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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하면 밥벌이 못하게 될까? (과거의 관점)

우선 이 관점은 현재의 AI 붐과 관련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 가자.

by 표수

5. 미술 하면 밥벌이 못한다는 오래된 시각


먼저 ‘미술 하면 밥벌이 못한다’는 과거의 시각에서 비롯된 우려의 원인부터 제대로 파헤쳐야겠습니다. 이 말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어온 세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한국전쟁 이후 경제재건 과정에서 빠른 경제 성장이 극도로 중시되어왔고, 예술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분야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유교 전통에서 비롯된 기술 천시와 학문 중시의 문화가 남아 있었기에, ‘가장이 미술을 하면 가족이 배를 곯는다’는 인식이 팽배해졌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어머니들이시지만, 때때로 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아버님들도 방문하시곤 합니다. 이분들 중 일부는 ‘남자가 미술을 하면 안 된다’는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 미술에 대한 재능을 억눌렀다고 회상하십니다. 그 재능을 아이가 물려받은 것 같다고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느끼십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조선시대 이후 가장의 역할을 남자가 주로 맡아야 했던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며, 지금도 은연중에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특히 남자아이들이 미술에 흥미를 보였을 때,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부모님들이 실제로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세대를 거치며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의사’, ‘판사’, ‘검사’ 같은 ‘사’ 자 직업을 가져야 한다고 밀어 붙여지고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국영수 중심의 학업 성취도가 강조되고 있고, 미술을 비롯한 예술이나 기술 훈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오래도록 굳건합니다. 가끔 외국의 어느 나라(주로 독일)에서는 기술자들이 판사나 검사와 비슷한 연봉과 대우를 받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딴 나라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미술 작가라면 경제적 불안정성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인식은 또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유명 화가 빈센트 반 고흐나 폴 고갱 역시 생전에는 가난하게 살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어렵사리 반대를 무릅쓰고 작가가 된 분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지금도 많습니다. 이로 인해 ‘미술 하면 밥벌이 못한다’는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미술 하는 사람들의 면전에서 해도 실례가 아닌 말이 되었습니다.


현재에도 경제적 불안정을 겪으면서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존재합니다. 수십 년간 미술 작가로서 작품 활동을 하며 경력과 명성을 쌓아온 분들부터, 아이패드가 생겨 디지털 도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초보 작가들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미술 작가는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정기적인 월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밥벌이’를 못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우려를 현재의 모든 미술 분야에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과거로부터 기인한 시각들은 더욱이요. 지난 20여 년간 미술 계열에서 파생된 직업군들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상업 미술 분야에서 디자이너들의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다양한 산업에서 미적인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하면서, 전문 디자이너들이 고용되었고, 이는 전통적인 미술가들이 겪는 경제적 불안정성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술대학이나 상업 미술 분야의 인재들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특히 디자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분야는 지난 20여 년간 크게 성장하며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많은 디자이너들이 미술의 영역에서 각자의 지평을 넓히며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따라서 과거 어른들의 오래된 시각에서부터 비롯된 우려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의 ‘우리 아이가 먹고살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더 이상 같은 맥락에서 출발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시각에서 잔존하고 있는 생각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우리가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미술계는 더 이상 과거 인식처럼 ‘무조건 밥 굶는’ 직업군으로만 여길 수 없습니다.


또한 비록 아직까지는 통계상 여성 디자이너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우리는 분명 남성도 미술을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습니다.



[별첨 2] 다양한 미술 직업군, 큰 갈래 알고 가기


순수미술 (Fine Arts)

순수미술은 주로 예술적 표현과 창작을 목적으로 하며, 주로 전시회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발표합니다.

-화가 (Painter): 유화, 수채화, 아크릴화 등을 통해 작품을 창작.

-조각가 (Sculptor):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조각 작품을 제작.

-판화가 (Printmaker): 목판화, 석판화, 동판화 등 판화를 제작.

-드로잉 아티스트 (Drawing Artist): 연필, 목탄 등을 이용해 드로잉 작품을 창작.


상업미술 (Commercial Arts)

상업미술은 주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디자인되고, 광고, 출판,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됩니다.

-그래픽 디자이너 (Graphic Designer): 포스터, 브로슈어, 웹사이트 등의 시각적 디자인을 제작.

