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AI 시대, 어떤 디자이너들이 살아남을까? (디자인)

디자인 회사들의 줄 폐업 위기

by 표수

12. 디자인 회사들의 줄 폐업 위기와 미래

2D -> 3D -> ?


AI디자인 도구들의 발전이 디자인 회사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기에 줄 폐업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 되었을까요?


먼저, 원하는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많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이제는 생성형 AI프로그램이 탑재된 디자인 프로그램들을 사용하여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고도, 전문적으로 보여 질수 있을만한 디자인 창작물을 손쉽게 뽑아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디자이너들은 앞서 말한 어도비 소프트웨어에 탑재되기 시작한 파이어플라이(Adobe FireFly) 등의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되면서, 디자인의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고, 한 명의 디자이너가 AI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디자인 창작물을 더 손쉽게 디자인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고객으로 일하는 디자인 전문 회사들은 더 이상의 인력이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일감은 줄어들고 있고, 한명의 디자이너는 예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은 디자인을 소화해 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요약하자면 시장 규모가 계속해서 더욱 축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부분으로, 디자이너를 고용해서 직접적으로 직원으로 두었던 대부분의 큰 기업들도 디자이너들을 이전보다 덜 필요로 하게 되었을 것임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2D에서 3D로, 3D에서 VR/AR 분야로 자기 개발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지만, 3D마저도 AI의 마수가 뻗쳐지고 있습니다. 한 실무자는 냉철히 "2D는 이미 죽었다. 3D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고 판단합니다. AI 기술의 발전이 3D 디자인과 VR/AR까지 손을 뻗으며 많은 디자인 노동자들을 컴퓨터 작업들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2월에 발표된 AI 소라(AI Sora)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최대 1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며, 중국의 AI 비두와 같은 기술들도 이와 경쟁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애니메이션 업계와 영상 업계에도 고용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디자이너들이 배우고 있는 3D 제작 기술과 프로그램들마저도 곧 불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에게는 참으로 아비규환 같은 상황이 초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의 기존 소프트웨어에 AI 기능이 통합되면서, 전문 디자이너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방향성을 뚫어내고 있다고 광고 하지만, 이마저도 앞선 폐업의 원인 중 한 명의 디자이너가 AI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디자인 창작물을 더 손쉽게 디자인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방향성을 생각해 본다면, 발전과 동시에 디자인계의 취업 시장을 더 축소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 할 것입니다.


아무리 디자이너들이 역량 강화와 새로운 기술 습득을 숙명처럼 여겨야 하는 존재들이라고 해도,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겨운 현실입니다. 살아남기 위해 새로 배운 기술조차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될 것이 예고되어 있다면, 어느 누가 디자인계에 쉽게 발을 들이겠습니까? 그러니 기술적인 면에서는 디자인 인력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입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에 따라 사라지는 직업도 생기고, 새로운 직업도 생겨납니다. 우리는 흔히 ‘사라질 일’에 주목하고 대비하려고 하지만, 사실은 앞으로 새롭게 생겨날 분야에 더 주목해야, 미래를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직 현실에서 완전히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제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분야는 앞으로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밝은 가능성을 가진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분야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분야는 최근 AI(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이 훨씬 간단해졌습니다. 예전엔 복잡한 기술과 수작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가 많은 부분을 대신해줄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기업들도 이 기술을 더 넓게, 더 자주 활용하고 싶어졌고, 그만큼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커지는 시장 속에서는,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AI는 이제 글뿐만 아니라, 그림, 영상, 목소리 등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런 기술을 ‘멀티모달 AI’라고 해요. 우리 실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폰을 넘어서, 안경처럼 쓰거나, 시계처럼 착용하는 AI 기기가 우리의 일상에서 주요한 정보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도 스마트링이나 스마트워치가 나오고 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AR을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착용형 기기’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지요.


