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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12. 2021

목표 의식은 높게, 실천은 작은 것부터!

근자감은 무엇을 남길까?


  “의대 가려고요.”

  “어떻게 갈 건데?”

  “죽었다고 공부해야죠.”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 고3 학생들 중에는 학기 초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친구들이 간혹 있습니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해서 의대 많이 보낸다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니 의대를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친구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니 이 친구 성적도 안 좋고 의학을 지망한다면서 생명과학 같은 과목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수능, 답이 안 나오죠. 사실 죽었다고 공부하겠다는 건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목표를 높게 갖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조심할 것은 높은 목표일수록 현실의 만족을 그만큼 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높은 목표일수록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와닿지 않습니다. 게다가 부모나 다른 누군가에게 강요받았거나 어쩌다 만들어진 목표라면 더 막연하게 느껴지죠. 


  의사가 되는 것, 참 좋은 목표죠. 그런데 의대를 들어가는 게 어디 쉬울까요? 의대 정원 2000여 명. 전국의 고등학교는 1000여 개. 최상위권 학생이 지망하고 학교별 편차가 없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단위학교에서 2등은 해야 의대를 갑니다. 학교 2등. 그게 쉬운 일인가요? 상위권 의대는 1등도 입학하기 어렵습니다. 의대만 그럴까요? SKY 인기학과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만약 의대나 SKY를 잘 보내는 학교에 간다? 그러면 그곳의 생활은 편할까요?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하겠죠. 현재의 만족을 줄이고 목표를 꾸준히 떠올려야 합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학생들이 근거 없는 자신감만 있을 뿐 정작 노력하지 않다 실패하게 되죠.     


목표를 집중하게 하는 것은 뭘까?


  자, 그럼 어떤 10대들이 자기 목표를 성취하는 걸까요? 모두는 아니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학생들은 대체로 목표 의식이 뚜렷합니다. 관심사가 분명한 것이죠. 단순히 의대를 가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의 의사가 될지, 그 분야에서 무엇을 전공할지를 미리 생각해 두는 것입니다. 일단 여기까지는 그래도 꽤 많은 학생들이 해당됩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가면 숫자가 확 줄어들죠. 


  성취하는 친구들의 또 다른 특징은 강도 높고 집중력 있는 준비를 꾸준히 실천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소개한 개념으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1만 시간을 대충 보내도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요? 게임하면서 책을 보고, 유튜브를 보며 수학 문제를 푼다면요? 그건 아니겠죠. 강도 높고 집중력 있는 노력을 오랫동안 기울여야 전문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성취가 높은 친구들은 강도 높은 학습경험을 오랜 시간 실천합니다. 예를 들어 의대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생물과 화학실험은 물론이고 남들이 기피하는 고급과목들을 찾아 듣습니다. 거기에 대학 연계 프로그램의 문도 두드리고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 실험을 거듭하죠. 겉으로 보기에 국영수를 공부할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강도 높은 준비는 먼 미래를 눈앞에 있는 것처럼 뜨겁게 만듭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들은 시들어가는 동기에 생기를 불러일으켜 더 강도 높은 노력으로 이어지죠. 이런 단계까지 오는 친구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런 단계에 이른 걸까요? 이 친구들은 어릴 때부터 스스로 뭔가를 성취하거나 완성해본 경험이 많습니다. 스스로 일을 해낸 후, 짜릿한 보상을 꾸준히 받았던 거죠. 뇌에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또 다른 과업을 실천할 동기를 얻은 것입니다. 그럼 이들은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를 해결했을까요? 그건 아니겠죠.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제를 해결하다 보니 문제 해결에 대한 흥미와 재미가 생긴 것입니다.      


그릿, 하위 목표가 상위 목표를 이룬다     


  펜실베니아 대학의 앤절라 더크워스는 그의 책 「그릿」에서 커다란 목표를 잘게 쪼길 것을 권합니다. 의사, 변호사, 학자가 되는 일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 멀고 보상도 주어지지 않아서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많죠. 


  커다란 목표를 잘게 나누면 어떨까요? 어렵지 않고 실현가능한 목표를 설정한다면? 예를 들어, 생물 1단원 정리, 의학 관련 다큐 보기, 한 달에 한 권 의학교양서적 읽기, 관련 논문 찾아 읽고 정리하기, 이런 일들은 교과 공부를 하면서도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는 작은 목표들입니다. 의학만이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죠. 큰 목표를 잘게 나누면 그만큼 자주 성취와 보상의 기쁨을 누릴 수가 있습니다. 


  작은 목표들을 성취하면 해냈다는 보상이 쌓이고 그것은 또 다른 활동을 계획하고 실천할 동기가 됩니다. 만약 국어, 영어, 수학만 지겹게 공부한다면 동기가 사그라들고 언젠가 노력을 멈추고 공부의 의미를 잃어버리겠죠. 그러니 커다란 목표를 떠올릴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들을 성취하는 게 중요합니다. 하위 목표들 없이 상위목표만 가지고 있다가 어느 날 초라한 자신을 보면 절망과 낭패감에 휩싸일 뿐이죠. 그럴 때 스트레스를 해소할 길은 게임과 인터넷처럼 즉각적인 보상 이외에 달리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는 것, 그게 큰 목표를 이루는 방법입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자녀는 부모의 말은 흘려듣고 행동은 따라합니다. 혹시 목표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시죠? 자녀가 목표라고요? 그럼 자녀는 누굴 목표로 해야할까요?
 설마 부모의 못이룬 꿈?
국어, 영어, 수학은 예전에 도구교과라고 불렀죠.
실제 국문과, 영문과, 수학과 보낼 생각만 하는 것은 아니시죠?
국영수를 열심히 배우되,
흥미있는 과목을 스스로 찾게 도웁시다.
의지를 불태울 이야기를 한 번쯤 들려주는 것도······. ‘노인과 바다’ 강추입니다.
 대신 함께 읽으세요.
노인이 큰고기를 잡기 위해 했던 사소한 노력들이 그 책에 나옵니다.
매일 비릿한 간유와 거북이알을 먹으며 먼바다에 나갈 체력을 비축했죠. 
자녀와 아주 단순한 계획 하나만 짜보세요.
 매일 20분 함께 진로 관련 책읽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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