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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화 Aug 31. 2018

나 같이 못된 가시내

20180831

   

오늘 갑자기 열이 나서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긴급으로 방문을 하란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몸이 힘들었다. 7월에도 두 번이나 병원엘 갔고, 8월에도 결국 두 번이가 내원을 해야 했다. 

다행히 집에서 병원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있어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오늘따라 승객이 많았다.

사나흘 폭우가 내려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더니 날이 개고 나니 미루었던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긴 줄 사이에, 내 또래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갓난 아기를 업고 있는 젊은 여자(중년의 딸)가 있었는데 중년 여성이 카드로 다인승 차비를 내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승차를 하려는데 마침 전화가 왔고, 중년의 여자는 "두 사람이요"하고는 전화 받느라 카드를 태그하지 않고 그냥 버스에 올랐던 것이다.

문제는 버스 기사님이 다인승을 눌러놓았는데 중년의 여자가 통화하느라 그냥 올라타 버려서 다음 승객의 버스 카드에서 두 사람 차비가 지불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자, 뿔이 난 기사님이, "도대체 아줌마들은...."하면서 잔소리가 시작되었고, 다인승으로 찍힌 아주머니는 2400원을 물러 내라고 아우성을 쳤다.

기사님은 요즘 현금 내는 사람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거스름통에 있는 동전으로 2400원을 지급했고, 짜증섞인 잔소리는 지속되었다.

"도대체 아줌마들은...."

그 말이 오늘따라 유난히 듣기 싫었다.  (여성비하 발언도 하나의 폭력인데...ㅜㅜ)

아줌마들이 깡그리 도매값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문제는 중년여자의 딸이었다.

기사님이 잔소리를 하는데 딸은 더욱 가세를 해서 잔소리를 퍼붓는 것이다.

 "내가 미쳤지. 지X한다고 엄마랑 같이 가자고 해서 이렇게 쪽을 팔아! 정신이 있어, 없어? 카드 찍는 건 기본이야, 내가 미쳤지."

듣고 있는 내가 민망할 정도였다. 

그냥, '기사님, 죄송합니다. 주의하겠습니다.'하면 될 것을.....


중년의 여자는 딸에게 연거푸 미안하다고 그만하자는데 딸은 계속 핀잔을 하며 큰소리로 어머니를 나무랐다. 

"나한테 미안해서 될 일이야? 사람들한테 미안한 거지?"

으윽!!

아기를 업은 젊은 엄마가 어떻게 그렇게 엄마에게 막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아무 소리도 못하고 기가 죽은 여자의 엄마는 침통한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보았다.

못된 가시내, 한 대 때려주고 싶더만...

그 엄마는 기사님의 잔소리보다 딸의 막말에 더 깊이 상처받았을 것이다.

못된 가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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