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서 파도 소리가 나,

운동화사용설명ㅅ ㅓ

by 손균관

처음 한 바퀴를 돌 때는 오르막길이 힘들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두 바퀴를 돌 때쯤에 다시 정신이 돌아오지. 여기에서 새소리가 들렸었지. 매미가 우는 걸 보니 여름인가 봐 숲속에서도 파도 소리가 나, 오늘은.

안 가 본 길을 가보려고 해. 생태연못이 있다는데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인적이 드물어. 생태 연못이 있기는 한 걸까.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며 내려가. 생태연못 팻말이 나왔는데 이런! 물이 없어. 안내판에는 생태 조성을 위한 인공 습지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엔 뭐가 사는 거지? 이젠 무궁화 동산을 봐야 해. 또 아래쪽으로 내려가.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거야?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되지?

자갈길이야. 발바닥이 너무 아파. 어린이 숲속 체험장이 있으니 나가고 들어오는 길도 있을 거야.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스팔트 길이 나와. 이런, 나 맨발이잖아. 영락없이 달리기를 해야 돼. 토끼처럼. 예전의 불지옥을 다시 경험할 수는 없어. 그래도 주차장에서 멀지 않아 다행이야. 궁금증에 한 뻘짓이 결국 맨발 걷기가 아니라 맨발 뛰기로 만들었네. 음, 오늘은 그런 날인가 봐. 그래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잖아 그거면 됐지. 이제 생태연못 길은 다시는 안 갈 거야.

양궁장에선 이상은의 '담다디'가 흘러나와. 게토레이로 땀을 식히면서 멍 때리다가 집에 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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