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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상업미술에 직격탄을 날리다. (디자인)

상업미술 분야의 현재와 미래

by 표수

11. AI, 상업미술에 직격탄을 날리다. (디자인)

상업미술 분야의 현재와 미래



‘가장 비싼 기술이 가장 저렴한 기술로 대체된다’고 했던가요? 이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의 주장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경제적 발전이 기존의 기술, 제품, 산업 구조를 새로운 효율적인 것으로 대체하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자동화 시스템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이 이론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술계 외의 간단한 예로는, 가장 비싼 기술인 '고용 인력'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술인 '키오스크'(자동화 시스템)로 대체되는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진로로 꼽는 디자인, 애니메이션 계열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급속도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생성형, 반응형 AI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인간 직원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그림을 다 그려준다. 이제 영상도 만든다."라는 말이 미술 분야, 특히 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 분야에서 현실이 되었습니다. 미술 분야는 크게 순수미술과 상업미술,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각광받는 애니메이션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육 및 치료 분야도 대한민국의 경쟁이 심화되며 떠오른, 소수이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직업군입니다.


이중 현재까지 미술계에서 가장 큰 취업/고용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는 상업미술입니다. 상업미술 분야는 그래픽 디자이너, 건축 디자이너, 패션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디자이너 등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군은 그래픽(시각)디자인과 영상디자인입니다.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과는 인기가 높지만, 불과 10-15년 전만 해도 시각디자인과는 입시 미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던 선망의 직업군이었습니다. 저 역시 그 시기에 시각디자인과에 진학하여 졸업했기 때문에 그 뜨거운 경쟁의 열기를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시각디자인과를 지망하게 된 이유는 다루고 있는 학과목의 폭이 넓어 가장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분야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인쇄매체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 디자인,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UI/UX 디지털 디자인, 기업 브랜딩, 광고디자인 등의 다양한 분야를 두루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디자인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시각디자인학과에 진학해보니, 2D 또는 인쇄매체 디자인을 다루는 것이 여러 신기술들에 비해 클래식한 기술 영역에 속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3D 디자인 기술은 주로 애니메이션과나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다루었고, 시각 디자인과 에서는 몇몇 학교에서 선택 수업 정도로만 비교적 소심하게 다뤘습니다. 그래서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주로 지류와 2D 중심의 그래픽 디자인을 더 중시하여 배웠으며, 그와 동시에 3D 영상 제작 분야와 같은 신기술 강의를 스스로 찾아 듣기도 했습니다. UI/UX 분야 또한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다른 학교의 강의까지 찾아가 청강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이때가 지류와 2D 중심의 그래픽 디자인에서 웹과 영상 디자인으로 상업 미술계의 주류가 이동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술학원 선생님이 되었지만, 당시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동기들은 대부분 전공을 살려 지류, 패키지 디자인이나, 웹 디자인 분야에 취업을 했습니다. 그래도 당시까지는 2D 디자인 기술만으로도 비교적 쉽게 취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 동기들은 대부분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현업에 있는 분들의 민감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이직을 준비하거나 이미 이직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자발적 이직이 아니라, 회사가 문을 닫거나, 합병되거나, 업무가 축소되면서 인원 감축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출판과 인쇄업계는 AI를 비록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문을 닫았고, 북 디자인 분야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디지털 기기와 전자책의 등장으로 불황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때 3D 기술을 미리 배워놓았거나, 조금이라도 실무에서 다루어 봤던 사람들은 비교적 빠르게 3D 기술자로 이직하는 상황도 보여졌습니다. 3D 영상의 구현이나, 3D 프린터의 발전 등은 고도화 되면 고도화 될수록 세밀해지고 있었고, 그만큼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마야(Autodesk Maya), 시네마4D(Cinema 4D), Z브러쉬(Z브러쉬)등의 3D프로그램들을 다룰 수 있으면 비교적 쉽게 취업이 가능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드라마에 사용되는 CG영역도 마찬가지로, 더 세밀한 그래픽을 구현 해 낼 수 있는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만큼 그 그래픽을 만들어 낼 더 많은 사람의 손이 필요해 졌고, 이들 인력을 고용하기 위한 예산은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가장 비싼 기술이 가장 저렴한 기술로 대체된다.’의 목표물이 되었고, AI 산업의 발전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지요.


특히 2021년 AI 달리(DALL-E)와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발표되면서, 디자인 산업계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각국에서 개발되어 뒤를 이었고, 대표적인 디자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어도비(Adobe)에서도 AI 기반 디자인 도구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등을 출시했습니다. 다양한 AI 기술들이 등장이 디자인 업계에 많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한 이런 디자인 도구들의 신생과, 발전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AI기술이 접목된 디자인 도구들이 발전되고, 실용될수록, 2D 디자인 회사들의 폐업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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