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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감무 Sep 19. 2024

이승우, 『생의 이면』

한 책이 삼십 년간 계속 팔리고 읽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더 한 책들이 많다. 인류 역사를 함께 해온 고전들이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하면 이 책은 이제 막 서른 살을 좀 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쉬운 일이 아닌 건 분명하다. 요즘같이 책을 안 읽는 세상에서는 특히나.

읽기 좀 어려운 소설인데도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고전을 읽는 이유와 상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읽는 것은 시공간에 갇히지 않는 인간 본질의 무언가를 접하는 경험이다. 끝내 세상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간인 어둠에서 글을 쓰는 박부길의 모습이 비추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외로움이 이 책을 계속 읽히게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의 이면』 뒤로도 대단한 작품들이 많이 나왔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다른 책을 읽을 때면 외출하는 마음이 들지만 생의 이면을 읽을 때는 귀가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박부길의 골방 같은 시공간이 내게도 있었다. 박부길은 단 한 명을 지칭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누군가의 외로움을 향해 조심스럽게 내미는 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자신 말고도 있을 세상의 박부길들에게 손을 내민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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