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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Mar 26. 2022

글쓰기 모임을 해산해야 할 때

글쓰기 모임 하는 법

[글쓰기 모임 하는 법]

13. 그래도, 결국 인큐베이터에서 나와 불특정 독자를 만나는 도전을 해야



어떤 분들은 글쓰기 모임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일주일에 세 개까지 참여하는 경우를 봤습니다. 거의 이틀에 한 편의 글을 써야 하는 겁니다. 또 다른 분은 하나의 글쓰기 모임을 이년 넘게 지속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그냥 6년을 쭉 다니면 될 텐데 굳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 입학으로 나눠서 하는 이유가 뭘까요? 한 분야에서 3년쯤 되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간주됩니다. 경력직 사원을 뽑을 때도 보통 3년 이상으로 제한을 합니다.  


모임이란 것도 비슷한 듯합니다. 어떤 시기가 되면 거기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일종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죠. 같이 가까이 있다 보면 알게 모르게 서로들 닮아갑니다. 글쓰기 모임도 그렇습니다. 보는 눈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매번 비슷한 피드백을 해서 서로에게 자극이 되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어쩌면 모임을 주도하는 한두 명이 쓰는 글쓰기를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으면서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가는 ‘동네 축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때가 옵니다. 아니면 너무 친해졌을 수도 있죠. 차마 싫은 소리를 못하게 될 정도로요.  


‘호락호락하다.’

만만하여 다루기 쉽다는 단어입니다. 글쓰기 모임이 호락호락해질 때,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글쓰기 모임에서 나와 각자의 글쓰기 공간을 새로 찾아야 합니다. 

글쓰기에 적합한 여러 플랫폼이 있습니다. 독자와 만나게 해주는 공간으로 대표적인 게 다음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브런치’ 사이트가 있습니다.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지만 자기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글과 자기소개, 앞으로 뭘 쓸 건지 계획을 신청해서 ‘승인’을 받으면 글을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궁극적으로는 출판 형태로 이어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콘텐츠 퍼블리싱’을 표방하는 플랫폼입니다. 


이런 장벽이 부담스러우면 익숙한 네이버 블로그 등을 활용하면 됩니다. 좀 더 자유스럽고, 사진 업로드나 형식 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글이 많습니다. 수익화를 염두에 둔 글쓰기를 하는 분들이 많이 올립니다.  


저는 글이 축적이 되면 책 출판을 목표로 두고 글을 쓰는 게 좋다고 추천드립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책을 목표로 쓰는 게 가장 집중이 잘 됐습니다. 40편 남짓의 에세이는 한 권의 책 분량이 나옵니다. A4 기준 70장 정도가 되면 됩니다. 그렇게 일정 수준 이상의 글이 축적이 되면 어떤 형태(전자책/독립출판)로든 책을 내는 걸 고려해 보는 게 좋습니다. 


책을 쓴다고 드라마틱하게 내 삶이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을 책으로 쓰면 독자를 만납니다. 독자를 만나는 건, 글을 쓰게 해 줍니다. 글을 쓰게 해는 ‘동력’을 어떻게든 찾아서 쓰면 됩니다. 


저는 처음에 글쓰기 모임이 일종의 인큐베이터라고 비유했습니다. 계속 인큐베이터에 머무르면 세상의 단맛 쓴맛을 못 봅니다. 이제 자가호흡이 가능하고 면역력이 확보되면 제 힘으로 나와야 합니다. 모임의 마지막을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작업으로 마치는 것도 좋습니다. 일종의 성과물을 직접 받아본다면 큰 기쁨이니까요. 이 글쓰기 만남을 기념하는 좋은 물성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마지막 모임에서는 자신에게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한 번씩 짚어보는 걸 추천하기도 합니다. 한 편의 글로 써도 되고, 각자 돌아가며 소감을 말해도 좋습니다. 그 기쁨을 나누고 함께 축복하는 시간입니다. 내가 쓴 글이 여러편 있다는 것, 그걸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는 꿈, 생각만 해도 멋진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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