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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Apr 21. 2024

비너스와 아도니스 - 셰익스피어

짧은 책이지만 그중에 분량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너스는 애절하게 인간 청년 아도니스에게 구애한다. 아름다움이자 사랑 자체인 여신의 구애에도 아도니스의 반응은 차갑다. 사랑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는 아도니스에게 비너스는 말한다.

“그대 또한 태어났으니, 태어나게 함도 그대의 의무리라.”

태어난 존재는 태어나게 할 의무가 있다 말하는 비너스의 말에도 아도니스는 개의치 않는다. 멧돼지 사냥이 사랑이라면 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관심 없다는 아도니스의 냉담은 비너스의 구애만큼이나 일관적이다.

여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멧돼지 사냥을 간 아도니스는 사랑에 대한 그의 냉담보다도 더 차갑게 식어 여신에게 돌아온다. 셰익스피어의 명문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연인을 잃은 비너스가 사랑을 저주하는 대목은 특히나 인상 깊다.

“그대가 죽었으니, 자, 나는 예언하노니, 앞으로 사랑에는 의구심이 대령하오니, 시작은 달콤하여도, 종말은 고약할 것이리라. 사랑은 평등하지 않고 높거나 낮으니 모든 사랑의 기쁨은 그 슬픔과는 견줄 수 없는 것이라.“

아도니스는 사랑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연인 간의 사랑만을 뜻하지 않는다. 사랑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음을 여신이 간과한 것이다. 여신은 아도니스를 사랑했고 아도니스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멧돼지 사냥하는 것을 사랑했을 뿐이다.

사랑의 엇갈림으로 고통받은 비너스의 예언이자 저주는 말해지기 전에 이미 실현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이는 예언이나 저주가 아닌 발견이자 깨달음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생생한 심리묘사와 아름다운 문장에 눈 호강을 할 수 있었던 아름다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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