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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댐의 바닥을 긁지 마라, 새로운 물길을 틀 시간이다

2-11. [슬럼프 극복] 창작의 고통을 관리하는 재충전의 기준

by jaha Kim

<창작은 결정이다>

Part 2: 당신의 창작을 위한 의사결정 노트


2-11. [슬럼프 극복] 창작의 고통을 관리하는 재충전의 기준



[딜레마] 마른 댐을 바라보는 죄책감


첫 번째 비극: 댐 바닥을 긁어내는 창작자

여기, 슬럼프에 빠진 창작자가 있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의 창작 댐(Dam)이 마른 것이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어떻게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려한다(억지로 쓰기). 그는 텅 빈 모니터 앞에서 8시간을 버티지만, 나오는 것은 흙탕물뿐이다. 그는 '물이 없는' 댐을 탓하지 않고, '물을 퍼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한다. 이것이 '마른 댐'을 인지하지 못한 창작자의 첫 번째 비극이다.


두 번째 비극: 마른 댐 앞에서 망부석이 된 창작자

여기, 또 다른 창작자가 있다. 그는 댐이 마른 것을 알기에 '쉬어야 한다'라고 결정한다. 하지만 그는 마른 댐 근처를 떠나지 못하고, "언제쯤 물이 다시 찰까"라며 불안해한다(죄책감뿐인 휴식). 그의 휴식은 '새 물길을 찾는 여정'이 아닌, '물이 차기만을 기다리는 도피'이다. 제대로 쉬지도, 제대로 채우지도 못하는 상태. 이것이 '현명하게 쉬지 못하는' 창작자의 두 번째 비극이다.


'고갈'이 아니라 '흐름'이 문제

슬럼프는 '재능의 고갈'이 아니라 '흐름의 정체'이다. 두 비극은 슬럼프가 '왔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댐이 비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발생한다. 마른 댐 바닥을 긁거나(자책), 마른 댐만 바라보며 비가 오길 기다리는(죄책감)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문제 재정의] 슬럼프는 '재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축적'의 문제다


슬럼프는 '채우라'는 신호다

이해인 수녀는 "하고 싶은 말들을 서랍에 담아, 그 서랍이 넘칠 때 비로소 시가 쓰인다"라고 했다. 창작은 '쥐어짜는' 작업이 아니라 '넘쳐흐르는' 현상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슬럼프는 '의지박약'이나 '재능 고갈'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지금 당신의 서랍이 비어있다", "당신의 댐에 모인 물이 없다"는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신호'이다. 문제는 텅 빈 서랍에서 무언가를 억지로 꺼내려하는 '잘못된 의지'다.


우리의 진짜 결정: '새로운 댐'을 짓는 일

결국 슬럼프 극복의 실패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사유'라는 물을 모으는 '축적'의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의사결정의 실패'다.


따라서 우리가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어떻게 억지로 쓸까'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마른 댐(기존의 방식)을 떠나, 어디에서 '새로운 물길(경험과 사유)'을 찾아 '새로운 댐(낯선 환경/기준)'에 물을 채울 것인가? 그리고 그 물이 넘쳐흐를 때까지 어떻게 '축적'하고 '기다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결정 기준] '새로운 물길'을 트는 3가지 의사결정


자책하며 책상에 앉아 있는 대신, '새로운 댐'을 짓고 '경험과 사유의 물'을 모으기 위한 3가지 의식적인 '결정'은 다음과 같다.


기준 1. 의식적인 휴식: "마른 댐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한다"

이것은 '엔진 과열(번아웃)' 상태일 때, 즉 물을 모을 '체력' 자체가 소진되었을 때 내려야 할 결정이다.

+ (진단) 창작뿐 아니라 모든 일에 무기력하다. 댐을 지을 기력조차 없다.

+ (결정) '죄책감 없는' 휴식을 선언한다. '창작과 연결된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차단한다. 산책, 수면, 운동 등 '새로운 물길'을 찾는 것이 아닌, '댐을 지을 땅(육체)'을 다지는 데 집중한다.


기준 2. 새로운 인풋 확보: "새로운 물길(경험과 사유)을 찾는다"

이것은 체력은 있지만, 댐을 채울 '물(재료)'이 고갈되었을 때(매너리즘) 내려야 할 결정이다.

+ (진단) 글이 지루하고, 내 작업이 자기복제되는 것 같다. 창작은 하고 싶지만 '무엇을' 할지 모르겠다.

+ (결정) '낯선 자극'을 수혈한다. 나의 '서랍'과 가장 먼 분야의 '경험과 사유'를 의도적으로 찾는다. (예: 디자인 창작자가 역사책 읽기, 소설가가 건축 잡지 보기). '새로운 물길'을 찾아 댐으로 끌어온다.