-일러스트레이터 (Illustrator): 책, 잡지, 광고 등을 위한 삽화를 제작.

-광고 아티스트 (Advertising Artist): 광고 캠페인을 위한 시각적 콘텐츠를 제작.

-패션 디자이너 (Fashion Designer): 의류와 액세서리 디자인을 창작.

-인테리어 디자이너 (Interior Designer): 실내 공간의 디자인과 배치를 계획.

-산업 디자이너 (Industrial Designer): 제품의 외형과 기능을 디자인.

-환경 디자이너 (Environmental Designer): 공원, 정원 등의 환경을 디자인.

-영상 디자이너 (Motion Graphics Designer): 영화, TV, 인터넷 광고 등에서 사용되는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

-웹 디자이너 (Web Designer): 웹사이트의 시각적 레이아웃과 사용자 경험을 설계 및 제작.


공예 (Craft Arts)

공예는 실용적이면서도 미적 가치를 지닌 물품을 제작하는 분야입니다.

-도예가 (Ceramic Artist): 도자기와 같은 도예 작품을 제작.

-섬유 예술가 (Textile Artist): 직물, 천을 이용한 예술 작품을 창작.

-유리 예술가 (Glass Artist): 유리 조각품이나 유리 공예품을 제작.

-금속공예가 (Metalworker): 금속을 이용해 주얼리, 조각 등을 제작.


애니메이션 및 3D 디자인 (Animation and 3D Design)

애니메이션 및 3D 디자인은 주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시각적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 디지털 일러스트레이터 (Digital Illustrator):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일러스트레이션을 제작.

- 3D 모델러 (3D Modeler): 3D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3D 모델을 제작.

- 애니메이터 (Animator): 2D 또는 3D 애니메이션을 제작.

- 비디오 제작자 (Video Producer): 영상 콘텐츠를 기획, 촬영, 편집.

- 웹툰 작가 (Webtoon Artist):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웹툰을 창작.


교육 및 치료 분야 (Educational and Therapeutic Arts)

교육 및 치료 분야는 미술을 통해 교육적 또는 치료적 목표를 달성하는 직업군입니다.

- 미술 선생님 (Art Teacher):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및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칩니다.

- 미술 심리치료사 (Art Therapist): 미술 활동을 통해 개인의 심리적 문제를 치료하고,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킵니다.



이와 같은 갈래로 미술 분야 직업군을 나누어 설명할 수 있으며, 각 직업군은 고유의 전문성을 요구하며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별첨 3] 현대의 대표적인 남성 상업 미술 작가들


최종일 (Choi Jong Il)

분야: 일러스트레이터, 캐릭터 디자이너

소개: 최종일은 인기 캐릭터 ‘뽀로로’를 탄생시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캐릭터 디자이너입니다. ‘뽀로로’는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며, 애니메이션, 장난감, 교육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윤호섭 (Yoon Ho Seop)

분야: 그래픽 디자이너

• 소개: 윤호섭은 친환경 디자인의 선구자로,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으며, 강연과 전시를 통해 그의 디자인 철학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장동련 (Jang Dong Ryun)

분야: 광고 디자이너

• 소개: 장동련은 여러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광고 디자이너입니다. 그는 광고 디자인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석우 (Lee Seok Woo)

분야: 산업 디자이너

• 소개: 이석우는 글로벌 산업 디자이너로, 모토로라에서 제품 디자인을 이끌었으며, 이후 SWNA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여 대표로 활동 중입니다. 또한, 독일 디자인 어워드 심사위원을 역임하며,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권영걸 (Kwon Young Gull)

분야: 공간 디자이너, 공공 디자이너

• 소개: 권영걸은 공공디자인 및 도시디자인 분야의 선구자로, 서울의 공공디자인 정책을 이끌었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에 기여했으며,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을 맡아 공공디자인 발전에 앞장섰습니다. 또한,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도시 및 건축 디자인 정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저의 수업에서는 미술에 조예가 깊은 남학생들에게 산업 디자인, 건축디자인 등 일부 디자인 분야에서 남성 디자이너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일부러 언급해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아이들도 알만한 인물로 ‘안토니 가우디’,‘안도 다다오’에 대한 히스토리와 건축물에 대한 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건축이 남성의 분야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 훌륭한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에 대한 언급도 빼지 않았습니다.





<AI시대, 미술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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