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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Nov 24. 2024

당신의 고백이 공격이 되는 이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는 그 감정에 취해버린다. 드디어 인연을 찾았다고 생각하며-이 사람 뿐이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그와 연애를 하면 어떨지 핑크빛 상상을 하기에 이른다. 함께 어디를 갈지 고민하고, 손을 잡으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고, 싸움이 일어났을 때는 사랑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거라며 뽕에 차기도 한다.


이런 마음이 지속되다가 깊어지면 그 감정 자체는 더 없이 소중한 것이 되어버린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것을 주기만하더라도 우리를 충만하게 해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기에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 감정이 소중해지는 건 자연스럽다.


마음이 지속되다보면 이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선 결국 그와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속으로 그를 계속 사랑하는 것이 사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최소 나의 '진실한 사랑'을 상대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 


우리는 우리의 진실한 사랑을 상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계획에 착수한다. 먼저 그가 언제 어디에 있을지 확인거나 어디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약속을 잡는다. 그리고 나서는 멘트를 고민한다. 무작정 '너를 좋아해'라며 질러버리는 것보다는 좀 더 센스있는 말이 필요할 거다. 어찌됐건 중요한 건 나의 진실된 마음을 상대에게 전하는 거니 그 지점에서 센스있는 멘트를 준비한다.


그렇게 우리는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고, 결국 그와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사실-이게 정말 중요한데-상대 입장에서 우리의 진실한 사랑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흔히 '진심은 통한다'며 뽕에 차서 고백을 일단 지르고 보는 존재들이 있는데, 진실한 사랑은 고백을 지르는 존재들에게나 소중한 무엇이지 고백을 받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뭔가가 아니다. 그건 뭐랄까, 전혀 별개의 요소다. 


고백 공격을 하는 사람들이 흔히 빠지는 착각은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절절하게 읊어대면 상대가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는 거다. 상대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따위는 안중에 없다. 그저, 나를 충만하게 해주는 그 감정에 푹 빠져서 일단 지르면 상대가 나의 진심에 감동을 받을 거라 기대한다. 


상대는 신이 아니다. 우리가 진심을 다해 마음을 바친다고 그에 응하지 않는다. 아니, 전능한 신조차 우리가 모든 것을 바쳐 기도해도 응답하지 않을 때가 있다(그럴 때가 더 많다). 하물며, 인간은?


상대는 당신의 마음을 요청했던 적이 없다. 그 사람은 그저 그곳에서 존재했을 뿐이다. 당신이야 오랜 시간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오며 애를 셋은 낳았을지도 모르지만 상대는 당신에 대한 자각 없이 그저 일상을 살아왔을 뿐이다


마음을 전달 받은 사람은 그저 당황한다. 둘 사이에 미약한 에로스라도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저 사람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다할 교류도 없었는데 갑자기 고백을 한다고? 오랫동안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갑자기? 나를? 너 뭔데? 뭐됨?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라 굳이 글로 써내는 게 부끄럽지만, 고백 공격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이 분명하기에 굳이 끄적이자면, 고백은 둘 사이의 라포가 충분히 쌓였을 때 하는 '사소한 확인'에 가깝다. 나의 마음을 상대가 은연 중에 알고 있고, 상대도 내게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짐작 가능하게 행동할 때 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그러니 일단 친해지고 가까워지는 게 먼저다. 그 사람에게서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게 먼저다.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게 먼저다. 단 둘이 밥을 먹을 기회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그저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이고 철벽을 치고 있는 것이니 더 친해지고 내밀한 관계가 되기 위해 애쓰거나, 새로운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 


상대가 받아주든 말든, 나의 마음을 일단 전달해야겠다고? 상대가 알고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상대가 당신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런 방식'으로 알아야 할 이유는 전혀 없고, 이렇다할 라포가 쌓이지 않는 상태에서 하는 고백은 그저 이기적인 민폐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본인만 중요한 인간이니 고백 공격이나 하는 거고.


문의- funder2012@gmail.com

인스타- @parkhyeunwoo_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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