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바람이 50km/h였던 그곳
2023년 1월, 나는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지노와 환갑이 넘은 우리 엄마 은순 씨랑 캐나다행 비행기에 탔다. 그날의 초조함과 무서움은 지금도 눈에 선명하게 기억되어 있다. 비자는 받을 수 있을까. 내가 모든 걸 다 책임지고 살 수 있을까. 영어는 괜찮을까. 지노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간 곳은 바로 캐나다의 동쪽 끝, 노바스코샤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주에 속한 대부분의 캐나다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 울프빌이라는 동네였다. 평생을 도시에 살아온 건 아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도시에서 살아온 나에게 인구 4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시골 마을에 간다는 건 너무나 무서운 일이었다.
도착한 그곳은 정말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불던 곳이었다. 종종 날씨 어플로 날씨를 확인해 보면 한국에선 안 했던 바람을 항상 체크해야 했다. 겨울에는 기본 바람이 50km/h라고 떴다. 한국에선 태풍이나 불어야 그 정도인데 거긴 그게 기본 바람이었다. 몰아치는 바람에 넘어질 것 같아 산책을 나가지 못하고 눈이 많이 온 날엔 창문이 얼어붙고 학교는 휴교를 했다. 모자와 장갑은 이래서 쓰는구나 싶을 정도로 안 쓰면 귀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나자 사방에서는 이때다 싶을 정도로 꽃망울이 터졌다. 꽃으로 유명한 마을이 아니었음에도 그랬다. 한국에서 유명한 벚꽃길이며 유채꽃밭이며 핑크뮬리까지 모든 꽃밭을 섭렵한 나에게도 중구난방으로 곳곳에 꽃이 핀 것이 전부인 그곳은 꽃마을로 기억이 남아있다. 그런 아름다운 곳이 캐나다에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그 꽃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도 별을 헤아리듯이 그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 멜로디, 마나미, 빈센트 할아버지, 진 할머니, 크리스타 선생님, 로잔, 베스, 웬디, 브라이언 그리고 많은 한국인 언니들. 춥고 시리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준 것은 그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있어서 나의 캐나다 1년 살기는 수월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꾸준히 기록했는데, 어떤 분이 이런 댓글을 남기셨다.
"거기 동막골이에요? 왜 이렇게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운 곳의 이야기. 시작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