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여행이 내게 말해준 것
일상을 떠나 낯선 곳으로 한발짝.
광활함 속 우린 그저 작은 존재일 뿐.
저문다는 것은 또 다른 시작임을.
사람들은 각자의 때에 찬란히 빛난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젠가는 진다. 마치 해처럼 말이다.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은 해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우리는 안다, 내일 또다시 이 해가 뜬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일출 혹은 일몰이라는 잊을 수 없는 광경을 선물해 준다는 것을.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준비라는 것을.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오늘 해가 졌다고 내일 해가 뜨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그리고 찬란하게 아름다운 장면은 매 순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저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 소중하게, 그리고 내일의 기대감으로, 매 순간을 의연하고 가치 있게 보내면 되지 않을까. 바이칼 호수에서의 지는 태양은 나에게 잊지 못할 깨달음을 주었다.
기억은 잊혀도 혀끝은 오히려 선명한 것을.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 스바시바!
지금 우리는 이 길의 끝에서.
여행의 순간은 지친 일상에 주는 선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여행 후에 우리는 또다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 러시아에서 무엇 하나 허투루 놓치고 싶지 않아 똑같은 장면을 마음에 무수히 담았던 것처럼, 내 삶의 일상도 여행처럼 바라보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인생 그 자체가 곧 여행이라고 한다. 일상을 떠남으로 우리가 받는 선물은 그 자체로도 귀중하고 가치 있다. 그리고 여행 이후 앞으로 우리가 살아 내야 할 일상 또한 내 인생의 여행이라는 선물이다. 그 당시 흐릿한 기억도 시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처럼, 오늘의 이 시간과 하루를 기대하며 소중히 살아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