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창업가의 피드백 설계: 단호하게 기준을 말하는 법
이전 Part 1, 2, 3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고, 스스로를 정의하며, 성장을 위한 엔진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성장은 필연적으로 격변과 고통을 동반한다. Part 4, '격변기 헤쳐나가기'는 바로 이 위기와 갈등의 순간, 창업가가 피할 수 없는 가장 어렵고 힘든 대화들을 다룬다. 이것은 회사의 생존뿐만 아니라 창업가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대화 설계의 영역이다. 그 첫 번째 대화는 모든 성과의 기준을 세우는 피드백에서 시작한다.
3개월째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팀원 A가 있다. 그는 착하고, 성실하며, 심지어 당신과 초창기부터 고생한 멤버다. 1on1 미팅 시간이 다가오지만, 당신은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이번 달은 어땠어요?"라는 의미 없는 질문만 맴돈다. 결국, "A님은 참 긍정적이라 좋은데, 성과가 조금 아쉽네요. 다음 달엔 좀 더 힘내봅시다"라는 모호한 말로 미팅을 끝낸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창업가는 자신을 믿고 합류해 준 초기 멤버들에게 인간적인 부채감을 느낀다. 날카로운 비판이 그 팀원의 헌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당신과의 인간적인 관계만 악화시킬까 봐 두렵다. "조금 더 기다리면 성과를 내줄 거야 저렇게 열심히 하잖아?"라고 생각하며 직접적인 피드백을 피하는 것은, 갈등을 피하고 싶은 창업가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하지만 그 침묵은 배려가 아니라 방임이다. 당신의 모호한 피드백은 그 팀원에게 "당신은 이대로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을 침묵 속에서 지켜보는 '다른 팀원들'이다. 최고의 성과를 내는 에이스들은 '왜 저 사람은 저 성과로도 괜찮은가?'라며 조직의 공정성에 의문을 품고 조용히 동기를 잃어간다. 이 대화는 한 명의 성과를 관리하는 '팀 리더'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창업가가 조직 전체의 'A급 성과 기준'과 '공정성'을 수호하는, 피할 수 없는 의무이다.
"성과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초창기부터 고생한 멤버잖아. 언젠간 깨닫고 잘하겠지." 창업가는 팀원의 '충성심'과 '성과'를 동일시하는 함정에 빠진다. 혹은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처받을 거야. 부드럽게, 뉘앙스만 전달해서 스스로 깨닫게 하자." 이런 선의의 착각이 회사의 기준을 무너뜨린다.
그 착각은 '똥 샌드위치(칭찬-비판-칭찬)' 같은 최악의 피드백 대화로 이어진다. "A님, 지난번 헌신적인 야근은 정말 고마웠어요. 다만... 보고서 완성도가 전반적으로 조금 아쉬운 것 같은데... 그래도 A님은 항상 긍정적이라 팀에 힘이 됩니다." 듣는 사람은 모호한 비판('아쉬운 것 같은데')은 걸러내고, 앞뒤의 칭찬과 고마움만 기억한다.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치르는 가장 값비싼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진짜 비용은 그 팀원의 낮은 성과가 지속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6개월 뒤,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그 팀원을 보며 당신은 결국 '해고(19장)'라는 최악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된다. 더 치명적인 것은, 이 과정을 지켜본 A급 인재들이 "여기는 성과가 아니라 친분으로 일하는 곳"이라 느끼며 조용히 회사를 떠나는 것이다. 당신의 '배려 깊은 침묵'이 그 팀원의 성장 기회를 박탈하고, 동시에 A급 인재들을 떠나게 만든 것이다.
피드백의 유일한 목표는 비난이 아니라 성장이다. 이 대화의 핵심 원칙은 '개인적인 배려'와 '업무적인 단호함'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한 명의 동료로서 진심으로 아끼고 당신의 성공을 원한다(배려). 그리고 현재 당신의 업무 결과물은 우리 팀이 기대하는 'A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단호함)."
창업가는 비판이 아닌 '데이터'에 집중하고, 사람이 아닌 '행동'에 대해, 감정이 아닌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비판적 피드백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과 '해석(비난)'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창업가는 "A님은 요즘 해이해진 것 같아"처럼 자신의 '해석'을 말하지만, 팀원은 "나는 해이해지지 않았는데?"라며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이 순간 대화는 진실 공방이 되고 성장의 기회는 사라진다.
SBI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모호함과 감정적 비난을 제거하고, 오직 관찰 가능한 '사실'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된 가장 강력한 피드백 도구이다. 이는 피드백을 받는 사람의 방어 기제를 낮추고, 문제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성장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연다.
피드백의 '좌표'를 찍는 단계이다. "A님은 '항상' 늦어"처럼 모호하고 포괄적인 비난이 아니라, "어제 오후 3시, 클라이언트 B와의 미팅에서..."처럼 피드백할 행동이 발생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명시한다. 이는 대화의 범위를 명확히 한정하고, 상대방이 "제가 언제 그랬는데요?"라고 반문할 여지를 차단하며 사실 기반의 토론을 준비시킨다.
이 프레임워크의 심장이자, 창업가가 연습해야 할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 단계에서는 "당신은 무책임했다", "성의가 없었다"와 같은 창업가의 '해석', '평가', '낙인'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대신, 마치 "카메라가 그 순간을 녹화하듯" 관찰 가능하고 객관적인 '행동'이나 '말' 그 자체만을 묘사한다.
