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려고
대나무숲에 갔는데
몇 번의 외침으로
대나무들이 나를 알더라.
나를 모르는 대나무숲을 찾는다.
또다시.
모자를 턱까지 내리니
큰 귀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모순.
큰 귀를 드러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나무숲이 아니라 네게 갔어야 했나.
너는 나를 이해했을까.
수많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큰 소리로 외치면서 듣지 않기를, 듣지 않은 척하기를 바라는 자기기만은 스스로 귀를 드러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모자를 눌러쓰고
네게 간다.
너는 꺾인 귀를 보고 뭐라고 할까.
네 말을 듣기 위해 모자를 벗는다.
그림 이규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