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구가 내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래.” 옆도 뒤도 그리고 위도 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리던 내게 이 말은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각인됐다. 그 당시 나는 마치 시야를 가리고 앞으로만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경주마 같았다. 내가 무얼 위해 이걸 이토록 열심히 하고 있는지, 명확한 이유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달렸다. 그저 남들보다 더 빠르게 앞서 나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이뤄내고 싶었고 누구에게도 뒤쳐지기 싫었다. 그렇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폭주했다.
그러다 문득 회의감이 찾아왔다. 내 안에서 무언가 요동쳤다. ‘그래서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데?’ 이렇게 정신없이 달리는 이유에 대해 나 스스로도 도무지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목적성 없이 조급함만 있었을 뿐이다. 그 때 나는 내 내면 깊은 곳의 소리를 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대로는 아니라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그제서야 앞으로만 향해있던 내 시야가 비로소 주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 고민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어떻게 내가 그 힘든 상황을 극복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답이 있었고, 그 과정이 나를 다독였다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흐른 지금도 이 문장은 여전히 내게 큰 울림이 있다. 항상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여 지금 내가 또 속도에만 집착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고민하게 한다. 속도가 조금 느리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은 건 아니다. 그 방향만 맞다면 우리는 결국 원하는 곳에 도달하게 될 테니까. 내 스스로 지치지 않게 나를 돌보며 내딛는 묵묵한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정신없이 속도를 내느라 놓치고 있을 주위의 모든 소중한 것들, 그리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가치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길. 우리는 평생토록 머무르고, 돌아가고, 또 나아가는 존재니까.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