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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Mar 17. 2023

긴장과 이완을 넘나들며 더 단단해지는 일상

싸우는 기술을 배웁니다 08

격투기를 시작하고 처음 몇 주는 집에 와서 부지런히 스트레칭을 했다. "하이고오~" 곡소리를 내며 폼롤러 위에 엎드려 허벅지 앞쪽 근육을 풀고, 옆으로 누워 허벅지 바깥쪽, 무릎 안쪽 근육도 골고루 풀어줬다. 등, 허리도 마사지 볼과 폼롤러를 번갈아 써가며 골고루 마사지해줬다. 격렬한 운동을 했는데도 마사지랑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줘서 그런지 생각보다 근육통이 심하지 않았다.


어라, 살만한데?


그렇게 점점 게을러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는데 익숙하게 뻐근한 두통이 밀려왔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나서 충분히 풀어주지 않았을 때, 등과 허리만 좀 뻐근하던 것이 점점 심해져서 어깨도 아프고 뒷목도 당기고 머리까지 조여 오는, 종종 겪었던 통증!




운동 전후에 몸을 잘 풀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뻣뻣한 몸 덕분에 잘 알고 있다. 지금이야 이완이 습관이 돼서 많이 유연해졌지만, 타고난 몸은 뻣뻣하다(대신, 조금만 운동해도 근육이 잘 붙는 장점도 있다). 취미였던 무용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어서 전문인 과정까지 밟고 있던 서른둘, 나보다 훨씬 어리고 유연한 친구들이 수업 시간 직전에 허겁지겁 들어와서도 다리를 죽죽 잘 찢고 허리도 뒤로 훅 넘기는 게 신기하고 부러웠다. 몸은 유연하지 않고 나이도 대여섯 살, 많게는 열 살까지도 차이가 났던 나는 더 부지런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수업 시간 30분에서 1시간 전에 여유 있게 도착한다. 무용 학원까지 운전해서 갈 경우에는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면서 체온을 높인다. 땀을 줄줄 흘리며 학원에 도착해서는 옷을 겹겹이 껴입어서 열이 빠져나갈 틈이 없게 만든다. 발레 타이즈,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레그 워머(지금도 한겨울엔 발열 내의 위에 레그 워머까지 신어서 무릎을 덮어준다. 그 한 겹의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여러분!), 수면 양말, 두툼한 트레이닝 바지를 껴입고, 머플러나 얇은 스웨터를 목에도 칭칭 감는다. 그다음 제자리 뛰기나 복근 운동으로 열을 좀 더 내고 나만의 스트레칭 루틴으로 전신을 풀어준다.


그렇게 하고 수업에 들어가야 선생님의 스트레칭 동작을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었고, 관절도 미끈미끈 기름칠이 된 것처럼 부드러워져서 같은 동작도 더 크고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 운동이 다 끝난 후에도 마찬가지! 혹사시킨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켜주지 않으면 마사지 샵이나 병원에 돈과 시간을 바쳐야 한다는 걸 직접 겪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기도 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이 참 어리석지. 조금만 살만하면 금세 귀찮아진다. 알면서도 몸을 방치하고, 통증이라도 생기면 그제야 부랴부랴 몸을 챙긴다. 한창 몸을 움직이던 때보다 벌써 10년도 넘게 시간이 지났는데 이래선 안되지! 한두 번 통증을 심하게 겪은 뒤로 지금은 다시 운동 후에 부지런히 몸을 풀어주고 있다.




몸과 마음을 바짝 긴장시켰다면 말랑하게 이완시켜 주기도 해야 한다. 반대로 느긋하게 머무르며 충분히 이완했다면 다시 신발끈을 꽉 묶고 나사를 조이기도 해야 한다. 호흡, 스트레칭, 마사지, 명상 등 이완을 주제로 강의도 하고 책도 썼던 내가 종합격투기에 빠지게 된 건 이완이 깊어지다 못해 무기력과 우울감에 젖어들던 무렵이었다.


긴장과 이완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일은 귀찮고 힘들기도 하지만, 몸과 마음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도록 내가 나를 잘 돌보고 있다는 단단한 감각이 '이렇게 살아야 해!' '이런 게 트렌드래' 매일 쏟아지는 자극에 휩쓸리지 않도록 나를 지켜주고 있다.


튼튼하게 뿌리내린 나무의 이파리가 바람에 자유롭게 춤을 추는 기분이 이럴까? 때론 나를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때론 나를 말랑하게 풀어주면서 극과 극을 오가는 일상이 나를 이토록 생기 있게 만들어주니 한 손에는 복싱 글러브, 한 손에는 마사지 볼을 들고 저글링 하듯 사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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