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교육은 보통 시큰둥하게 끌려가곤 한다. 집-회사에 익숙해진 회사원은 갑자기 다른 곳으로 출근하게 되는 상황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장소 간 이동을 유난히 힘겨워하는 나 한정 그렇다.
오늘도 그랬다. 5성급 호텔에서의 1박 2일이라는 굉장한 유인에도, 일단 출근 거리가 3배 정도 늘어난다는 사실과 종일 모르는 사람들과 앉아 교육받아야 된다는 사실에 궁시렁대며 교육장으로 출근을 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나눠준 텀블러를 받아 들고 기대 이하의 커피를 마실 때에도, 1차 산업혁명에서부터 4차 산업혁명까지의 히스토리를 졸면서 들을 때에도, 심지어 점심으로 비싼 갈비탕 정식을 먹으면서도 그랬었다.
나같이 의욕 없는 회사원들을 수없이 많이 만나보았을 주최 측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도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복잡한 게임 설명을 들으면서 이건 또 귀찮게 뭐람, 어디 가서 눈에 안 띄게 대충 시간 때울 수 있을까 하고 머리를 굴리던 내가 신나서 뛰기 시작한 건 나눠 준 아이패드에서 미션이 발견되었다고 알림이 떴을 때부터였다. 몇 년 전 비 오는 날 우산까지 쓰고 집 앞 하천에 나가 미뇽을 찾아 헤매던 내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아이패드를 들고 교육장 건물을 1층에서부터 8층까지 돌아다녔다. 물론 미션이 언제 어디서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계단으로. 위치를 기반으로 미션이 팝업으로 뜨고, 퀴즈 형식의 미션을 해결하면 새로운 아이템을 확보하거나 기존의 아이템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되는 방식의 게임에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던 회사원의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1층부터 8층까지 적어도 네 번은 오르내린 거 같다. 땀을 흘리면서도 미션이 발견되면 파트너와 진심으로 기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퀴즈를 풀었다. 파트너는 그 날 처음 본, 다른 사무소에서 오신 분이었다. 승부욕에 가득 찬 내가 낯 가리는 나를 이겨버렸다.
3시간을 어떻게 버티지 하던 회사원은 사라지고, 미션을 찾아 뛰어다니며 땀 흘리는 나만이 남았다. 17팀 중 1등이라는 결과와 함께. 2등과는 거의 두 배 가까운 점수 차이였다. 점수가 공개되고선 회사 교육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참여한 사실을 창피해하는 회사원이 잠깐 다시 등장하기도 했지만, 별 것도 아닌 게임을 하며 진정으로 즐거워했고, 옆 자리 분들과 순수한 마음으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었을까. 교육 후 며칠이 지난 지금 다시 그 시간들을 떠올려보면 스스로가 우습기도 하다.
낯선 사람들과도 즐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