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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니은띠 Oct 11. 2020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법

마음 만큼이나 중요한 내 몸 돌보기





언젠가 굉장한 우울감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다. 나를 짓누르는 무력감에 몸을 일으킬 수 없어 하루 종일 집에 누워만 있었다. 눈을 뜨고 정신이 깨어 있는 게 고통스러워 현실을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잠을 선택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낮에는 의도적으로 잠을 청했고, 밤에는 갖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뜬눈으로 지새웠다. 이러면 안 돼 얼른 털고 일어나야지, 이제 그만 밖으로 나가야지,라고 머릿속으로는 수백 번 다짐했으나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그 당시 내 신체 리듬 시계는 많은 부분 망가졌었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시간의 경계가 없는 불분명한 하루를 보낸, 그런 시기였다.



전과 너무도 상이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스스로는, 내 정신이 해이해졌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라 진단했다. 그리고 정신이 약해져 이런 우울감을 겪고 있으니 정신을 가다듬으면 이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생각했다. 어렸을 적 들었던, 정신력으로 모든 걸 버틸 수 있다는 그 말을 맹신했다. 귀에 박히게 들었던 그 말이 내겐 어쩌면 너무 당연했다. 그때부터 나는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좋은 말로 가득한 어느 교수님의 강의를 듣기도 했다. 계속해서 머릿속에 좋은 것을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여전히 집에 들어앉아, 몸을 아무렇게나 방치한 채로 말이다. 그러나 그 따뜻한 말들도, 잠시 그뿐이었다. 이미 몸체가 심각하게 망가진 로봇에 기름칠을 칠하며 괜찮다고 위장했다. 여전히 삐그덕 댄 채로.      



평소와 다름없이 내 문제가 그저 정신적 이라고 여기던 어느 날, 누군가의 글을 읽고 망치로 뒤통수를 댕-하고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우선은 몸을 일으켜 움직이라고. 그리고 망가진 신체 시계를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라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나에겐 그 새로운 방식이 나를 살게 하는 동아줄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시작하기 어려웠지만 상황을 어떻게든 바꾸고 싶었던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억지로라도 일어나 씻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온종일 집안에 누워있던 시간을 차츰 줄여, 동네 한 바퀴라도 산책을 하려 했고 의도적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따뜻한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내 몸에 주었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 삐그덕 대던 내 하루가 차츰,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내 우울함과 무력감을 정신의 문제로 해결하려고 했었다.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함이 턱끝까지 차오를 때까지도 '내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거야, 정신을 단련해야 해.'라고 나를 다그쳤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워 넣듯 좋은 말들이 새어나가는지도 모른 채 부어 담기만 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하고서야 비로소 사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신체에서 온다는 걸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었다. 아무렇게나 함부로 대하고 있는, 우리가 많은 부분 소홀히 대하고 있는 우리 몸을 돌보는 것만으로도 사실 많은 부분들이 해결된다는 것을 말이다. 올바른 육체에 올바른 정신이 깃든다는 것, 그걸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엄마가 전에도 말했지만 우울해지려고 하면 몸을 움직여라. 딱 한 번만 움직이면 돼. 이럴 때 제일 좋은 게 바로 요리나 집 안 청소 혹은 음악을 들으며 걷기 등인 거 같아. 네가 우울해하는 데는 수만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은 딱 한가 지야. 우선은 몸을 움직이고 맛있는 것을 먹고(네 몸에 좋은 것, 살도 안 찌는 것 말이야) 따뜻하게 너를 감싸는 것. 그리고 좋은 말씀을 읽거나 듣고 밝은 생각을 하는 것.
- 딸에게 주는 레시피 中. 공지영
  요지는 이게 정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다시 정신으로 풀려고 하다가는 일이 더 꼬일 수 있다는 거야. 이럴 땐 슬쩍 우회해서 육체를 건드리는 거지. 육체에 관해 자기가 기분 좋을 수 있는 모든 것이 여기에 해당돼. 달리기 같은 운동이 좋겠지만 그것까지는 무리라면 이런 방법도 괜찮다는 거야.
- 딸에게 주는 레시피 中, 공지영



내가 힘들 때마다 꺼내 읽는 공지영 작가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에서도 몸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언급한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우선 몸을 돌보는 일부터 시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알 수 없는 불안감과 두려움, 갖가지 상념으로 휩싸일 때 일단은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집 청소를 하기도 하고 산책을 나가 하염없이 바깥공기를 마시며 걷기도 한다. 그리고 운동권을 끊어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몸을 움 진인 후에는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다. 그러고 나면 기분이 꽤나 많이 괜찮아진 나를 만나곤 한다.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바꿀 수 있어!



팬: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떻게 푸시나요?

아이유: 그럴 때는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해요. 집 안에라도 돌아다니고, 설거지라도 한다든지, 안 뜯었던 소포를 뜯는다든지. 우울한 기분이 들 때 그 기분에 속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 기분 절대 영원하지 않고 5분 안에 내가 바꿀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몸을 움직여야 해요 진짜로!



얼마 전 아이유가 팬과 나눈 대화를 보면서, 아이유 또한 몸을 움직이는 방법으로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무기력하다고 그저 나를 그런 상황에 방치하면 깊은 수렁에 빠진 듯, 더욱더 그 상황과 감정에 매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아본 적. 우리는 어쩌면 그런 기분에 속고 있을지 모른다. 그걸 깨어주는 게 바로 몸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플 때, 몸에 나빠도 좋은 재료로 만든 것들이 아닌 걸 알면서도 막 아무거나 쑤셔 넣고 싶을 때, 엄마도 멈추고 호흡을 가라앉히고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정말?" 그러나 뜻밖에도 눈물이 나오더구나. 아니, 내가 원한 건 그런 게 아니었어. 나는 내 나쁜 감정들과 느낌들(외로움, 소외감, 절망감, 상실감, 분노심 같은 것들)을 그런 것들로 얼른 위장하고 싶었던 거야. 그럴 때 몸은 오히려 비우기를 원했더라고. 좀 가만히 나와 함께 있고 싶어 했던 거더라고. 맑은 차를 마시며 천천히 혼자 생각을 가다듬어 자신의 나쁜 것들을 알아보고 정화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았지.

  위녕, 엄마가 말해준 먹거리는 네 "영혼의 집"인 육체의 원소야. 집을 사랑하는 사람이 집 안에 독극물이나 해로운 것을 들이지 않듯이 네 영혼의 집인 육체에도 좋은 것만을 주어야 한다.
- 딸이게 주는 레시피 中, 공지영



우리 몸은 집이다. 견고하고 튼튼한 집에서 우리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이런 내 몸을 그동안 방치하고 소홀히 대했는지도 모른다. 집을 사랑하는 사람이 집 안에 독극물을 이나 해로운 것을 들이지 않는다는 공지영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늘 우리 몸에게 좋은 것만을 주어야 한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또다시 나를 덮칠 것 같을 땐, 잠시 그런 마음은 접어두고 그냥 움직이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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