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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12. 2021

어떤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할까?

나, 하나도 안 착하거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죠. 10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칭찬을 해주면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높아지죠. 그뿐인가요?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 성취동기도 높아지고 잠재능력도 향상됩니다. 칭찬 효과를 잘 알기에 나와 아내는 딸들에게 자주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언젠가 둘째 딸이 이렇게 투덜거렸습니다. 

  “아빠는 날 잘 몰라서 그래. 내가 뭐가 착해. 하나도 안 착하거든.”

  아마도 친척들이 모였을 때일 겁니다. 집안 어른들에게 나이보다 조숙한 둘째 딸을 열심히 자랑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딸이 반항기 어린 말투로 중얼거렸던 거죠. 순간 몹시 당황스러워서 할 말을 잊고 말았습니다. 


  어째서 칭찬을 하는데도 거부하는 걸까요? 마치 쓴 약이라도 삼킨 것처럼 칭찬을 싫어하는 까닭은 뭘까요? 심리학자 기너트와 고더드의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그 이유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이가 칭찬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노력이라고. 다시 말해 버릇없는 행동을 해서라도 어른들의 부담스러운 시선과 그로 인한 불안, 죄책감을 벗어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부적절한 칭찬은 때때로 상대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줍니다. 특히 남들 앞에서 하는 칭찬이나, ‘착하다, 겸손하다, 정직하다, 훌륭하다’처럼 인격을 평가하는 칭찬은 자녀들을 몹시 불편하게 만듭니다. 이런 칭찬들은 칭찬 이전에 일종의 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평가는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고 불편하게 합니다. 남들 앞에서 받는 평가는 더더욱 신경이 쓰이지요. 그러니 칭찬을 잘못했다가는 오히려 10대들의 인격을 망칠 수 있습니다. 심리적인 불편함을 벗어나려고 10대들이 일부러 나쁜 행동을 저지를 수 있으니까요. 


어떤 칭찬이 성장 마인드셋을 길러줄까?


  칭찬을 할 때에도 요령이 필요합니다. 먼저 막연하게 인성을 칭찬할 게 아니라 칭찬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칭찬해야 합니다. ‘설거지 해 줘서 고마워!’, ‘케이크 잘 만들었네. 다음에 기대해도 되겠는걸.’, ‘노트 정리 참 좋네. 아빠보다 깔끔하다.’, ‘오늘 방안이 깨끗한걸.’ 이처럼 구체적인 이유로 칭찬을 해주면 10대는 스스로 자신의 인성과 능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 긍정이나 효능감은 남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이런 칭찬은 더더욱 의미가 있죠. 한 가지 주의할 것은 곧바로 칭찬해야 한다는 겁니다. 감사를 표현할 때와 마찬가지인데요. 그 즉시 하지 않으면 칭찬 효과가 매우 떨어지기 때문이죠.


  어디에 초점을 맞춰 칭찬할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스탠퍼드 대학의 캐럴 드웩 교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한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는 마음가짐, 즉 마인드셋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유명한 분이죠. 그는 마인드셋을 크게 둘로 나누었습니다. 그 하나는 ‘자신의 능력은 고정되어 있다’는 고정 마인드셋이고, 또 다른 하나는 ‘능력이란 스스로의 노력으로 언제든지 개발될 수 있다’는 성장 마인드셋입니다.


  드웩은 수차례의 조사와 연구, 실험을 통해 어떤 마인드셋을 가지느냐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는데요. 대체로 고정 마인드셋을 가진 학생은 자신이 재능 있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집착해서 자칫 무능하게 비칠 수 있는, 어렵거나 새로운 과제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였고, 그 반면에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학생은 아무리 어려운 과제라 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태도 덕에 성취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그럼 누가, 어떤 마인드셋을 지니는 걸까요? 짐작하듯이 능력이나 결과를 두고 칭찬받은 이들은 고정 마인드셋을, 노력이나 과정을 칭찬받은 학생은 성장 마인드셋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칭찬하느냐에 따라 10대의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칭찬할 때에도 기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나마나한 칭찬은 쓸모가 있을까?     


  칭찬할 때는 주의할 게 몇 가지 더 있습니다. 부모들이 칭찬을 할 때, 가끔 부모가 바라는 행동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원이는 배려심이 많으니까, 언니한테 양보할 수 있지?” 

  이런 식으로 말이죠. 

  또, 특정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물질적인 보상이나 돈을 활용할 때도 있습니다.

  “지원아, 이번에 올 A 나오면, 휴대전화 바꿔줄게.”

  어떨까요? 이런 얄팍한 수는 10대들의 머리에 모두 읽힙니다. 결과적으로 꾀만 늘거나 보상을 위해 부정한 일을 저지를 위험성도 높아지죠. 게다가 자발성을 떨어뜨려서 보상 없이, 그 자체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뭔가를 유도하기 위한 칭찬. 오히려 하지 않느니만 못하지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칭찬인지 지적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말들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웬일로 게으름뱅이가 설거지를 다 해 놨네.” “오늘은 무슨 바람으로 일찍 왔을까?” 이 말들의 전제는 뭘까요? ‘평상시에 너는 골칫덩어리야.’라는 비난입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10대는 상처를 입겠지요. 그러니 칭찬할 때는 100% 긍정의 표현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고래를 춤추게 하려면 순도 높은 칭찬이 필요합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누구가에게 평가받을 때 마음이 어떠셨나요?
좋은 말이라도 왠지 부담스럽죠?
 애들은 어떻겠어요?
남 앞에서 자녀를 칭찬할 때를 떠올려보세요. 혹시 자랑질?
자녀는 부모가 허세부린다고 느낄지도 모릅니다.
칭찬은 칭찬받을 일이 있을 때, 즉각적으로 해주세요.
걸맞는 보상을 해주면 그 행동이 강화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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