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떨어지는 으른이들을 위한 자극적인 독서법

나 '디지털 치매 아니야?'하고 한 번쯤 의심해본 MZ들을 위해서

by 집착서점

프롤로그


쪽팔리지만,

나는 재수를 하고도 국어 4등급을 받았다.


다른 과목들에선 1~2등급을 받았지만 문과생이 정시로 국어 4등급을 달고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긴 힘들었다. 수능 1교시 첫 과목이라 긴장했던 탓도 있었겠지만, 솔직히 국어란 과목에 벽을 느꼈다.


점수가 나온 날 마포대교에 갔다. 그럴 용기는 없었지만, 갑갑한 마음에 그럴 배짱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거 같다. 결국 난간에 기대 30분 동안 물만 쳐다보고 돌아왔지만, 그때 느꼈던 망연자실한 감정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3수를 해서 더 잘할 자신도 없었고, 기본적인 국어 읽기가 안되는 상태에서 1년 더 한다고 1등급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


21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을 망쳤단 사실은 충격이 강했다. 나에게는 잘봐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결과였다. 내가 어렸을 때 책도 많이 안보고, 노력도 게을리 했던 탓이다.


그래서,


국어 4등급 받은 충격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을까? 이 글을 쓰고 나서 '국어 4등급' 이야기를 각색해 서론으로 써볼까도 생각했지만, 어쩐지 진정성이 떨어져 보였다.


사람은 잘 안바뀐다.


재수 끝나고 실패했단 생각을 잊으려 술이나 퍼먹었지, 책을 읽을 생각을 추호도 안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 번에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재수도 안했을 것이다.


설사 국어 4등급으로 충격 좀 받았다 하더라도 이미 끝난 게임이지 않는가? 지금부터 책 읽기 시작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며 결과물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이미 내 청춘 중 1년이 날아가 버렸는데. 내년엔 군대도 가야했다. 술로 쓸쓸함을 달래기 급급했다. 게임을 했으면 했지 가만히 앉아 책 읽을 여유 따윈 없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어쨌뜬 대학에 온거, 책상에서 벗어나 그 동안 하고싶었던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대외활동'이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교 1학년 1학기 부터 여기저기 대외활동에 쏘다니기 시작했다. 첫 대외활동을 통해 경험한 세상은 역시나 넓었다. 세상에는 종로학원에서 1년 내내 마주하던 서울대 출신 강사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에는 성악가, 디자이너, 작가, 통역사, 아나운서 등 다양한 직업군이 존재했다.


대외활동의 매력에 사로잡힌 나는 2학기가 되자 무려 3개의 대외활동을 동시에 진행했다. 체력적으로 무리였지만, 나는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였다(스펙에 대한 열등감도 작용했다). 그때 했던 활동 중 하나가 '상상융합인재스쿨'이란 대외활동이었는데, 그 곳에서 나는 독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당시 강연에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님이 강연을 오셨다. 그때 작가님이 말씀해주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틀에 박힌 잔소리와는 다르게 너무나 경제적이고 합리적이어서 나에게 센세이션처럼 다가왔다. 책을 읽어야된다는 말은 어렸을때부터 무수히 많이 듣고 자라왔지만, 이렇게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설득력 있게 들린 적은 처음이었다.


채사장님은 '책 읽기'의 효용을 경제적인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자본주의 원리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물건은 합리적으로 가격으로 측정된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측정되고 그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우리가 에르메스 백을 1,000만 원 주고 구매를 한다면, 소비자는 에르메스 백에 1,000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공급자는 1,000만 원 정도면 만드는 입장에서도 팔만한 가격이라고 합의를 본 것이다.


기름 가격 같은 경우는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관계에 의해 실시간으로 변한다. 이처럼 물건의 '가치'와 '가격'은 비례한다. 합리적인 개인들이 돈을 주고 산 상품은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가끔은 '보이지 않는 손'이 딴짓을 하며 놀다보니 가격과 가치가 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시이다(현대 사회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이 노는 경우가 과거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고 있는 거 같긴 하지만).


책은 작가 한 사람 인생의 액기스를 집어넣은 결과물이다. 한 사람이 인생을 바쳐 실험한 결과 혹은 집필한 이야기를 단 돈 만 원이면 볼 수 있다.


책의 가치는 얼마인가? 먼저 삶을 살아 본 현자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으며 인생의 시행착오를 줄여나가는 비용은 분명 만 오천원 보다는 높을것이다. 사람에 따라 이 가치는 10억, 100억의 가치가 되어줄 수 도 있다.


이렇게 높은 가치를 지닌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너무나도 손해 아닌가?


