 퇴사를 꿈꾼다



안갯속 나의 미래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어렴풋이나마 언젠간 내게 다가올 '퇴사'라는 것을 그려보고자 한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나는 오늘도 출근할 때, 정장 안주머니에 두 가지를 챙긴다. 오른쪽 주머니엔 사원증과 명함, 그리고 왼쪽 주머니엔 사직서. 1년 365일 가슴에 사표를 묻는다.’  


나는 그렇게 선명하지 않은 퇴사를 그리는 분들께,

외람되지만 2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 ‘도망치듯 퇴사하지 말자’는 것

 

하루 종일 틀어박혀 있는 지금 사무실 안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망치듯 도피성, 회피성 퇴사를 택하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퇴사는 현실이다. 바꾸어 말하면 다음 달부터 월급 통장으로 1원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 

흥분을 가라앉히고 현실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도피’가 아닌 ‘선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사무실이란 상황에서 도망치 듯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퇴사를 선택하는 것. 


내가 퇴사 후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지금 내 통장엔 그 준비를 위해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나는 회사를 다니며 팟캐스트를 2년 반가량 병행하였다. 평일엔 출근해서 일하고, 주말마다 멤버들과 모여 팟캐스트 녹음하고 편집하고 업로딩 했다. 물론 육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정신적 포만감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이제는 때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출근과 동시에 회사에 이렇게 말했다.  


“팀장님, 저는 이런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것은 도피가 아닙니다.” 



전략적 퇴사가 필요하다, 일종의 출구전략 같은.





두 번째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해보자’는 것



우리는 퇴사라는 단어에 엄청 심오하고 무거운 의미를 부여한다

퇴사하면 내 인생 망하는 것 아닌가? 마치 지구 종말, 인류 멸망처럼. 또한, 사회적으로 퇴사자를 바라보는 곱지 않는 시선 또한 한몫한다. 별종 또는 참을성이 없는 사람. '저 회사 관뒀어요'라고 이야기할 때, 주변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뭐..


이처럼 사회적으로, 또는 나 자신조차도 퇴사는 유턴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내가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되돌아 가는 것 같은. 방향을 잃고 급선회하는 배처럼.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스스로 세운 종착점을 향해 달려가는 연속 선상이 아닐까?



퇴사는 유턴이 아닌 조그만 과속방지턱 정도


우리가 운전 중에 과속방지턱을 만났다고 유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착지에 도달하기 위해 넘어서 앞으로 가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달려온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우당탕’ 큰 충격이 동반될 테니, 빠르게 달리던 속도를 줄이고, 부드럽게 과속방지턱을 넘을 수 있도록 속도를 줄이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전략적인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처럼. 


나는 그렇게 나의 내비게이션에 도착지를 설정하고, 나름대로 전략적 준비를 통해 퇴사라는 첫 번째 과속방지턱을 넘었다. 물론 지금도 팟캐스트 운영, 행사 진행 등 또 다른 과속방지턱들을 계속 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절대 퇴사를 전파하고 싶지 않다


퇴사라는 유행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왜 이리 촌스러운 스키니 팬츠를 입었냐며,

홍익인간의 정신에 입각하여 ‘퇴사를 통하여 널리 인간 세계를 이롭게 하겠다’는? 

그처럼 무책임한 말이 어디 있을까? 


회사라는 조직 울타리 안에서 누구보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높은 성과를 내고 계신 직장인들도 많다. 나는 되려 그분들께 존경을 보내고 싶다. 내가 해내지 못 한 다른 것을 해내고 계신 분들이기에. 


다만,



유행을 쫓아 현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와 두려움에 떨고만 있는 퇴사와,

전략적으로 충분한 준비를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선택하는 퇴사.  

여러분은 어떤 ‘퇴사’를 선택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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