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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미래적인 수업을 하는 곳만이 살아남는다.

대세라고 무조건 따라하면, 교육이 아니라 흥행을 쫓는 것.

by 표수

29. 중요한 것은 '본질' 입니다.

교육을 시키신다면서, 유행을 따라가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요즘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도, 배울 수 있는 것도 참 많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매체가 끊임없이 “배우라, 배우라”고 외치고 있지요. 그러나 이런 시대일수록 무엇을 배우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걸러낼 것인가 하는 ‘분별력’입니다. 옥석을 가려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통해, 한결같이 다음의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첫째,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미술 전공생들의 역할은 분명 변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곧 사라짐이나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더 다양한 가능성과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분야에서 미술적 소양이 필요해질 것이고, 미술 전공생들은 그 속에서 여전히 유망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아이들에게 미술 교육을 시킬 때, AI 시대라고 해서 반드시 디지털 교육이나 AI 기술을 접목한 미술만이 정답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준비 상태와 표현 능력입니다.


셋째, ‘요즘 대세’라는 말에 현혹되어 유행처럼 번지는 교육 방식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모든 교육 방식은 아이의 연령대별 발달 수준과 정서에 맞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불안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에 휘둘리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에게 돌아갑니다. 따라서 부모로서 분별력 있게 교육의 방향을 선택하고, 연령과 성향에 맞는 교육 기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넷째,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미술의 지식적 영역은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사나 STEAM 융합미술처럼 ‘알고 그리는 경험’을 함께 해야 합니다. AI의 발전으로, 오늘날 미술은 인문학적 통찰과 사고력을 담아내는 지적 활동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결국, 미술만을 위한 미술이 아니라, 기술 위에 ‘생각’을 얹을 수 있는 아이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혼란스럽고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미술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미술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정말로 오래도록 남을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과 통찰의 결론말입니다.

그 답은 결국 모든 미술의 영역들을 골고루 짚고 넘어갈 수 있는 ‘기본기’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시기에 꼭 배워야 할 것은, 미술의 근본이 되는 탄탄한 기초 역량들 입니다. 다양한 교육 방식과 새로운 도구들도 물론 유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는 힘은 결국 창의력과 관찰력, 표현력, 응용력, 그리고 인내력 같은 기본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기본기가 응집된 그림들을 배우는 것이야 말로 아이의 인생에 깊고 단단한 뿌리가 되어줄 것입니다.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언제나 본질에서 나오니까요.




AI시대에 기본기, 본질을 왜 빼놓을 수 없다는 거죠?


오늘도 저는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식의 수업을 했습니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그려줘. 중요한 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리는 거야. 빠르게 그리는 건 AI가 우리보다 더 잘해. AI 이전부터 이미 사진기도 있었고 프린터기도 있었지. 그런 것들이 있다고 해서 우리 인간은 그림을 안 그리게 될까? 그렇지 않아. 자동차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걷지 않니? 차가 생겼다고 해서 어릴 때 걸음마를 안 배우고, 학교에서 달리기를 없앴나? 아니지. 너희는 AI가 있으니까 공부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해? 아니지. 공부도 여전히 해야지, 그래야 바보가 되지 않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해야 하고, 스스로 글을 써야 하고, 스스로 그림을 그려야 해. 그걸 하지 않으면, 결국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겠니? AI 시대에도, 인간은 그렇게 할거야. AI만 믿고 아무것도 안하면 안하는 인간만 손해지. 인간은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 하고 성장해 나가는 데 가치를 두면 돼."


그리고 이 이야기를 여러분께도 꼭 전하고 싶습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우리가 가진 자연지능 즉, 생각하고, 느끼고, 연결하고, 창조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것입니다. 어쩌면 이 자연지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인간다움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지도 모릅니다. 제 예상이 맞다면 그 중심에는 여전히 ‘예술’이 있을 것입니다.


알베르트 카뮈 (Albert Camus)가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연설에서 "저는 제 예술 없이 살 수 없습니다. 예술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하는 존재는 아니지만,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삶 속에서 인간과 분리될 수 없는 필연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삶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존재가 예술이라면, AI 시대가 무르익고 익숙해질 무렵에도 우리는 여전히 예술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AI가 그려주는 2D, 3D 화면에 열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 속에 인간이 직접 들어가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며 협업하게 될것입니다. 현재 드러난 빙산의 일각만 보고 신기해하거나 그것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이 어떤 형식으로 변화하든 그 모든 것에 통하는 기본기를 지금부터 알아두어야만 우리는 AI와 공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뿌리에 가까운 교육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실천하는 곳을 선택해야 합니다. 가지가 되는 교육들은, 그 다음의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책 한 권 분량에 이를 만큼 AI시대에 필요한 미술교육에 대해 분석하고 고민했던 저는, 실제로 어떤 수업을 하고 있을까요. 말이 길었다면 그만큼 생각이 많았다는 뜻일테니, 실제로 저는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지. '제 수업'의 특징을 몇가지 갈래로 모아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1. 저는 ‘창의적인 사고력’을 중심에 둔 회화 기반 수업을 합니다.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핵심 역량은 단순한 기술보다 ‘생각하는 힘’입니다. 기술은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지만, 모두가 기술적 보완의 힘을 빌려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그 평균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힘은 결국 창의적인 사고력에서 나옵니다.


