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해
구로로 출근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2호선 구디역에서 피난길을 연상케 하는 북적이는 인파에 휩쓸려 가다보면 어느새 회사에 도착하는 루트다. 또 다른 하나는 7호선 남구로역에서 내려서 상가와 아파트 사이 길을 가로질러 15분 정도 걸어서 가는 길인데, 나는 이 루트를 애용한다. 남구로역 루트는 구디역에서 내리는 거보다 조금 더 많이 걷긴 해야 하지만, 환승도 적게 하거니와 출퇴근길에 '남구로역 고양이'를 마주할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고양이의 하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남구로역 고양이는 그중 두 가지 스케줄은 꼭 지키는 편이다. 바로 출근길 (7:30~9:00)과 퇴근길(17:00~18:30) 사이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이다.
구로역으로 출근한 지 세 달밖에 되지 않아 이 고양이가 언제부터 여기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7호선 남구로역 출근러들에게는 이미 유명인사인 듯하다. 고양이 머리 위에 밥그릇이 보이듯이 이미 많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남구로역 고양이는 항상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우리들을 지켜본다. 맨날 보다 보니 자꾸 신경이 간다. 직접적으로 우리들에게 플러팅을 날리는 건 아니지만 자꾸 눈에 밟힌다. 이제는 출근길에 남구로역 고양이가 안 보이면 서운할 지경이다.
주로 저 갈래길 가운데에 서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출근길에 고양이가 저 위치에 없는 날이면, 막간에 펼쳐지는 고양이 찾기 게임이 시작된다. 발은 바삐 직장으로 움직이면서도 눈동자를 굴려가며 양옆 수풀길을 샅샅이 뒤진다. 그러다 어딘가 엎드려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시크하게 주시하고 있는 고양이를 발견하면 아침부터 옅은 미소를 품고 출근할 수 있다.
어느 순간 흰고양이가 받는 사랑과 간식이 부러웠는지, 갈색 고양이도 출근길에 보이기 시작했다. 밥그릇을 뺏어먹는 경쟁자인지, 아니면 흰고양이가 데려온 친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갈색 고양이는 어딘가 모르게 시크함이 덜하다. 단순히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신기한 듯 관찰하는 흰고양이와 다르게, 갈색 고양이는 떡고물에 더 관심이 많은 느낌이랄까? 사람들 출근길에서 몇 걸음 떨어져서 묵묵히 관찰하는 흰고양이와는 다르게 갈색 고양이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길과 가까이 오거나 길 위에서 배를 깔고 앉아있기도 한다. 흰고양이만큼 성실하지도 않다. 거의 매일 나오는 흰고양이와는 다르게 갈색 고양이는 배가 고프거나 할 일 없을 때만 나오는듯하다.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 중에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지 아무래도 흰고양이에게 마음이 더 가는 듯 보인다. 성실함과 진정성. 이건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자꾸 눈길이 가는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인 거 같다.
고양이는 오늘도 남구로역 주변을 맴돌고 있을 것이다. 과연 주말에도 남구로역 고양이는 그 자리에 서 있을까? 모르겠다. 아직 주말에 구로로 출근해 본 적이 없어서 두 눈으로 확인해보지 못했다.
이번 추석 같은 긴 연휴에는? 고양이에게 직장인들이 앞으로 6일간 단체 휴가를 간다는 얘기를 귀띔으로도 얘기해 줄 수 없었기 때문에 출퇴근 길의 끊임없는 사람들의 행열이 나타나지 않아 의아해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고양이가 아침에 나타나지 않았을 때 내심 속으로 서운해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우리가 나타나지 않아 서운해했을까?
내심 고양이도 서운해했길 바라는 이 속내는 짝사랑하는 이의 옹고진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