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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린 Sep 23. 2021

나도 모르게 따라 한다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과 감정을 배운다

감정도 전염될까?


  부모 자식 간의 애착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가장 가깝게 생활하고 정서적으로 친밀하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이나 감정이 자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희한한 일이지만 사람에게는 타인의 행동을 따라 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울면 영문도 모른 채 따라 울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그뿐인가요? 주변에서 마구 웃으면 까닭도 모른 채 웃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언젠가 가르치던 학생들이 마구 웃길래, 한 학생을 지목해서 ‘너 왜 웃어?’라고 물었더니 ‘얘가 웃잖아요.’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저 옆 친구가 웃길래 따라 웃었다는 겁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보너스가 나온 날, 기분이 아주 좋아서 집에서 한 턱 쏘려고 신나게 들어갔는데 큰딸이 그날따라 선생님께 혼나서 돌아왔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말이 아니었죠. 그러자 보너스 받았던 일은 싹 달아나고 기분이 갑자기 싸해졌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그건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능력을 갖고 있고, 감정이 전염되기 때문이겠죠.


10대들은 왜 거울뉴런 활성화가 높을까?


  이탈리아의 저명한 심리학자 지아코모 리졸라티 교수는 원숭이의 동작과 뇌의 뉴런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험과정에서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했죠. 한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의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데도 뇌 속의 특정한 뉴런이 해당 원숭이가 직접 움직일 때와 똑같이 반응했던 것입니다.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으로 뇌가 반응한 것입니다. 거울뉴런이 발견된 순간이었습니다.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거울처럼 모방하려는 신경세포의 존재를 확인한 것입니다. 거울뉴런의 존재로 자기 경험도 아닌데 슬프거나 기뻐하는 이유가 생물학적으로 해명되었고, 인간이 어째서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지도 설명 가능해졌지요.


  거울뉴런은 뇌의 어느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에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정엽 아래쪽, 측두엽과 뇌섬엽 앞쪽에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죠.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지만 기능은 같습니다. 보고, 듣는 간접적인 경험만으로도 자신이 직접 그 일을 하는 것처럼 반응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상상만으로 경험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가장 쉬운 예는 스포츠 경기입니다. 자신이 직접 골을 넣은 것도 아닌데 수많은 사람들이 흥분하고, 자신이 직접 인터넷 게임을 즐기지 않고 지켜만 보면서도 탄성을 지르는 것은 이들의 뇌 속에서 거울뉴런이 활발히 작동한다는 의미입니다. 


  거울뉴런은 10대들의 삶에도 무척 중요합니다. 10대들은 다른 어느 시기보다 감정의 전염이 빠르게 일어납니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는 나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이는 거울 뉴런의 활성 정도가 높다는 뜻입니다. 어째서 거울뉴런의 활성도가 높을까요? 그건 10대들의 독립과 관련이 깊을 것입니다. 독립을 준비하는 10대들은 수없이 많은 정보를 습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해서 얻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죠. 이런 한계 속에서 거울뉴런은 정보 습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간접적인 경험만으로, 상상만으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가장 영향력 있는 타인은 누구일까?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거울뉴런의 활성도가 높아질까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대체로 타인의 의도가 반영된 행동을 접할 때, 거울뉴런이 활성화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연히 발생한 행동이나 감정이 아니라 의도를 지닌 행동과 감정이라고 인식할 때, 더욱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의도를 알아차리기 가장 쉬운 상대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친밀하고 가까운 사람이겠지요. 따라서 친밀하고 가까운 사람, 다시 말해서 중요한 타인의 행동이나 감정을 접할 때 거울뉴런이 활발히 작동하는 것입니다. 


  10대들에게 가장 가까운 타인은 누구일까요? 첫 번째 부모입니다. 부모처럼 일상에서 가까운 존재는 없으니까요. 따라서 부모의 말과 행동, 감정은 10대들에게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에 갈등을 겪어도 어느 순간 10대들은 부모의 성향을 고스란히 되풀이할 때가 있지요. 어느 날이었습니다. 둘째 딸이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죠. 평소에 내가 하던 비판을 아이가 어느새 따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둘째는 또래 집단입니다. 맹모삼천지교, 근묵자흑, 이런 말들이 괜히 있던 게 아니었던 거죠. 또래 집단은 10대에게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10대들이 어울리는 또래가 누구인지 가끔은 들여다봐야 하지요. 또래 압력으로 10대들이 자칫 위험한 일을 익혀서는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단, 10대에게 무작정 좋은 친구랑 사귀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부모 스스로 좋은 가치를 10대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가치가 마음속에 내재하면, 굳이 강요하지 않아도 10대 스스로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테니까요. 쉽게 말해서 부모의 선한 영향력이 10대들의 또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결국 10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행동과 감정입니다. 



슬기로운 부모생활을 위한 팁!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 아시죠?
 옛 어른들 통찰이 무섭네요.
 자녀는 부모의 말은 흘려 듣고 행동은 따라합니다.
자녀의 친구들은 알고 계실까요? 친구들을 초대해서 요리 한 번 해주세요.
대신 꼰대처럼 굴면 안 돼요.
다시는 안 옵니다.
자녀가 불량스런 친구와 어울리나요?
꾸짖거나 다그치지 마세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엄마는 나한테 관심 있어?’ 
부모가 좋은 경험들을 꾸준히 제공해주세요.
그럼 옳고 그름이 뭔지 판단할 겁니다.
누군들, 자기 인생이 소중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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