저희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연결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단순한 미술 활동을 넘어서, 창의적 사고 중심의 미술 수업을 설계합니다. AI시대에 걸맞는 창의적인 수업이라 하면 흔히 3D펜을 사용한다거나, 디지털 드로잉을 한다던가, 하다못해 조형적 요소라도 잔뜩 들어가줘야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아이들의 창의력이 자라나는 때는 창의력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에 놓였을 때라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합니다.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면에서 더 그렇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재료를 통해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창의 훈련입니다. 그리고 초등학생은 단순한 놀이식 수업만을 계속할 연령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점점 더 학문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을 통해, 회화적 기본기를 익히고 손으로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교육 방향으로, 창의적인 사고력을 중심에 둔 회화 기반 수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2. 실기력과 창의력의 균형을 잡은 교육을 합니다.

저는 실기력과 창의력의 균형을 중시합니다. 창의력만 강조하거나, 실기력만을 강요하는 극단적인 교육이 아닌, 두 요소 모두를 존중하고 함께 키워주는 수업을 지향합니다.


AI시대가 도래하면서, 미술은 비로소 실기력 너머의 다양한 요소들에까지도 교육의 열기가 닿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미술에서 창의적 요소나 역사적 측면이나 타 과목과의 융합적 사고 등이 드디어 제대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서 실기력이나 손으로 그리는 시간들은 이제 등한시해도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 중요해진 것들이 있고, 전부터 중요했던 것들이 있다는 의미이지요.

AI시대에 들어서 다시금 주목을 받고있는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책을 읽다가 우연히 지금 상황에 딱 적절한 표현을 찾게되었습니다.


《호모 루덴스》(1938)의 작가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는 이런 말을 합니다.

"모든 진보가 진보인 것은 아니다.”

문명의 발전이 전통적 구조를 경시하고 표면적인 새로움만 추구하는 문화로 가는 것을 우려하며 한 말입니다


특히 교육은 '표면적인' 새로움을 경계해야 하는 분야가 아닐지요. 미술교육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한없이 앞서 나갈 수도 있지만, 그렇기 위한 동력으로는 한없이 깊은 지식과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전통적인 깊이도 함께 갖춰야 하는 온고지신의 짜임새를 갖춰야 합니다.


실제 그림을 직접 그려보는 행위는 단순한 손놀림을 넘어서, 창의력과 관찰력, 표현력, 사고력, 응용력, 인내력까지도 조화롭게 길러주는 종합적인 훈련이 되어줍니다. 특히 손기술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과정은 손과 뇌의 협응 능력까지 함께 발달시켜 줍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면에서 실기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며, 저는 아이들이 직접 그리는 경험을 통해 미술적 사고 구조를 깊고 탄탄하게 형성해 나가도록 돕고 있습니다.



3. 저연령일수록 아날로그 중심, 고학년부터 디지털 확장은 선택이란 원칙을 가지고 교육을 설계합니다.

홍보에 유리해 보이거나, 눈길을 끄는 수업 구성, 혹은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수업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무엇이 ‘좋아 보이는가’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해 적용하려 노력합니다. 손으로 그리는 경험은 저연령 아이들에게 있어 소근육 발달과 뇌의 협응 능력을 길러주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며, 디지털 드로잉과 AI 기술의 적용은 고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 관심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료나 도구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교육적 설계입니다.


4. 미술+역사, 미술+과학 등 융합형 주제를 통한 STEAM 접근을 합니다.

미술은 더 이상 손기술이 뛰어난 일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단지 ‘미술 시간’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는 과목도 아닙니다. 이제 미술은 세상과 사고를 연결하는 창의적 사고의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학부모님들을 상담 하다 보면, 여전히 미술을 '잘 그리기만 하면 된다'로 연결해 생각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저는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술을 통해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맥락을 읽는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술을 프로젝트의 중심에 두고, 인문학적·과학적 요소와 연결하는 융합형 수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융합 교육’이라는 명목에 머무르지 않고, 표현의 본질을 강화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수업이 되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5. “정답”이 아닌 “과정”을 인정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듭니다.
제 수업에서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실수하고, 다시 고쳐나가는 그 모든 ‘표현의 과정’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민하고 표현해보는 경험입니다. 틀리는 것이 두렵지 않고, 엉뚱한 생각도 존중받는 교실. 바로 그 안에서 아이들은 창의적인 자존감을 키워갑니다.


이처럼, 책 속에서 이야기한 미술 교육의 방향을 실제 수업 속에 녹여 실천하고 있는 곳.


저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희 원에서는 이런것도 하고


이런것도 합니다. *^^*



<AI시대, 미술 좋아하는 아이 어떻게 키워야 할까?>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요한 하위징아 (Johan Huizinga)의

《호모 루덴스》(1938)는 왜 AI 시대에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가?

호모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라틴어입다. 책의 주제는 인간 문화의 본질이 ‘놀이’에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AI시대에 이 책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AI는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것에 대한 시대의 고찰 때문입니다. AI는 계산과 반복은 잘하지만, ‘놀이’처럼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은 할 수 없습니다.


하위징아는 인간 문명의 핵심이 바로 이 놀이하는 정신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생존이나 효율이 아니라, 놀이하는 정신, 즉 자발성, 상징, 상상력, 창조성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 책은 예술, 철학, 법, 종교 같은 고차원적인 인간 활동이 모두 ‘놀이의 구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며,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놀이가 오히려 인간 문명의 근본임을 강조합니다.


지금은 효율과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지만, 이런 시대이도 예술·창의성·문화는 여전히 인간만의 고유한 놀이에서 나옵니다. AI또한 AI를 가지고 노는 인간의 손에서 예술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며, 시대의 한 페이지를 만들어 나가겠지요.


그래서 이 책은, AI 시대에 인간다움을 다시 묻는 고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AI시대에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미술을 배워도 되고, 아니 미술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여전히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아직도 제게 그 이유를 물으신다면 저는 이 고전 인문학 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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