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가 아닌 또 다른 달리(DALL-E)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미지의 공포는 더 심화됩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내 일자리도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듭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 이 상황을 깊이 사고해 보고 연구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시간을 내어 충분히 고민할 여유가 없고, 상황은 이런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은 채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예나 지금이나 쑥쑥 자라며 꿈에 부풀어 자신의 장래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그 장래가 10년 후에도 남아 있을지, 사라질지,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교육이란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준을 세워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어른들의 시각으로도 그 기준이 잘 파악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행복하면 됐지 하고 지켜만 보고 있기에는 우리 아이가 미래에 필요한 교육들을 부족하게 받고 자라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집니다. 혹은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교육을 계속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두려움도 생깁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도는 카더라 정보는 모두 그럴싸해서 참 휘둘리기 쉽지만, 동시에 편향되고 오판 가능성이 높은 정보라는 것을 알기에 이것만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재단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 역시도 학생들이 조금씩 성장할수록 이러한 걱정이 더욱 엄습했습니다. 저는 아직 미혼이고 자녀도 없습니다. 그러나 미술 선생님이라는 전문직에 10년 이상 종사하면서 아이들을 책임감 있게 바라보다 보니 위와 같은 생각들이 저를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이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저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며, 필요한 교육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실행해주려 노력했습니다. 제가 게으름을 피워 우리 아이들이 미술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 생길 때면 더욱 분주해졌습니다.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한두 아이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아이의 장래희망과 다가오는 사회의 변화 사이의 괴리는 분명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더 나은 교육방향을 모색해야 할 만큼 심각하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손기술이 중요한 ‘미술’이라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손기술’ 만큼 로봇으로 대체되기 쉬운 분야가 또 없지만, 살아가면서 ‘손기술’ 만큼 요긴한 기술도 없습니다. 앞서 AI 전문가가 아닌 제가 현실 직시를 하자며 부러 AI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길게 늘어놓은 이유는, 현재 진행 중인 AI 기술의 발전에 대해 조금이라도 제가 알고 있는 틀을 공유하고, 비슷한 두려움을 느끼는 분들과 이 책의 시작부터 함께 동질감을 형성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 기술 중 하나인 그림 그려주는 AI, “달리(DALL-E)”에 대해서는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술은 우리 책에서 더 깊이 다루어야 할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달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리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만을 알았습니다. 이제는 AI 화가 달리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AI 달리는 2021년 1월 출시되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원하는 대로, 구체적일수록 더 원하는 이미지에 가깝게, 때로는 나의 생각보다 더 높은 퀄리티로 그림을 그려주는’ 스마트한 생성형 AI 화가입니다. 이 AI 화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동시에 많은 예술가들에게 미래 불안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랍게도, 이 AI 달리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들의 발전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부터 이러한 AI 기술들이 미술계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미술계의 변화를 더 세부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두려움을 피하거나 그저 불안한 영역으로 치부하며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바로 우리가 직시해야 할 ‘현실’이며, 당장 대비가 필요한 ‘근미래’요, 큰 흐름을 예측해 대비해야 할 ‘장기적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