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 로지 Nov 21. 2022

10개월 아기 코로나 입원기

보호자 엄마까지 같이 확진이요!

요리조리 잘 피해 가나 싶었는데,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확진된 것은 엄마인 나였다. 아무리 확진 이후 조심한다고 했지만, 이미 어제까지 물고 빨고 했던 우리 아기는 당연히 같이 확진... 


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딱 이틀 뒤 아침부터 미열이 있었고, 서둘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민경이도 코로나였다. 우선은 증상이 많이 심하지 않아 약을 처방받고 집으로 왔는데, 그날 저녁부터 열이 오르고 해열제를 먹이고 한 시간마다 체온을 계속 재는 본격 열간호가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정신이 없기 시작하더니, 아기는 난생처음 고열에 시달리며 잠도 잘 못 자고 괴로워하는데 나도 처음 해 보는 아기 열 간호에 아직 코로나로 헤롱헤롱 대고 있던 중이라 아주 힘들었다. 


결국 밤새 - 그리고 아침에도 열이 38-39도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해서 다시 병원에 갔고, 바로 입원해서 치료하자는 결정이 났다. 처음에는 앞으로 애기가 열이 안 날 것도 아니고 하는 데까지 열심히 간호해 보자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몸이 성치 않고 또 일반 감기도 아닌 코로나이다 보니 더 심신적으로 힘에 부쳤다. 마지막까지 시원하게 입원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링거 바늘을 꽂는 것 때문... 수액을 맞고 빨리 열을 내리려고 결국 입원을 하는 것 이기도 하지만, 저 작은, 핏줄도 안 보이는 손등에 주삿바늘을 꽃을 생각을 하니 바늘 꽃다가 더 병나는 것은 아닐까 겁이 많이 났었다.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잘 링거를 맞았고, 입원 첫날은 둘 다 푹 잘 수 있었다. 


나도 어차피 같이 코로나로 요양해야 하는 몸이라 선생님께 말씀드려 수액을 하나 맞고, 민경이와 둘이 병실에서 뒹굴거리는 시간을 보냈다. 급하게 입원이 결정된 상황이라, 입원 짐은 남편이 집에 돌아가 챙겨 주었는데, 은근히 빠지는 것 없이 잘 챙겨 보냈다. 물론 전화통화로 진행된 나의 지령이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잘 챙겨다 주었는데 처음 보는 모습이라 낯설고도 든든했다. 그리고 마침 앞 집 사는 민경이 친구네가 얼마 전에 코로나로 같은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어서 급하게 물어보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우선 수액을 맞고 있는 아기라면 기저귀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필요하다! 나는 아주 넉넉하게 한 팩(24ea)을 생각했는데, 마지막 날은 아껴 쓰며 한 팩을 3박 4일 동안 다 썼다. 그것도 아주 소변이 빵빵하게 차서! 수액을 맞고부터 소변량이 엄청난데, 처음 보는 소변량의 기저귀를 보게 될 것이다. 장난감, 놀 것도 생각보다 많이 필요했는데, 보행기나 에듀 테이블처럼 큰 기구(?)가 없어서 좀 힘들었다. 아무래도 작은 장난감들로는 아기랑 노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3박 4일 동안 좁은 방 안에서 놀아주는 게 곤욕이었다. 밥도 병원에서 영양죽이 나왔지만, 먹던 이유식과 맛이 달라서 그랬는지 잘 먹지 않아서 싸간 시판 이유식과 간식으로 보충했고, 가재 수건은 4-5장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쓰고 바로 간단히 빨아 널어놓아야 할 정도로 필요한 개수가 많았다. 조그만 가습기를 챙기지 않았던 건 조금 아쉽다. 출산 때도 느꼈지만, 모든 병실생활에서 개인용 가습기는 필수로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아! 내 간식이 전혀 없었다... 코로나 입원환자로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병원밥은 딱 세 끼 밥만 나오고 출출하고 심심할 때 요기할 거리가 전혀 없으니 살이 빠져서 나왔다...(병원밥도 맛이 없고...)

모녀가 함께한 링거 

한 이틀 정도 입원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3박 4일 일정이 되었고, 하루 먼저 퇴원해도 되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의사 선생님이 하자는 데로 잘 따르겠다고 바로 맘을 바로 잡았다. 남편은 모녀가 입원해있는 상황이 마음이 안 좋았는지 집안 청소도 깨끗이 싹 해 놓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많이 발전했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아이의 첫 입원, 그래도 예측 가능한 코로나였기에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그 무슨 이유든 아이가 병원복을 입고 링거를 꽂고 있는 모습은 엄마로서 심장이 덜컹거린다...ㅠㅠ... 미리 돌치레 했다고 생각하고, 더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엄마로서도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놈의 입방정이 문제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