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서야 하는 대상이
과거의 나라는 사실은
사소해 보이고 하찮아 보이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과거의 나를 이기지 못한다.
어리석고 치졸했던 나를
다독여도 무시해도
통하지 않고
받아들여도
자꾸 나를 만나러 온다.
부끄러움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
점점 부풀어 오르다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가
다시 보란 듯이 커져 펑 터질 것처럼
괴롭힌다.
그때 왜 그렇게 작았을까.
가진 것이 없어 작고
여유가 없어 작고
움츠러들어 더 작고
그때의 작은 내가 지금의 작은 나를 자꾸 찾아온다.
반가운 척하는 불청객이면서.
그림 Tim Eit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