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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같이 보고 있던 팀장님이 구혜선을 가리키며 뒤통수가 납작하다고 했다. 뒤통수가 납작한 것이 뭔가 큰 흉이 되는 것처럼 지적했다. 그 말에 처음으로 뒤통수를 만져야지 하며 뒤통수를 만졌다. 이런 절벽이 따로 없을 정도로 90도였다. 갑자기 납작해진 것도 아닌데, 몰랐던 사실을 안 것처럼 놀라웠다. 한 번도 관심을 준 적 없던 뒤통수. 그날 이후부터 뒤통수를 인지하기 시작했다.
작년 9월에 태어난 아이의 두상은 몽실몽실 둥그렇다. 태어나고 50일이 채 되기 전부터 근육성 사경 재활치료를 받았다. 아이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잘 돌리지 못했고, 오른쪽 목근육이 비대해져 있었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측만, 비대칭 등 신체 불균형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료 방법 중 하나로, 아이를 안고 재우는 방법을 사용했다. 아이의 왼쪽 볼을 내 가슴에 대고 배 위에서 재웠다. 사경이 있는 아이는 선호하는 방향이 있어서 뒤통수 한쪽이 찌그러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가 자는 동안 고개를 돌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편한 쪽으로 돌려버린다. 사경이 있는 아이를 둔 부모는 잠을 포기한다고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수시로 고개를 돌려줘야 해서… 나 역시 밤잠을 설쳐가며 자는 아이의 얼굴을 반대쪽으로 돌리는 행위를 반복했다. 대부분 6개월까지 안아서 재웠고, 아이가 뒤집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엎드려 자기 시작했다.
바닥에 뒤통수가 닿는 일은 별로 없었다. 엎드려 옆으로 누워 자고 있는 아이의 동그란 뒤통수를 보니 내 뒤통수가 서글퍼졌다. 관심과 사랑을 많이 못 받은 것 같아서… 씁쓸해졌다. 사경을 담당했던 의사가 아이의 두상이 동그랗고 좋다고 말했을 때, 그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았다. 동그란 두상은 부모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유전일까?
엄마 말에 따르면 어린 시절 나는 눕혀놓으면 가만히 있을 정도로 순했다고 한다. 누워서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까? 어쩌면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커버 : 루이스 부르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