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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집착서점 Aug 13. 2023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 피어난 인간의 원초적 본성

'콘크리트 유토피아'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우리가 당연시 누리던 

물질적 풍요가 자연의 힘에 의해 사라지고,


'원초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행동할까'

에 대한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다.


이때 영화에서 제시한 인간들이 취한 행태는 

굉장히 '납득'이 갔는데,


평소 인간 심리와 역사를 좋아하는 나는 

영화의 이런 부분에서 큰 만족을 했다.


(이번 리뷰 중간중간에 '납득'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게 되는데, 이번 리뷰의 가장 중점적인 포인트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재밌게 봤다. 

근래 본 한국 영화 중에는 단연 원탑이고

올해 개봉한 미션임파서블, 엘리멘탈, 범죄도시 3 보다 훨씬 감명 깊게 보아 여운도 길었다.


리뷰는 크게 '콘크리트 유토피아'에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었던 두 꼭지를 잡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스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 보시고 

돌아오시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대신 꼭 돌아오셔라)


0. 시놉시스

지진으로 서울이 무너지게 되고 

근방엔 단 하나 콘크리트 건물만이 무사하다.

그 건물은 바로 황궁 아파트.

황궁 아파트에는 이재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황궁 아파트 주민들과 이재민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게 되며,

황궁 아파트 주민 회의에서 

이재민들을 내쫓기로 결정한다.



1. 부족 사회의 등장

황궁 아파트 주민들은 그들을 이끌 

대표를 뽑게 되는데, 

선출된 대표는 아파트의 안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든 '김영탁(이병헌 역)'이었다.

영탁은 조직 체계와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 출신인 민성(박서준 역)이 시스템 구축에 큰 역할을 하게 되며 영탁의 총애를 받게 된다. 민성의 부인인 명화(박보영 역)은 영탁이 황궁 아파트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존엄마저 져버리는 행태들에 불만을 갖게 된다.


황궁 아파트는 영탁을 필두로 

점차 '부족 사회'로 변모하며,

군대와 규율을 확립하고, 

살아남기 위한 잔인한 모습마저 보이게 된다.




나도 비슷한 상황을 가정하고 

상상해 보았던 적이 있다(필자는 MBTI N이다)


현대 사회가 대자연의 힘 

혹은 인간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재앙에 의해 

현 사회의 시스템과 인프라가 무너지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남게 될까?


이 영화에서 그린 인간들의 행태은 

작은 '부족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재밌게 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각본 자체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에 두고 있어,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면 정말 그럴 거 같단 

공감이 더해졌다.


사람들은 부족의 왕을 필두로 

집단이라는 명목하에, 

타 부족의 식량을 약탈하며 

점차 이기적이고 잔인해져 갔다. 


황궁 아파트 바깥에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부족이 모이게 되었고, 

그들은 황궁 아파트를 점거하기 위한 

전쟁을 벌인다.

 

이는 마치 국가의 기틀이 마련되기 전 

청동기 시대의 부족 사회 

혹은 어렸을 적 '살아남기' 시리즈에서나 보던 

오세아니아와 아마존의 

부족 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법과 사회 인프라가 무너진 시점에,

세상은 '약육강식'이 절대 원칙인 

세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 약육강식의 세상에선 

선악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사바나에서 사자가 가젤을 잡아먹는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사람들은 이성 보단 본능에 충실한 

동물의 세계로 들어간 것이다.




2. 인물들의 변화


상황이 전개되며 인물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영탁은 처음 대표로 발탁되었을 땐 

소심한 모습을 보였지만,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며 

점차 대범해지고 카리스마가 생기게 되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이 생각났다.


민성은 처음엔 평범한 공무원으로서, 

남들 앞에 나서기보단 

뒤에 머물며 본인의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지만, 

점차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영탁에게 인정받으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선봉에 서게 된다.


명화는 영탁이 맘에 들지 않아 뒤를 파게 되었고, 

정의를 꿈꿨지만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은 

결과적으로 황궁 아파트 부족의 파멸로 이어지게 되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영화 그 이상의 무엇을 보여주었다. 

바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안전'이 위협받았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인간의 이기심이 발현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호평을 받는 데는 

이러한 변화가 '납득'이 간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영화인들의 가장 큰 숙제는 

허구적인 시나리오를 

관객들에게 어떻게 '납득' 시키는가에 대한 

해결 과정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모든 영화가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이러한 문제를 

(1) 탄탄한 각본과 

(2) 배우들의 열연 

(3) 몰입을 깨지 않는 CG기술이 

삼박자를 고루 갖추며 

가장 교과서적으로 

잘 해결한 결과물이지 않나 싶다.




오펜하이머라는 큰 물결이 다가오고 있지만,

오히려 두 영화가 시너지를 발휘해 함께 잘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관에서 볼만한 한국 영화가 오랜만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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