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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니모카 Nov 26. 2024

커다란 귀



내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려고

대나무숲에 갔는데

몇 번의 외침으로

대나무들이 나를 알더라.

나를 모르는 대나무숲을 찾는다.

또다시.


모자를 턱까지 내리니

큰 귀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모순.


큰 귀를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나무숲이 아니라 네게 갔어야 했나.

너는 나를 이해했을까.

수많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듣지 않기를, 듣지 않은 척하기를 바라는 자기기만은 스스로 귀를 드러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네게 간다.


너는 꺾인 귀를 보고 뭐라고 할까.

네 말을 듣기 위해 모자를 벗는다.










그림  이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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