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띠 Jul 18. 2020

당신이란 책에 밑줄 긋기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고, 정의 내린다.




인터넷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치면 다양한 자동 완성 단어와 연관 검색어들이 뜬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수많은 명언과 사랑의 방법론, 누군가가 정의 내린 사랑에 대한 글로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책, 그리고 우리가 익숙하게 듣는 노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사랑’을 주제로 한다. 그만큼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는 인생을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사랑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인 것 같다.   




 사랑은 어렵다. 그리고 내게 쉽게 와 닿지 않는 미지의 세계와 같았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제대로 된 사랑을 해봤을까. 진짜 사랑이라는 걸 해본 적이 있기는 한 걸까.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또 말한다. 이별과 사랑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가장 접근성이 좋은 노래 소재인 것 같다. 많은 사랑 노래와 이별 노래는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특히 어떤 한 노래는 내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읽어주세요>라는 노래이다. 처음에는 그저 설레는 멜로디와 감미로운 목소리에 이끌렸다. 거기에 매료되어 반복해서 듣다 보니 처음에는 안 들렸던 가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나를 읽어주세요. 정독해주세요. 한 자 한 자 꼼꼼 천천히.’ 나를 읽어달라니. 그 어떤 노래도 이런 사랑 이야기를 한 걸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참 새로웠다. 가사가 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상대라는 한 권의 '책'을 읽듯, 그렇게 알아 가야 한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꼼꼼하게. 요즘 많은 사람들은 사랑을 너무 쉽게 말한다. 서로를 충분히 알아가기보다는 쉽게 만나고, 또 쉽게 헤어진다. 일단 만나본다. 괜찮으면 계속 만나는 거고 아니면 헤어지면 된다는 생각이 점점 보편화되는 것 같다. 무엇이든 너무 빠르고 급하면 탈이 난다. 상대를 충분히 알지 못하고, 또는 충분히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리고 상대를 말하고 사랑을 말한다.       



 어쩌면 나도 지금껏 인스턴트식 사랑을 해왔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을 충분히 알고, 사람 그 자체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저 사랑이란 단어에, 그리고 내 감정에만 집중해왔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나를 읽어 준다는 것은 어떤 걸까.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읽어준다는 것은 어떤 걸까. ‘때론 빨리 읽고 싶을 때도 그럴 때도 있지만. 때론 크게 읽고 싶을 때도 있지만. 가끔씩 모를 땐 첨부터 읽어주세요.’ 우리도 사랑은 책을 읽듯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당신이란 책에 밑줄 쭉쭉 그어가면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 앞의 천국을 보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