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로딩이란 운동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기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고강도 트레이닝으로 인해 내 회복력을 넘어서는 피로가 쌓였을 때 반드시 디로딩 기간을 가져야 한다. 누적된 피로를 무시하고 계속 운동을 해봤자 노동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헬린이지만 몇 번 디로딩을 해본 나는 그때마다 운동 강박이 생겼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먹고 맛있는 거 먹고 푹 쉬면 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진짜 이렇게 운동 안 하고 쉬어도 되는 걸까?'
'한 삼일 쉬었으니 다시 해도 되겠지?'
'푸시업만 좀 할까?'
쉬라는데 쉬지 못했다. 지금까지 쌓은 미약한 성취를 잃을까 걱정이었다. 현재에 대한 지나친 불안은 미래에 있을 성취마저 방해한다. 그러나 나는 불안에 떨며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어쭙잖게 쉬고 나서 운동을 나갔다가 컨디션을 더욱 망치기 일쑤였다.
운동뿐만 아니라 내 삶도 늘 이런 식이 었다. 목표를 향해 잘 정진하다가도 지칠 때가 있었다. 여기까진 당연한 거다. 문제는 휴식기 때마다 제대로 마음 놓고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들은 발전하고 있을 텐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 갈팡질팡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기만 하고 제대로 쉬지도 않고 정진하지도 않고 스트레스만 만들어 받곤 했다. 정신의 불안은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쳤다.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탈진해서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 돼서야 다 멈췄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유튜브만 보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언제까지 이렇게 무지성의 시간을 보낼지 기한도 두지 않았다. 나태의 늪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강박을 잊고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휴식의 날마다 피부가 좋아지고 컨디션이 올라왔다. 지겹게 듣던 피곤해 보인단 말이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운동이 더 잘됐고 책이 잘 읽혔다. 밀물처럼 덮치곤 하던 우울함이 사그라들었다. 어딜 떠나 있던 게 아닌데 이상하게도 제자리에 찾아온 느낌이 들었다. 다시 달릴 수 있겠단 마음이 다져졌다.
디로딩은 운동으로 쌓인 피로에만 필요하지 않다. 살다 보면 누구나 지쳐 나자빠질 때가 있다. 쉴 수밖에 없는데 그게 선뜻 되지 않는다. 휴식에도 결심이 필요한 모양이다. 애매하게 쉬면 2보 전진은커녕 제자리 복귀나 하면 다행이다. 쉴 땐 망나니처럼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