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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Mar 26. 2022

글쓰기 모임의 시행착오들

글쓰기 모임 하는 법

글쓰기 모임 하는 법

11. 시행착오와 바뀐 진행 요령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모임의 인도자가 이론적인 부분을 가르치는 식으로 진행이 되기도 하고, 모두 다 같이 글을 써서 똑같이 피드백을 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돌아가면서 인도자 역할을 맡는 모임도 있습니다. 작법 강좌를 들었던 수강생끼리 종강 이후에 자발적으로 모여 서로의 글을 합평해주는 스터디 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한 글쓰기 모임은 북 토크에서 작가가 강연 질의응답 시간에 “여기에 모인 분들 중에서 진짜로 글을 써보고 싶은 분 손 번쩍 드세요!”라고 해서 손을 든 다섯 명이서 2년째 글쓰기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출간 경험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인도자 역할을 주로 하게 됩니다. 모임 초반에는 수업 형태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독자 중의 한 명으로서의 역할로 점점 녹아들어가는 것을 원합니다. 평등하게 합평하려고 하고, 제가 먼저 말해서 그 글의 피드백 방향을 결정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는 편입니다.   


처음 글쓰기 모임을 시작할 때는 글을 직접 고쳐줬습니다. 너무 좋은 글감을 충분히 잘 표현하지 못하는 걸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첨삭을 시작했습니다. 첨삭의 사전 정의는 ‘답안이나 글의 내용 일부를 덧붙이거나 삭제해 고침’입니다. 맞는 정답이란 게 있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지금은, 글 전체를 첨삭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고 있어요. 다만, 같은 문제로 답답해하는 분이 있다면 지극히 조심스럽게 사전 동의를 구한 다음, 같은 재료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도 요리할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하는 식으로 글을 고쳐 공유하기도 합니다. 좋은 소재의 글이 의미를 만나지 못했을 때나 개인에게서 여럿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글을 새롭게 써서 다 같이 읽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고, 제 상상력을 덧붙여 이 글감을 저라면 이런 식으로 쓸 것 같다고요. 아, 자주 하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새로 쓰는 것보다 타인의 글을 고쳐 쓰는 게 힘들기도 하고요. 스스로 고치지 않고 누군가 고친 글을 보면 결국엔 그 글은 고친 사람의 글일 뿐이더라고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진행과 관련해 초반의 시행착오 끝에 몇 가지 달라진 점도 있습니다. 


아이스브레이킹을 생략합니다. 처음에는 날씨 얘기, 한 주 동안 있었던 이야기들로 모임의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시간을 거의 두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아니면 한 편의 글로 발전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얘기하는 정도만 간단히 하고 맙니다. 모임의 정체성을 흐릴 수 있더라고요. 약간의 긴장감은 오히려 글쓰기 모임에 좋은 것 같습니다. 


말할 기회도 공평하게 나누려고 합니다. 처음에는 딱히 할 말이 없는 사람에게 말을 굳이 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그 뒤에, 뒤에..." 라고 하며 선생님이 차례로 시키는 것처럼 강압적으로 느껴져서요.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사람 의견에 대해 자신도 그렇게 느꼈다고 동의하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의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각각 다른 피드백을 내놓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말할 기회를 공평하게 나누는 법을 신경 쓰고 고민하는 편입니다.      


글쓰기 모임이 장기간 이어질 때는 매주 쓰는 방식으로 하면 포기할 수 있어서 적절한 쉼을 주면 좋습니다. 특히 명절이나 공휴일이 낀 징검다리 연휴가 있을 때에는 새로 글을 써오기보다는 책 한 권을 정해 다 같이 읽어보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독서 모임의 형태를 중간에 넣고 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다음번에 글을 써오는 식으로 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서로 함께 보는 그 글에는 개인 정보와 사생활이 담겨 있을 뿐 아니라 저작권을 지켜야 하는 창작물입니다. 그래서 모임 참가자가 쓴 글을 보관하는 형태에 허술함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모두가 동의하면 모임 앱 게시판이나 단체 채팅방에 파일을 올리고, 만약 유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하면 글을 프린트해서 읽어봅니다. 글이 담긴 파일을 남기지 않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글을 더 읽고 싶다고 하면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서 보내줍니다. 어쨌든 글을 공유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로 존중이 필요합니다. 내 글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삶이 담긴 글도 소중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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