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에 숨어있는 잔인함과 무지함을 돌아봅니다.
어느 좁다란 고갯길에서 공교롭게도
신부의 행차 둘이 서로 부딪쳐 시비가 벌어졌습니다.
두 신부의 집안은 학문의 계통이 달라
오랫동안 다퉈온 가문이었지요.
고개가 높긴 했지만
가마가 비켜갈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길목은 아니었는데요,
양쪽 집안 모두, 비켜가는 가문이 상대에게 굽히는 거라는 생각으로
양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사흘...!
자신의 학통을 지키겠다는 허황된 자존심 하나로 버틴 두 집안.
각 학문의 계통을 같이 하는 유생과 문하생들까지 나와
응원 했고
상대를 헐뜯으며 반목해온 두 문하는 절대 질 수 없다며 버텼습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사흘을 맞선 그들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슬그머니 무거운 돌덩이가 가마 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두 딸은 그걸 붉은 비단 치마에 싸안고
벼랑 밑 강으로 뛰어내립니다.
딸들의 희생을 강요한 문중 사람들에 의해
시집가던 바로 그 날, 신부는 강물 속에 가라앉고
가마는 오던 길로 서로 되돌아갔다는 얘기...
혼례용 가마가 상여가 되어버린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광해군 때, 하동의 가마고개에서 있었던
실제 얘기라고 하는데요,
옛 조선시대 여인들의 수난과 어처구니없는 희생 얘기가
고을마다 전해지니, 아픈 역사의 한 면이기도 합니다.
공자는 ‘군자불기(君子不器)’
즉,
‘군자는 모름지기 그릇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그릇이란 한 번 채워지면 더 이상 다른 것을 받아 들일 수 없어
한 가지만 고집하게 되고,
외곬의 인생이 되어버리니,
채워도 채워도 다 채울 수 없는 큰 그릇이 되라는 뜻인데요,
크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아주 작은 고집 하나로 생명까지 버리게 하다니.
인간 안에 있는 잔인함과 무지함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