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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름 Sep 05. 2023

꼭꼭 씹어먹는 빈야사 베이직

요가하는 마음

요가원을 열심히 다닌 지 반년쯤 됐을 때부터 레벨 2 수업에 도전해 보기 시작했다. 우리 요가원은 강사를 양성하는 TTC(Teacher Training Course)가 유명하고, 다른 요가원의 강사들이 개인 수련을 위해 다니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서 레벨 1도 1이 아니고 전반적으로 수업 난이도가 높은 편이지만, 자세가 바르고 수련에 진심인 분이 많아서 나 같은 일반 수련생에게 도움이 많이 된다.


땀을 후둑후둑 흘리며 레벨 2 수업에서 화려한 피크 포즈를 연습하는 것 만큼 Basic 수업도 좋아한다. 수련을 오래 하고 요가를 나눈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들의 Basic 수업은 특히 열심히 챙겨 들으려고 한다. 기초를 제대로 다지는 건 언제나 중요하니까. 어려운 동작에 도전하는 마음이 지나쳐 무리해서 집착하려고 할 때마다 기본으로 돌아오는 게 필요하니까. 그래야 다치지 않고 즐겁게 더 오래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익숙하게 해 왔던 아도무카 스바나사나(Adho mukha svanasana, 견상 자세)를 할 때 엄지 손가락 쪽 손바닥부터 새끼손가락 쪽 손바닥까지 골고루 짚어주시는 안내를 들으며 손바닥을 더 세심하게 써서 바닥을 밀어 본다. 한 다리를 위로 뻗는 스플릿(split)에서 "손바닥에서부터 다리를 뻗어내세요!"라는 안내대로 움직이다 보면 정말 신기하게 손끝에서 발끝까지 몸이 연결돼서 주욱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타다아사나(Tadasana, 산 자세)에서는 멍하게 서 있는 게 아니라 발바닥으로 바닥을, 정수리는 천장을 밀어내며 점점 더 키가 커지는 상상을 한다. 쇄골은 양 옆으로 넓어지면서 자세가 당당해진다. 비라바드라아사나(Virabhadrasana, 전사 자세)에서는 무릎을 짓누르며 버티는 게 아니라 두 발바닥에 골고루 힘을 주면서 허벅지와 골반, 척추를 위로 끌어올리는 느낌을 찾으려고 한다. 웃타나아사나(Uttanasana, 전굴 자세) 때는 허리보다 골반에 집중하면서 발바닥으로 땅을 밀어내는 힘으로 척추를 길게 아래로 늘인다.


천천히 몸 구석구석을 챙길 수 있는 Basic 수련은 밥을 오랫동안 꼭꼭 씹어먹는 기분이다. 수련을 하고 나면 소화 잘 되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몸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어려운 동작을 해냈을 때와는 또 다른 뿌듯함이 마음을 채운다. 단순해지고, 안심이 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할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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