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길어도 일주일이 지나기 전에 엄마는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다. 보통 5-10분정도 먹고 1시간을 자면 정상이란다. 그러니까 1시간 간격으로 모유수유를 해야한다는 말이다. 이건 너무 힘든 일이라 나는 조리원에서 단유를 하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막상 세상으로 나온 아기와 눈맞춤을 하고 나니, 내가 지금까지 했던 다짐이 뭐였더라, 몽땅 백지상태가 됐다. 아니, 백지가 된 정도가 아니라 너무 데리고 있어서 조리원 선생님들이 우리 아가를 '보고싶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가에게 젖을 물리며 나는 이것 저것을 말한다. 까맣고, 투명한 눈동자가 불러오는 생각들을 늘어놓는다. 그 속에는 대학시절의 추억도 있고, 아주 어린 날의 기억도 있다.
하나씩 하나씩, 서른 네개의 햇수가 쌓인 이야기들을 풀어놓다보면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린다.
아주 가까운 이야기도 있다. 오늘 아침에는 아주 힘차게 젖을 빠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그제 산후조리원 교육에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모유를 먹는 건 젖병으로 먹는 것보다 10배는 힘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 힘든 일이기 때문에. 혼합수유를 하면 아기들이 모유를 먹지않고 젖병만 먹으려 든단다. 분유는 박사님들이 만든 아주 좋은 음식이라 나 역시 오래지 않아 분유로 옮겨가게 되겠지만. 출산 직후 만들어지는 엄마젖만큼 좋은 게 없다는 건 분유 회사들도 인정하는 바가 아닌가. 모유도 분유도 부지런히 먹는 아이가 있다면, 10배 더 힘든 일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성실함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
아기들은, 아기부터 시작한 우리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것을 얻기란 쉬운 것보다 10배는 더 힘들다는 진리를 마주한다. 때때로 쉽고 좋은 것을 만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어려운 것을 선택해야 한다. 어렵고 좁은 길이 결국은 옳다.
힘껏 배를 불리고 진이 빠져 잠든 갓난 아이를 보면서, 세상의 쉬운 길과 어려운 길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난 지 일주일이 된 아기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어쩌면 아기를 키우면서 내가 더 자라게 될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