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선택 할 것인가 고민되신다면.
이 책에서는 미술인들의 미래를 ‘적응’과 ‘창조’라는 두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지금의 흐름을 놓고 본다면, 선택한 이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이 분명히 보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낙관은 결코 가볍게 볼 만한 추측은 아닙니다.
단순 반복 업무는 점차 자동화에 잠식되고 있으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각광받던 개발자 직군조차 더 이상 호황이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AI를 직접 개발하고 적용했던 개발자가 조직에서 해고되는 일도 실제로 빈번히 벌어지기 시작했지요. 이는 기술 발전의 흐름 속에서 높은 비용의 인력이 더 효율적인 기술에 의해 대체되는 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미술인들 또한 단순 작업자가 아닌, 창의성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한 전문직으로 바라본다면 그 미래가 결코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사라질 직업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선명한 역할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성향이나 꿈꾸는 미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미술이라는 방향을 무작정 꺾으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적응: 주어진 환경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
창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이제 미술계의 대부분 직업군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롭게 배우고 새 역할을 창조해 나가야 하는 영역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갈 길로 말하자면 ‘개척’의 영역을 걷는 셈입니다. 융합의 시대에 미술계열은 꽤 많은 분야가 개척의 영역에 놓이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통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은 매우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길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여전히 계실 것입니다. 우리 제자들이 편한 길로 가길 바라는 마음이 제게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 길이 약간 모험적일 지라도 잘 맞는 길이 가장 편한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합니다. 또한 예술인으로서 이런 아이들의 편을 들어 보자면, 삶을 살며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도 압니다.
그러므로 미술인의 길이 적응과 창조, 그리고 개척의 영역에 속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서도 그 길을 묵묵히 각오해내는 다소 고집스러운 자녀가 있다면, 자녀 안에 도저히 꺾을 수 없는 미술인의 기질이 흐르고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그 길을 무작정 막기보다는 이 아이가 이 미술계 안에서 어떻게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가능하다면 자녀가 개척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를 응원해 주세요. 그리고 부모로서, 양육자이자 교육자로서, 자녀가 그 길에 어울리는 지적 자산과 내면의 힘을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도록, 길을 닫기보다 열어주는 사람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특히 요즘 시대에는 마치 인간의 대척점에 서 있는 듯한,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를 위협하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하는 AI라는 기술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어둑한 빛 속에서 개인지 늑대인지 모를 이 AI가 우리 아이에게 위협이 될지, 든든한 동반자가 될지는 결국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 옛날 컴퓨터 활용 능력을 익혔던 세대들처럼, 지금 우리는 AI라는 새로운 도구의 본질과 변화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위한 태도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휘둘릴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책임지는 어른으로서 먼저 배우고, 고민하고, 현명하게 다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의 감각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점점 굳이 컴퓨터를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익혀 쓰게 되었던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 역시 AI 자체는 훨씬 더 빠르고 능숙하게 다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은, 도구를 얼마나 많이 알고 다루느냐가 아니라 그 도구를 어떻게 창의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가에 대한 사고력과 표현력입니다. AI나 디지털 기술은 결국 도구일 뿐이고, 아이들이 진짜 길러야 할 능력은 자신의 감각과 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해 낼 줄 아는 창의성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능력이, 미래의 미술인을 넘어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해 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개척: 전례 없는 영역을 처음으로 시도하거나 열어가는 행위
활용: 존재하는 자원이나 기회를 효과적으로 써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