기준 3. 작업 환경의 변화: "새로운 '장소'에 댐을 짓는다"

이것은 물(인풋)도 있고 체력(에너지)도 있지만, '같은 장소'에 갇혀 물이 고여 썩어가고 있을 때(고착화) 내려야 할 결정이다.

+ (진단) 책상에 앉으면 자꾸 딴짓을 한다. 현재의 작업 공간이 '감옥'처럼 느껴진다.

+ (결정) '물리적 공간'을 바꾼다. 매일 가던 '댐(작업실)' 대신 '낯선 강가(여행한 곳의 카페)'로 간다. 같은 장소에서 물이 고이기를 기다리는 대신, 물이 흐르는 새로운 장소로 '환경' 자체를 옮긴다.


창작자에게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문화는 숙명이자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는 공식과도 같다.




[적용과 사례] '나'의 댐에 맞는 처방전 내리기


적용: 나의 슬럼프 진단 체크리스트

다음 질문을 통해 나의 댐이 왜 비어있는지 진단하고, 그에 맞는 기준을 적용한다.


[Check 1: 체력 고갈 진단]

최근 1달간 제대로 쉰 날이 없는가?

글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일'처럼 느껴지는가?

- (YES 2개 이상) → 결정: 기준 1 (의식적인 휴식) 적용 (댐을 떠나라)


[Check 2: 재료 고갈 진단]

에너지는 있지만, '뭘 써야 할지' 막막한가?

내 최근 작업물이 과거의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는가?

- (YES 2개 이상) → 결정: 기준 2 (새로운 인풋) 적용 (새 물길을 찾아라)


[Check 3: 환경 고착 진단]

아이디어는 있지만, 책상에 앉으면 집중이 안 되는가?

현재 작업 공간이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지는가?

- (YES 2개 이상) → 결정: 기준 3 (환경 변화) 적용 (새 댐을 지어라)


사례: 창작자 유형별 '새 물길' 찾기


사례 1. 번아웃에 걸린 데일리 웹툰 작가

(진단) 댐을 지을 체력조차 없다. (기준 1: 체력 고갈)

- (나쁜 결정) "독자와의 약속"이라며 마른 댐 바닥을 긁는다. (그림 퀄리티 저하)

+ (좋은 결정) 독자에게 '휴재'를 공지한다. '의식적인 휴식'을 선언하고, 만화와 무관한 등산이나 요리를 하며 '댐을 지을 땅(육체)'부터 다진다.


사례 2: 매너리즘에 빠진 브랜딩 디자이너

(진단) 기존의 물길이 말랐다. (기준 2: 재료 고갈)

- (나쁜 결정) 디자인 레퍼런스 사이트만 하염없이 본다. (마른 강 상류만 바라봄)

+ (좋은 결정) '새로운 인풋'을 찾아 디자인과 무관한 '고생물학 박물관'이나 '전통 시장'을 방문한다. '낯선 물길(사유)'을 찾아 자신의 댐으로 끌어온다.


사례 3: 집중력이 고갈된 재택 소설가

(진단) 댐이 오래되어 고인 물이 되었다. (기준 3: 환경 고착)

- (나쁜 결정) "나는 의지가 약하다"며 자책한다.

+ (좋은 결정) '작업 환경의 변화'를 결정한다. 노트북을 들고 집 앞 도서관의 '칸막이 열람실'이나 '낯선 동네의 카페'로 '댐의 위치'를 옮긴다. 혹은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찾기 위해 낯선 곳에 한 달 살기를 시도한다.




[챕터 요약] 핵심 원칙 되새기기


슬럼프는 '고갈'이 아니라 '채움'의 신호다

슬럼프는 창작 과정의 일부이며, 당신이 '재능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사유를 채울 시간'이라는 신호이다. 억지로 쓰는 것과 현명하게 쉬어가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프로 창작자의 의사결정이다. 또한 역작 또한 이런 슬럼프로 인한 잠시 쉼 이후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떠면 슬럼프는 창작가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일지도 모른다.


프로는 영감을 쥐어짜지 않고, 넘쳐흐르도록 관리한다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는 "무엇이든 당신을 흥분시키는 것을 쫓으라. 그것이 당신을 다른 이들과 다르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슬럼프는, 지금껏 당신을 흥분시켰던 '익숙한 물길' 대신, '낯선 물길'을 찾아 떠나라는 초대장이다.


결국 슬럼프 극복이란, 마른 댐 바닥을 긁으며 자책하는 '수동적인 기다림'이 아니다. 그것은 '휴식', '인풋', '환경'이라는 3가지 기준을 통해 '새로운 댐'을 짓고, '새로운 물길(경험과 사유)'을 찾아, 그 서랍이 다시 '넘쳐흐를' 때까지 '의식적으로' 축적하고 기다리는 '능동적인 관리'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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