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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Mar 26. 2022

온라인 글쓰기 모임, 추천합니다

글쓰기 모임 하는 법

글쓰기 모임 하는 법

12. 다시는 안 만날 사람들이니까 털어놓을 수 있는 글이 있다



같이 사는 사람에게도 하지 못한 말을 여행지에서 기차 건너편 자리 낯선 사람에게 툭 꺼내놓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랑이 싹트기도 하고요. 평생 가는 친구를 사귀게 되기도 합니다. 

저도 가끔 이렇게 글쓰기 모임에서 만난 인연들이 여행지에서 같은 열차 칸에 탄 사람들 같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은 서른을 맞아 파리 여행을 혼자 갔습니다. 숙박비를 아끼려고 여덟 명이 한 방에서 자는 한인 민박에 묵었습니다. 아마 일박에 2만 원대였던 것 같아요. 그때 만난 또래 여자 여행객 한 명과 센 강 유람선을 타면서 30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생을 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엔 서로 일정이 안 맞아 못 만났지만요……. 


글을 매개로 만난 인연도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순식간에 깊이 공감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사이니까요. 아주 친해지는 경우도 봤습니다. 저 역시 이 모임을 계기로 끝나고 친해진 인연도 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후줄근한 트레이닝복과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만나면 불편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 스쳐 지나가지만 깊이 있는 속마음을 털어놓는 관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오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코로나 역병의 시대를 맞아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모임을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오히려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같은 게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에 거부감이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사라진 듯합니다. 


현실적으로,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기 힘든 이들도 온라인 덕택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육아 때문에 멀리 외출하기 힘든 분들이 온라인으로 많이 모였습니다. 중간중간 아이가 끼어들어서 “엄마, 지금 뭐 해?” 라거나 엄마가 쓴 글을 옆에서 메아리처럼 따라 읽어서 웃음을 자아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역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해 보니 장점과 단점이 명확히 있습니다. 온라인 글쓰기 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구획이 평등하게 나뉜 모니터 안에서 모두가 마주 보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직접 만나서 교실이나 스터디룸에 앉아서 진행하는 것보다 더 편하게 말하게 됩니다. 영상 통화하듯이, 라디오 사연을 읽고 듣듯이, 사적인 공간을 채우는 배움의 시간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만약 자기 자리 뒤에 있거나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앉아서 얼굴을 볼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모두가 말하는 사람을 보고 있고,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의 표정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마주 보는 시간이 좋았어요.”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듣지 못했던 말을 온라인 모임으로 옮겨오면서 많이 듣습니다. 얼굴을 마주 보고 얘기하니까 조금 더 너그러운 피드백이 나옵니다. 얼굴 표정이나 스피커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 등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글쓰기 모임의 온도를 높여주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말에 이렇게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주는 경험이 부족한 시대니까요. 누가 쓰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주방 식탁에서 머리를 싸매고 쓴 글을, 모두가 힘들어하며 썼다는 걸 알기에 연대가 가능해집니다. 


아, 장점만 말했는데요. 온라인으로 만날 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모니터로 글을 읽게 되면 집중해서 읽기가 힘듭니다. 종이로 출력된 글을 읽으면 밑줄을 그을 수도 있고, 자신의 속도로 조금 조절해서 읽을 수 있지만, 모니터를 통해서 타인의 글을 읽으면 한 번에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 이건 제가 완전 종이책파라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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