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중, 예고는 아이가 '미술'을 향유하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미술에 재능을 좀 보이는데, 예중이나 예고를 가야 할까요?"
미술을 좋아하고 그림에 재능을 보이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은 떠올려보는 질문입니다.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디자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거나, 혹은 단지 그림을 남들보다 조금 더 잘 그린다는 이유만으로도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습니다. 예중·예고는 그만큼 ‘미술을 진지하게 하고 싶은 아이’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가 미술을 좋아하고 잘 하긴 하는데, 예중·예고는 어떤 곳인가요?"
"꼭 가야 하나요? 가지 않으면 불리한가요?"
실제로 많은 학부모님들이 띵킹아트에서 상담을 요청하실 때, 가장 많이 던지시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예중(예술중학교)과 예고(예술고등학교)는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의 전문 교육을 제공하는 중·고등학교입니다. 일반 학교와 가장 큰 차이는 예체능 과목의 비중이 높다는 점입니다. 특히 미술 전공의 경우, 소묘, 수채화, 디자인, 창작 등 실기 중심의 수업을 매일 접하며, 체계적인 커리큘럼 속에서 실력을 집중적으로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 교육은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는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미술을 진로로 삼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 또한 고교학점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논란이 많은 뜨거운 감자, 고교학점제! 이때문에 일반고와 예고 사이에서 고민이 많으신 학부모님들이 또한 많이 계십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로, 진로 중심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그러나 일반고에서는 예체능 과목이 개설 자체가 어렵거나 수강 인원이 적어 원하는 전공 과목을 깊이 있게 배우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예술고등학교는 미술 전공 과목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학점 운영이 가능하여, 고교학점제 속에서도 오히려 전공 적합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예고에서는 소묘, 수채화, 색채학, 디자인 등 실기 과목과 미술사, 조형원리 같은 이론 과목을 균형 있게 편성하여 학점을 이수하게 됩니다. 이는 미술대 수시 전형에서 중요한 학생부 종합전형에 필요한 전공 관련 활동과 성취를 풍부하게 담을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일반고에서는 실기 수업의 시간적·환경적 한계로 인해, 학생부에 전공 역량을 녹이기가 상대적으로 어렵지요.
또한 예고는 창체(창의적 체험활동)나 비교과 영역에서도 미술 관련 프로젝트와 전시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때문에, 미술대 수시 지원 시 서류 경쟁력과 면접 대비 모두에 강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의 유연한 구조 안에서, 예고는 오히려 미술 진로를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데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예고, 선화예고, 서울미술고, 계원예고, 안양예고 등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예고들로, 각 학교마다 특화된 분야와 교육철학을 갖고 있으며, 상위권 미술대 진학률도 높습니다.
하지만 이들 학교는 그 숫자 자체가 미대보다 적기 때문에, 미술대학에 비해 선발 인원이 훨씬 적습니다. 게다가 예중은 전국적으로 몇 개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더욱 높고, 초등 고학년부터 실기력, 관찰력, 표현력, 기초력 등 다방면에서 준비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높은 기준과 경쟁률 속에서 예중이나 예고를 목표로 삼았지만 합격에 실패하는 경우, 아이는 때로 상실감에 빠지고 자신이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재능 부족이 아닌 ‘시기상조’였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지요.
예중·예고를 준비하는 과정이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미술에 대한 흥미를 꺾는 계기가 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예고 진학 후의 학교생활은 일반 고등학교와도 많이 다릅니다. 일반고에서는 국영수 중심 수업과 수능 위주의 분위기 속에서 미술은 비교적 부가적인 활동으로 취급됩니다. 미술대 진학을 원할 경우, 교외 미술교습소를 병행해야 하죠. 반면 예고에서는 오전에는 일반 과목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소묘, 수채화, 창작 등 실기 수업이 매일 편성됩니다. 학생들은 예술을 진지하게 배우는 또래들과 함께 자극과 응원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고, 미술대 진학에 최적화된 환경 속에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어떤 학생들은 이러한 미술적인 자극을 경쟁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꽤나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예중·예고 진학에 대한 선택이 ‘미대 진학에 유리한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기준 이전에, 전반적인 과정이 아이에게 잘 맞을 수 있겠는가, ‘미술을 깊이 있게 향유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되겠는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인 선택이 X
예중·예고는 꼭 가야만 하는 길은 아닙니다. 예고를 가지 않아도 일반고에서도 미대입시를 통해 미술을 전공할 수 있고, 예중을 거치지 않아도 훌륭한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성향, 태도, 몰입력, 그리고 꾸준한 훈련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입니다.
어떤 아이는 초등 고학년 시기에 이미 자신이 ‘그림을 통해 살아가고 싶다’는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있곤 합니다. 이런 친구라면 예중·예고는 분명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진로를 고민 중이고, 하루는 작가, 또 하루는 과학자나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 경우라면 굳이 예중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학교 이후 아이 스스로 그림을 더 좋아하게 되고, 몰입이 깊어진다면 예고부터 준비해도 충분합니다. 예고를 준비할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자신의 진로에 확신이 없다면, 부모님의 완강한 뜻으로 예고를 밀어 붙일 정도도 또한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아이가 설득 되고, 또한 스스로의 의지가 어느정도 있을 때 예중 예고 입시를 치르고 자신의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고 역시 대학 입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예고에 들어간다고 해서 미술대학 진학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며, 예고 내에서도 치열한 자기 관리와 실력 향상이 요구됩니다. 입시는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성과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길게 보고, 아이의 기질과 성장 곡선을 함께 살펴보며 결정하는 것이 더 현명합니다.
예중·예고의 장점은 분명 존재하지만, 장점만을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아이에게 그 길이 맞는가?"입니다. 부모의 기대가 아니라, 아이의 눈빛 속에서 진심으로 빛나는 열정이 보일 때 비로소 그 선택은 아이에게 날개가 될 수 있습니다.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