(예: "클라이언트가 가격 정책을 물었을 때, A님이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
그 행동이 '왜' 문제인지를 설명하는 단계이다. 이 행동이 팀, 프로젝트, 고객, 혹은 회사 전체에 미친 '구체적인 결과'를 명확히 연결한다. 이 '영향'을 설명하는 과정이 바로 창업가가 회사의 'A급 기준'을 팀원에게 명확히 각인시키는 순간이다.
(예: "그 대답으로 인해 클라이언트가 우리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했고, 이는 '고객 집착'이라는 우리 기준에 명확히 어긋납니다.")
SBI는 피드백의 끝이 아니다. 이것은 '사실 공유'의 단계일 뿐, 창업가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성장 마인드셋' 대화를 시작하는 완벽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이는 창업가가 피드백을 전달하는 '객관적인 근거'이자 '조직의 헌법'이다. 피드백이 창업가 개인의 기분이나 주관적인 '감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는 장치이다. "내 마음에 안 든다"가 아니라 "우리가 합의한 'A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라고 말함으로써, 대화의 초점을 개인 간의 갈등이 아닌, 조직과 개인 간의 '기준 정렬' 문제로 전환시킨다. 이 기준이 명확할수록 피드백은 단호하지만 공정하게 전달된다.
이는 감정적 비난을 제거하고 사실에 기반한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대화 공식'이다. '상황(Situation)'은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맥락을 특정하고, '행동(Behavior)'은 "게으르다" 같은 평가가 아닌 "보고서 제출을 3번 놓쳤다"처럼 관찰 가능한 사실만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영향(Impact)'은 그 행동이 팀이나 회사에 미친 구체적인 결과를 설명하여 , 왜 이 대화가 필요한지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납득하게 만든다.
피드백의 목적은 사람의 인격이나 충성심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정 가능한 '행동'을 바꾸는 데 있다. "A님은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인격에 대한 비난은 방어벽만 높일 뿐이다. 대신 "A님이 B 작업을 누락하여 C팀의 일정이 지연되었다"처럼 구체적인 '행동'과 그 '결과'에만 집중해야 한다. 이는 상대방에게 성장 마인드셋을 자극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명확한 길을 제시한다.
✓ 피해야 할 표현 (평가와 비난) :
- "A님은 요즘 좀 해이해진 것 같아요." (구체성 없는 평가)
- "왜 그렇게밖에 못 해요? 초심을 잃었어요?" (비난과 인격 공격)
- (칭찬으로 시작해서) "그런데 말이죠..." (똥 샌드위치)
✓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 (SBI + 창업가의 의무) :
+ (SBI 적용) "어제 3시 미팅에서(상황), 클라이언트가 가격 정책을 물었을 때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습니다(행동). 그 결과 클라이언트의 신뢰를 잃고 계약이 보류되었습니다(영향)."
+ (창업가의 입장) "저는 A님을 동료로서 아끼지만, 동시에 이 회사의 'A급 기준'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성장 유도) "이 기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A님이 생각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제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픽사(Pixar)의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 회의는 비판적 피드백이 어떻게 두려움이 아닌 성장의 문화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회의는 감독이 자신의 몇 년간 만든 미완성 작품을 동료 감독들에게 공개하고, 그들로부터 처절할 정도로 솔직한 피드백을 받는 자리다.
브레인트러스트의 핵심 원칙은 '작품(행동)은 비판하되, 감독(사람)은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그들은 "이 캐릭터는 지루하네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주어) 저 캐릭터의 동기에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 피드백은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제안'일뿐, 최종 수정 여부는 감독의 고유 권한임을 명확히 한다.
이처럼 '개인적인 배려'(감독의 권한 존중)라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있기에, 창작자들은 '업무적인 단호함'(작품의 'A급 기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성장을 위한 최고의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피드백을 미루는 것은 창업가의 '의무'를 방기 하는 것이다. 다음 1on1 미팅에서, 팀원에게 줄 단 하나의 '성장을 위한 피드백(SBI)'을 미리 준비하라.
[ ] 나는 피드백의 목적이 상대방의 성장이자, 회사의 'A급 기준'을 지키는 것임을 명확히 했는가?
[ ] 나는 모호한 평가가 아닌, 구체적인 '상황-행동-영향(SBI)'을 준비했는가?
[ ] 나는 상대방의 인격이나 충성심이 아닌, 관찰 가능한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가?
[ ] 비판 후에 명확하고 실행 가능한 '다음 단계'를 함께 논의했는가?
[ ]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질문'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는가?
✓ (해외 도서) 킴 스콧(Kim Scott), 『실리콘밸리의 유쾌한 성과 관리 (Radical Candor)』: 이 챕터의 핵심 철학인 '개인적 배려 + 업무적 단호함'을 제시한 최고의 바이블.
✓ (해외 도서) 『Crucial Conversations (핵심 대화)』: 감정이 격해지기 쉬운 어려운 대화를 풀어나가는 구체적인 기술들을 다룬다.
✓ (국내 도서) 김창준,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 피드백을 '학습'과 '성장'의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깊은 통찰을 준다.
긍정적인 의도로 명확한 비판적 피드백을 전달했다(17장). 하지만, 수개월간의 피드백과 코칭에도 불구하고 그 직원의 역량이 회사의 성장 속도를 도저히 따라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 그가 당신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충성스러운 '초기 멤버'라면? 다음 챕터에서는 "회사의 성장이 당신을 넘어섰습니다"라는, 피드백보다 더 무거운 역할 전환의 대화를 알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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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brunch.co.kr/brunchbook/leader-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