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시대, 미래에도 미술은 여전히 유망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궁금한 것은 ‘AI의 시대, 미래에도 미술은 여전히 유망한가?’입니다. 어떤 이는, 시간이 흐르는 사건들의 강과 같아서, 눈에 띄는 일이 나타나자마자 곧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것이 채운다고 했습니다. 기술의 발전도, 개인의 삶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한국 미술계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어느 시점의 인식과 현실이 현재에 와서 크게 변한 것처럼, 지금 우리가 겪는 현실도 곧 강한 물살에 휩쓸려 과거가 될 것이고, 새로운 미래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바로 발 밑은 예측해봐야 소용이 없지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으니까요.
AI로 인해 미술계에 닥칠 변화도 이런 물살의 흐름에 빗대어 보면 역시 이미 근미래라고도 부르기 어려울 만큼 더 가까운 현실로 시시각각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몇 년 새 이미 우릴 지나쳐 저 먼 곳까지 흘러간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한국 미술계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AI 기술을 선도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 오랜 예술의 중심지였던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에 이르기까지. 그 거대한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AI의 발전 앞에서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것이죠.
그러니 한국 미술계의 상황이 아주 먼 과거에 비해 현재 나아진 곡선 상에 있었다고 해도, 그 그래프의 상승세는 다시금 불안해진 셈입니다. 이런 시기에 미래를 예측하려면, 먼저 현재의 위치를 잘 파악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 근시안 적으로 미래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보기 위해 애써야 하지요. 하지만 변화의 흐름을 타지 못한 이들은 그저 빠른 속도를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불안에 삼켜지고 나니, 교육에 있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어, 아이들은 무작정 더 따라야 할 것들도 많아지고, 해야 할 것들도 많아진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스키를 탈 때는 시선을 발밑이 아닌 더 먼 산 아래로 두어야 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습니다. 서핑을 할 때도 발밑만 바라보면 쉽게 균형을 잃고 파도에 휩쓸리지요. 하지만 두려움이 엄습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발밑을 내려다보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술을 조기에 접하게 하려는 ‘교육’ 마케팅은 이런 부모님들의 두려움을 적극 이용합니다. 불안을 자극하며 아이들이 더 빠르게 디지털 세계에 적응해야 한다고 설득하지요. 하지만 정작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교육’이 아니라, 부모들에게 가장 ‘팔릴 만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마케팅의 ‘다크 넛지(Dark Nudge)’에 쉽게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겉으로는 교육적 가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소비를 유도하는 전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앞에서 불안을 부추기는 광고들이 나부끼니 흔들리시겠지만, 우리는 순간적인 불안과 유행에 휩쓸리기보다,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다양한 정보를 섭렵하고 최대한 멀리 내다보는 시각을 가지는 것. 전체 흐름을 읽고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지혜이며, 불확실한 시대를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제가 이 책을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불안에 휩쓸리지 않고,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랍니다.
*다크 넛지(Dark Nudge)란?
원래 넛지(Nudge, 부드러운 개입) 개념에서 파생된 용어로, 개인의 이익이 아닌 기업이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선택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다크 넛지의 예시]
어린이 교육 마케팅: "AI, 코딩을 배우지 않으면 뒤처집니다!", "AI, 디지털 드로잉은 대세입니다! → 부모의 불안을 자극해 불필요한 교육 상품 구매 유도
온라인 구독 서비스: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복잡하게 설계
앱 내 유료 결제: 무료라고 광고하지만 핵심 기능은 유료
이처럼 다크 넛지는 사용자의 불안과 습관을 이용해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므로, 비판적인 사고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현재 실로 마법 같은 세상 속에 살고 있습니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처음 출간 되었고, 이 시리즈는 7권의 책과 8편의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해리 포터가 사는 마법 세계에서는 벽에 걸린 사진과 그림 속 인물이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며 울고 웃기며, 마법사들을 놀래 키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당시에는 작가의 상상력과 영화 속 CG 기술에 감탄했지만, 이제는 사진 속 인물이 움직이고 대화하는 일이 마법처럼 느껴지지는 않고, 오히려 과학처럼 여겨지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은 고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이 일상 속에 빠르게 스며들면서, 감탄할 틈도 없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박물관에만 가도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 구현된 사진이나 그림이 관람자와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벽에 걸린 그림이 말을 하는 정도는 더 이상 놀랍지 않습니다. 요즘 박물관은 진정으로 옛 유물과 미래 지향적 기술을 적절히 결합한 체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에는 마법을 대체할 만큼 강력하고 다양한 프로그래밍이 가미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AI 스피커, AI 로봇청소기 등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과학 기술의 집합체들이 우리의 삶을 보다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은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생명과학, 물리, 지구과학, 재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급진적인 변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과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군에 종사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이러한 변화가 두렵습니다. 언제나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주목하고,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변화를 기민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 덕분에 제 한 몸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그 발전이 결국 제 가족들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외 많은 심리학자와 사회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감정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적 반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급격한 기술 발전이 주는 변화만큼이나, 많은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고, 미리 알아보고, 길을 열어주려는 경향 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AI 프로그램의 관찰자이자 사용자로서, 최근에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이용해 다양한 AI 기술을 접하고 있습니다. 사소하게는 쇼핑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부터,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제공되는 콘텐츠, 영어 학습을 돕는 대화형 AI, 검색 엔진, 이미지 생성 모델 등 그 활용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금융 분야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AI가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동화된 투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AI를 활용하면 개인도 적은 비용으로 맞춤형 비서를 가질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어느 정도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즉, 그렇기에 더욱 이 기술이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파생되는 두려움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행동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이 두려움을 원동력 삼아, 파도 위에 서서 멀리 갈 길을 내다볼 시간입니다.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