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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에도 버티는 굵고 튼튼한 나무.

AI의 진보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지만,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by 표수


30. 책을 마치며...


봄에 시작한 글이 어느새 가을이 되어 30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29화까지의 과정 속에서 제가 AI 시대와 관련해 전하고 싶었던 핵심 메시지들은 대부분 담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책의 내용이 “AI를 무조건 적극 이용하라!”라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서 조금은 의아하거나, 실망하셨을까요? 그렇다 해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는 챗GPT가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는 열풍이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해 왔습니다. 그리고 나름 수년간의 사유와 공부 끝에 제가 도달한 결론은, AI가 등장했으니 아이들을 미술 전공에서 멀리하라거나,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하라는 단선적인 방향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제 생각은 그 반대에 가까웠습니다. 공부할수록,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AI에 의해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이루어 지도록 AI의 사용을 신중히 해야하며,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여겨졌습니다. 연령과 발달 단계, 그리고 시기에 맞는 미술 교육을 충분히 경험하고 난 뒤에야 AI를 활용한 미술을 접해도 결코 늦지 않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구축된 자율적이고도 견고한 미학적 토대를 지니게 된 인재만이, 장차 AI와 대등한 공생 관계를 맺거나 더 나아가 AI 위에 군림하는 주체적 위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합니다.


특히 책의 후반부에서는 제가 생각하는 미래지향적인 미술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편리함이 늘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결과만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는 그 편리함을 아무런 제한 없이 쥐어줄 수 있을까요? 물론 AI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여줄 수 있다면 분명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용이 발달 과정에 꼭 필요한 경험을 방해할 정도로 남용된다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커질 수 있고, 그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혹시 독자분들에 따라 다소 직설적이거나 잔소리처럼 느끼시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쓴다 하더라도 제 메시지의 중심은 바뀌지 않을 듯 합니다.


실제 경기도 용인의 한 작은 공간에서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수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록 작은 1인 교습소에 불과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인원을 매해 교육해 왔고,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숫자나 경력만으로 ‘최고’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 숫자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저는 현장에서 늘 확인하곤 합니다. 7년째 한결같이 70여 명의 아이들을 유치원때부터 초·중·고까지 골고루 가르치며 성장시켜 온 경험이므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렇기에 감히, 이렇듯 소신 있는 이야기를 전하기로 하였다는 정도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곳에는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당장 가진 실력만으로도 할 수 있으니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손쉽고 간단한 도구들을 쥐여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이들이 훗날 더 큰 꿈을 꾸게 되었을 때,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넉넉한 힘을 갖추도록 돕는 길을 택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AI 시대의 미술 교육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를 쓰게 하는 데 목적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구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교육과, 그 너머의 창작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줄 수 있는 입체적인 교육을 해야한다는 판단입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펼칠 수 있는 세계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에 AI라는 날개까지 더해진다면. 감히 우리의 상상력으로조차 이 아이들이 만들어갈 미래를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저는 더 깊고, 더 근본에 가까운 것들을 놓치지 않고 함께 다루고자 합니다.




폭풍우에도 버티는 굵고 튼튼한 나무.

뿌리가 단단히 땅 끝까지 파고 들어갈수록, 기둥이 튼튼하고 굵직해 질수록, 잔가지도 더 많아지고, 더 멀리까지 닿을 수 있게 커질테죠. 더 많은 것을 품어낼 만큼 넉넉하게 자라게 됩니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휘몰아치는 태풍이 하나도 두렵지 않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풍부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어 세상을 더욱 빛나게 하겠지요.


갑자기 쏟아진 AI의 폭풍우에도,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서 갈피를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시길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AI시대, 미술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조금씩 생물 박사가 되어가는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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