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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17. 2021

10대들의 자율성이 기적을 만든다.


가난해서 과학에만 몰두했던 페러데이     


  10대들의 자율성은 종종 기적적인 성과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얼마 전 둘째 딸과 과학 책을 함께 읽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자기 유도현상을 발견한 마이클 패러데이에 관한 글이었죠. 마이클 패러데이는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초등교육만 겨우 마치고 열네 살 때부터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책을 제본하는 힘겨운 일도 해야 했죠. 하지만 그는 자기 처지에 굴하지 않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 나중에 영국 왕립연구소의 책임자 자리에까지 오릅니다. 


  글을 읽으며 둘째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지금 당장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거야. 지금 배우는 게 힘들더라도 늘 최선을 다해야 해. 패러데이처럼.”

  한마디로 전형적인 꼰대 발언을 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둘째의 대답이 놀라웠습니다.

  “아빠, 책을 봐. 패러데이는 늘 과학책만 봤을 거 아냐. 나도 내가 좋아하는 공부만 하면 그 사람 못 돼 라는 법 있어? 내가 이 사람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과학 공부만 하는 건 아니잖아.”


  깜짝 놀랐습니다. 둘째가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패러데이가 초등교육을 마치고 서점에서 일하던 시점은 열네 살이었습니다. 그러니 10대 중반을 막 지나고 있을 때였죠. 전두엽에서 한창 가지치기가 일어나고 있을 때인 것입니다. 쓸모 있는 뇌세포는 남기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제거해서 뇌 발달의 방향성이 결정되던 시점이었죠. 그 시점에 패러데이는 과학 책 속에 파묻혀 살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비롯해서 ‘화학과의 대화’와 같은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출판하러 서점에 방문하던 과학자들은 똘똘하지만 가난한 패러데이에게 꾸준히 용기를 북돋웠을 것입니다. 그 누구도 패러데이에게 무리하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죠. 그는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과학으로 뇌를 특화할 기회를 얻었던 것입니다. 


More game, More fun, More brain     


  10대들의 자율성이 가져온 놀라운 결과는 벨기에 축구대표팀도 있죠. 얼마 전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연수를 들을 때였습니다. 10대들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설명하다 갑자기 벨기에 축구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벨기에 축구는 한때 피파랭킹 71위로 주저앉을 만큼 형편이 없었는데요, 2021년 현재 피파랭킹 1위에 빛나는 강팀이 되었습니다. 그 비결로 정재승 교수는 벨기에 축구협회가 내세“More game, More fun, More brain”을 꼽았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연습보다는 실제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누리며 축구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뇌를 쓰게 한다는 것이었죠. 


  예를 들어 1:1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정해진 룰 대로 반복된 연습을 하는데, 벨기에 유소년팀은 상대를 보고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자율적으로 연습하게 한다고 합니다. 경기 중 상대와 1:1로 맞서는 상황에서는 상대를 속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목적이므로 상대가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을 창의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정해진 룰대로 연습하는 게 아니라 자율적으로 뇌를 활용하도록 여지를 준 것이죠.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연습이나 게임을 할 때, 부모를 참관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행여 참관하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네요. 그 까닭은 부모의 존재가 심리적인 부담이 되어 자율적인 플레이가 위축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훈수를 둔다고 소리치는 것이 오히려 10대들에게 눈치를 보게 만들고 순간적인 판단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었죠. 실수를 하더라도 의연하게 대처하려면 이성적인 전두엽이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부모가 있을 때는 감정이 앞서서 전두엽이 아닌 측두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죠. 


뇌는 스스로 자기 길을 만들어간다


  우리 영화 중에 ‘4등’이라는 인권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제 막 10대 초반 소년이었습니다. 수영 꿈나무가 되기를 소망하는 이 친구는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4등만 합니다. 1등은커녕 2등도 해본 적이 없죠. 영화 속 엄마는 몹시 극성입니다. 대회마다 따라다니며 아이를 응원하고 몰아세우고 재촉하죠. 어떻게든지 수영대회에서 1등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래서 폭력을 일삼는 코치에게까지 아이를 떠맡기지요. 결국 코치에게 폭행당한 아이는 마음의 상처만 깊어지고 아이는 엄마와의 다툼 끝에 수영을 포기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마지막에 반전이 일어납니다. 엄마의 기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혼자 수영대회에 참가한 주인공. 결과는 그토록 바라던 1등이었죠. 자율성이 승리를 이끌었던 것입니다.


  영화의 내용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판타지일 수 있습니다. 패러데이의 신화도, 벨기에 축구팀의 성공도 모두 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를 자율적으로 놔둘 때, 뇌는 스스로 자기 길을 만들어갑니다. 그러니 10대들이 어떤 자율성을 발휘하는지 조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자율성이 때때로 기적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어릴 때 부모님이 행여라도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려봅시다.
자신이 그걸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요?
자녀를 응원하다고 해놓고 혹시 감시한 적은 없을까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자녀한테 물어보면 바로 답이 나올 겁니다.
하루 일과 중에서 자녀의 자유 시간은? 혹시 게임하는 시간뿐일까요?
자유 시간 개념을 바꿔 보죠.
쉬는 시간이 아니라 자율로 계획하는 시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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