지금 돌이켜보면 채사장님은 인간의 '손실회피성향'을 간파하시고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거 같다. 나 역시 21살의 나이에 그 논리에 완벽하게 매료되어 '책을 안 읽는게 개손해네...'란 생각을 갖게 되어 그 다음날 바로 알라딘 서점으로 향했다. 디테일하게 따지고 든다고 하면 경제적 원리에 있어서 대량 공급이 가능해지고 정보 과잉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의 가치가 예전만큼 비싸지 않다는 점 등을 꼬집으면 논리적으로 완벽하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 읽기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개이득이다'라는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이 주는 가치는 15,000원 보다 훨씬 비싸다. 심지어 동네 도서관에서 공짜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책 읽기는 개이득이다.

오히려 책을 읽지 않으면 손해다.

지금 당신만 실시간으로 손해를 보고 있단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썩 피부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책이란 재화를 소화하기 위해선 상품에 매겨진 가격을 지불하는것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집중력'(혹은 시간)을 쏟아야지만 그 가치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무언가 '집중'을 쏟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매해 집중하는게 점점 더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영화 한 편을 보는데도 온전히 집중을 하기 어렵다. 심지어는 10분 짜리 유튜브 한 편 보는것도 힘들어지며, 수 많은 관심이 더 짧은 쇼츠로 몰려들고 있다.


해가 갈 수록 우리들의 집중력은 떨어지고 있다.


내 오랜 친구 중 한명도 집중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H는 간호사 경력으로 두 번이나 혼자 힘으로 서울로 올라와서 정착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해 벌써 4년차에 접어든 책임감 있고 어른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어른이다. 훌룡하지 않은가?

H는 합정에 있는 일본식 선술집에서 꼬치를 안주 삼아 하이볼을 마시다 문득 자기가 '디지털 치매' 의심 증상에 대해 토로했다. 상사에게 보고 할 때 자기는 몇 번이나 재검토해서 서류를 올리는데도 불구하고 숫자가 계속 틀린다는 거다.

이게 한 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돼서 일어나니 걱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어보려고 하는데 막상 책을 읽을라고 펼치면 '두 장 이상을 넘기기 힘들다'며 자기 한탄이 섞인 한숨과 함께 하이볼을 마저 비워냈다.


당신의 이야기 아닌가?


이는 비단 h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들은 매일 수백 개의 콘텐츠를 보며 살아가고 있다. 숏폼의 등장으로 엄지 손가락만 내리면서 1분 안에 3개의 콘텐츠를 순식간에 훑어보고 있다.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시계를 보면 이미 잘 시간을 훌쩍 넘어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들은 이미 몹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일까?

나에겐 더 이상 느림의 미학에서 묻어 나오는 사색과 여유로운 바이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 문제를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바로 '자극적인 독서법'이다.

이미 자극적인 음식에 중독되어 있는데 강제로 비건을 시키면 몸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싸고 자극적인 음식이 몸에 안좋은 걸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손이 가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자극적인 음식을 끊어 버리기 보다는 맛은 덜 자극적이지만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음식으로 회유보면 어떨까?


이는 영양가도 훨씬 높고, 평소 쌓아온 탄탄한 영양기반 덕분에 가끔씩 정크푸드를 먹어도 별 문제 없이 소화시키게 도와준다.

나는 '자극적인 독서법'으로 20대에 들어서 300권 정도의 책을 읽어 왔다. 누구는 1년에 300권도 읽던데 나는 7년에 걸쳐서 쌓아 올린 책이 300권이니 권수로 밀어붙이기는 힘들겠다만 나름 어디 가서 책 좀 읽어본 놈으로 통한다.

평소 책 읽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으며, 책 보는 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다. 굳이 측정해보면 유튜브 보고 인스타그램 게시물 보는 시간이 더 많을 때도 있을 거다. 사람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읽어온 책들은 나에게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불러 일으키며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다. 때로는 책 읽기 덕분에 이성에게 좋은 점수를 따기도 했고,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도 했다.


이제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통찰력을 준 고마운 책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해보고 싶다. 특히 MZ세대는 책 보다는 영상이 익숙한 세대이다 보니, 페이퍼북을 잘 안 읽으려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자극적인' 방법론들을 직접 적용해가며 책이 지루하다는 인식을 탈피하고, 불이 다 꺼지고 잠이 든 생활관에서 혼자 모포를 뒤집어 쓰고 렌턴을 비추면서까지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집떨자독' 시리즈를 통해 책도 충분히 우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즐거운 콘텐츠라는 것을 알려보려고 한다. 먼저 MZ세대가 책을 읽었을 때 당장 적용 가능하고 당장 나에게 이로운 점들을 소개한 후, 본격적으로 '자극적인' 몇 가지 팁들을 전수하고자 한다.

책은 따분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며 남는 것도 없어 읽을 가치가 없다는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 혹은 읽긴 해야 되는데 내 의지가 따라 주지 않아 2장 읽다가 인스타그램 버튼을 누르는 사람들에게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속는 셈 치고 한 편만 더 따라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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