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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11. 2021

시간을 맞바꾸면 동기가 강화된다

현재와 미래를 바꿔볼까?

아무리 보상이 크다고 한들     


  10대들은 미래의 보상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할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고3 학생들도 수능 공부보다 게임, 운동, 그리고 연애에 목매는 친구도 있죠. 대학만 가면 큰 보상이 기다릴 거라고 해도 별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10대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미래의 가치를 무시하는 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미래를 믿지 못해 불안 속에 손절하다 주식에서 낭패 보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까요. 


  어째서 사람들은 미래의 이익보다 지금 당장 작은 보상에 집착하는 걸까요? 그 까닭은 단기적인 보상과 미래의 이익을 받아들이는 뇌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인 보상은 주로 변연계가, 반면 미래의 이익에는 전전두엽이 반응합니다. 두 구조물 중에서 진화적으로 더 오래된 것은 변연계입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만족을 쫓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가깝습니다. 우리 뇌는 눈앞의 보상에 민감하지만, 미래의 이익을 상상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게다가 10대들은 변연계는 활성화된 반면, 전전두엽은 아직 공사 중이지요. 

  언젠가 둘째 딸이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죠.


  “아빠, 나는 미술이랑 역사가 재밌는데, 나중에 뭘 해야 해? 친구들이 뭘 먹고 살려고 그러냐는데······.”

  난감했습니다. 그 방면에 정보를 잘 모르기 때문이었죠. 어른인 나도 모르는데, 중학생 딸이 미래의 일을 생생하게 떠올리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럼 10대들에게 현재의 만족 대신 미래를 꿈꾸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The future is now!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와 미래의 만족도를 맞바꾸는 것입니다. 현재의 만족은 낮추고, 미래의 만족은 높이는 것이죠. 일단 현재의 만족을 낮추려면 심리적인 거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만족감을 꼬치꼬치 하나하나 따져보는 거죠. 그러다 보면 쾌감이 가라앉습니다. 말하자면 음식을 먹기 전 칼로리를 계산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 칼로리를 계산할 때와 하지 않을 때 만족감은 꽤 달라 있겠죠. 그럭저럭 마음의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뜨거운 변연계를 차갑게 식히는 것이죠. 물론 무턱대고 심리적인 거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10대 스스로 자기에게 문제가 있다고 여길 때,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그럼 미래의 만족감은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요? 우연한 기회에 저는 미래의 만족감을 높이는 방법을 한 가지 발견했습니다. 우리집 둘째는 미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로에는 확신이 없어서 건축가, 작가, 변호사, 판사가 되고 싶다고도 했었죠. 농담이지만 한동안 건물주라고 말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꽤 진지하게 디자인에 꽂혔습니다. 이유는 의외였습니다. 디즈니 영화 ‘크루엘라’를 보더니 디자인에 완전히 매료되었죠.


  영화 한 편이 뭐가 대수일까요? 그런데 그 영화 속에는 독특한 디자인은 물론 디자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상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비록 상상력으로 그려진 허구의 세계지만 멀고 희미하게 보이던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지자 디자이너로서의 삶이 뜨거운 동기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처럼 먼 미래를 정서적으로 가깝게 체험하는 것은 미래에 주어질 만족감을 훨씬 더 높여줍니다. 특히 영화나 소설은 몰입하기 좋아서 차가운 미래를 뜨겁게 하는 데에 제격이죠.      


체험학습은 쓸모가 있을까?


  더 좋은 방법은 직접 직업을 체험해 보거나 진로 탐색과 체험학습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와 연계된 프로그램도 아주 좋죠. 요즘은 지역 대학에서 학과를 홍보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뇌과학 캠프, 모의법정, 모빌리티 엑스포 등등 진로 프로그램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행사를 스쳐 지나치지 말고 10대들이 적극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면, 먼 미래를 눈 앞에서 보다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발성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고 부모들의 관찰력도 꼭 필요하지요. 10대들이 어느 자극에 눈빛이 반짝거리는지 살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직간접 체험에 노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현재의 욕구를 줄이고 내면의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미래의 나를 가깝게 느끼게 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할 허시필드 교수가 스탠퍼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 한 가지를 소개합니다. 이 실험은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로 현재의 나와 10년 뒤의 나, 마지막으로 타인을 떠올릴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다수의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10년 뒤의 나를 자신이 아니라 타인처럼 느꼈던 것입니다. 이들은 타인 같은 미래의 나를 위해 굳이 현재의 나를 희생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 식욕을 채우고, 유흥과 소비를 즐기며, 게임에 빠지는 게 이득이죠. 어차피 10년 뒤의 나는 잘되든 못되든 아무 관계 없는 타인일 뿐이니까요. 


  반면 몇몇 학생들은 현재의 나와 10년 뒤의 나를 동질적으로 파악했습니다. 현재와 미래를 연속적으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을 미래의 원인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이들은 어떨까요? 이들은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나처럼 느끼기 때문에 미래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그런 까닭에 현재의 욕망을 절제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었죠. 자, 이제 조금 선명해집니다. 십대들의 동기를 강화하고 싶다? 그럼 자주 미래를 꿈꾸도록 해야 합니다. 체험을 하든, 책을 읽든, 영화를 보든 미래를 가깝게 느끼는 일, 그것이 동기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고3이 되어도 진로가 불투명한 친구들이 많죠. 왜 그럴까요? 
자녀가 좋아하는 일을 부모가 블로킹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자기를 찾는 일? 부모는 쉬웠나요?
뭐든 막지 말자고요. 
자녀의 눈빛이 반짝거렸던 순간을 몇 가지 적어보죠.
유튜브 볼 때라고요? 게임할 때라고요?
그럼 유튜브의 일상과 프로게이머의 일상을 한 번 적어보라고 하세요.
좋다고 한다고요? 그럼 그 일을 시키세요. 많지는 않을 걸요? 
요즘은 대학에서 신입생 유치경쟁하느라 야단입니다. 온갖 캠프가 난립 중이죠.
대학학과소개 자료집도 많고 교육과정까지 다 나와 있어요.
연봉? 안정성?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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