이런 시대가 온다면, 기업들은 단순한 기술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사람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표현하느냐, 다시 말해 디자인의 힘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VR, AR, 그리고 ‘사람 중심 디자인’ 분야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한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는 말이 있지요?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디자이너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각 개인이 디자이너로서 걸어갈 수있는 더 창의적이고 중요한 문이 열리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떤 디자이너들이 살아남을까?


이처럼 지금의 과도기가 지나고, 머지않아, 디자이너의 역할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분명 있습니다. 그중 가장 쉽게 예측 가능한 분야는 이 생성형 AI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다루는 될 디자이너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디자이너라는 직업군에 들어서게 된다면, 그들은 AI와 협력하고 이 프로그램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서 전보다 더 빠르게, 더 좋은 퀄리티로, 개성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디자이너로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미래 디자이너들의 장점은 더 이상 불편한 마우스 커서로 오랜 시간동안 그래픽을 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펜 드로잉도 지금처럼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더 적은 시간을 들여도, 드로잉 실력이 크게 좋지 않아도 디자인이 가능해 집니다. 그동안 이런 작업방식들이 디자이너들의 시간을 잡아먹고, 작업에 한계가 되며,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창작물을 펼쳐내는데 제동을 걸어왔다면, 이제는 AI 명령으로 직접적이고 다소 지루한 노동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흔히들 3D 디자인 기술자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자조석인 말로 설명하곤 할 때 컴퓨터 앞의 3D 노동이라고 표현 하곤 하였습니다. 3D 작업은 종종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한 계산이 필요하며, 반복적으로 미세하게 수정해야 하는 과정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컴퓨터 성능에 의존해 긴 렌더링 시간을 기다리는 등, 이런 과정이 마치 공장에서 반복적 노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지곤 하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처음 이 직업군에 들어섰을 때 원했던 자아실현의 궁극적인 디자인의 영역은, 이러한 노동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예술적인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였지만, 그동안은 현실적인 시간적 제약으로 그러한 기회가 제한된 채 노동의 영역에 머물러 있게 되는 디자이너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런데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러한 인식을 완전히 벗어날 좋은 상황이 온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디자이너에 대한 직업적 위신은 지금보다 더 높아지겠다고 추측 가능해 집니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기술의 발전은 감각과 창의성이 있는 디자이너들이 AI와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이 결론에서 중요한 교육의 영역이 생기게 됩니다. 바로 ‘감각’과 ‘창의성’입니다. 매우 추상적인 이 두 단어로 어떻게 교육의 방향성을 잡아가야 할지 막막 하시겠지만, 이미 교육계에서는 깨어있는 선생님들이 학교와 학원, 도서관 등지에서 발 빠르게 이런 상황을 대비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다방면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방의 작은 저희 학원만 해도 개원 때부터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고 가르치기 위해 학원의 핵심 가치를 ‘창의력 융합 미술’ 로 정하고 이를 슬로건처럼 사용하며 이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교육계에 있는 입장에서, 이러한 교육을 선택하고 수업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이러한 교육의 실시를 이해받는 것이라고 느껴왔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적극 생각하게 되는 것에 비해, 학부모님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교육의 영역을 중요하게 인지하고 계신 분들이 적다고 느껴왔습니다. 중요하다고 이야기는 듣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왜’ 중요한지가 아직 와 닿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교육을 하기 위해 많은 학부모님들을 설득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교육을 선호하고 지지하는 것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주시는 것은 어디까지나 학부모님의 역할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AI가 발전함으로 인해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의 미래에 위기를 느끼기 시작하셨고, 이제 더는 이 가치에 대한 이해를 미루기가 어려운 시기가 왔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빠르고 자세한 이해와 설득을위해 이 책을 씁니다.


저희 아이들은 요즘 '과학의 달' 을 맞이해 우주에 대해 공부하고, 그림을 그립니다.


keyword
이전 11화AI, 상업미술에 직격탄을 날리다.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