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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Jan 05. 2024

소설의 맛.

나의 꿈 이야기.

한겨레의 일반소설 수업에 참여한 지 이제 5-6개월째. 심화반을 출발하면서 썼던 글에 대한 3번째 합평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번째 쓸 때 너무 고칠 것이 많았어서 그런지 합평날이 다가오는데도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한 편에 계속 등장인물의 이름이 남아 있었다. 걔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얘한테 이건 어떤 의미일까? 산책하면서도 운전하면서도 심지어 아이를 돌보면서도 나는 답이 없는 물음을 계속 던지는 느낌이었다. 합평 디데이 3일 전, 나는 드디어 파일을 열어보았다. 반 포기 상태로 지은 치졸한 제목부터 바꾸고, 플롯의 순서를 바꾸었다. 가장 핵심 사건이 되는 걸 앞으로 옮겨 등장인물들의 유대를 쌓는데 쓰고, 일에 대한, 능력에 대한 것들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빼고 소설이면서도 실제 인물 같이 쓰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고치면서도 대체 내가 무슨 주제를 쓰고자 했을까 사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사실 제일 말하고 싶은 건 모성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나는 이전 입문 반에서 쓴 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고 그 글에 대해 다시 수정해서 끝낸 뒤 이 소설을 만질까 많이 고민했다. 합평 세 번째는 선택사항이었으므로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내 소설을 이렇게 객관적으로(여러 번 함께 보다 보니 완전 객관적이라 할 순 없겠지만) 이야기해 주고 도움 되는 이야기들을 해주는 곳을 또 어디서 만날 수 있겠나.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앞에 부분에 힘을 실어 바뀐 이야기들을 나열했고 뒷부분은 시간이 없어 많이 수정하지 못하고 플롯 배열만 조금 다르게 하여 정리해서 올렸다.

드디어 합평의 날. 감사하게도 앞부분으로 바뀐 부분에 대해 좋은 이야길 해주셨고 좀 더 정돈된 느낌이 든다고 해주었다. 문우들의 말에 성실히 바뀌는 소설을 보며 책임감까지 느껴진다는 문우의 말.

여전히 수정할 것도 담아야 할 것도 많았지만 어쨌거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소설을 잘 읽는 사람은 아니었다. 자기 계발서를 좋아했고 무언가 이끌어주며 이야기해주는 글들을 좋아했다. 하지만 이번에 수업을 수강하며 단편소설들을 어쩔 수 없이 많이 읽게 되었는데 단편소설이 주는 울림과 잔상이 꽤 인상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인물에 대해 생각하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이 이것이었다. 소설이야말로 정말 인간 군상에 대한 통찰과 본질을 담은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 시대에 살고 있을 법한 사람을 만들고 그 또는 그녀가 겪을 이야기들을 엮어 나가고 그것이 공감과 유대를 가지게 하려면 인간 본성에 대해, 인간 본질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현직 소설가인 선생님이 눈이 가장 냉철하고 무얼 말하는지 여부를 잘 파악하시는 것이겠지. 그런 선생님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소설가야말로 허구가 아닌 실제 삶에 잘 녹아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덕분에 요즘 몸이 피곤하고 힘들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어떤 인간에 대한 고찰을 강제로 하고 있다. 이 인물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그들의 삶과 비슷한 삶을 찾아보고 듣고 쓰고 향유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소설의 맛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허구의 인물을 통해 진짜 인간의 이야길 하는 것. 그게 바로 소설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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