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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Mar 26. 2022

선량한 모임에 나타나는 빌런들

글쓰기 모임 하는 법

[글쓰기 모임 하는 법]

10. 빌런은 어디에나 있으니까 



빌런 총량의 법칙을 들어보셨나요? 이 세상 어느 집단에 가도 나를 힘들게 하는 ‘악당’은 존재한다는 얘기를 재밌게 표현한 말입니다. 여길 피해 가도, 저기서 빌런을 만나는 상황이죠. 


글쓰기 모임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거니까요. 그래서 모임 자체를 꺼리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어떤 글쓰기 모임은 일부러 비용 부담을 일부러 높인다고 합니다. 그만큼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확인이 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고,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나 자신이 아는 썰을 풀기 위한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을 일차로 걸러준다고요. 노쇼 때문에 몇천 원이라도 참가비를 걷는 곳도 있습니다. 돈이 아까워서라도 의무감을 가지고 나오도록요.      

하지만 아무리 그런 필터링을 거친다고 해도, (여러분, 긴장하세요) 정말 지금 여러분 주위에 빌런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판에서 호구가 누군지 모르겠다면, 네가 바로 그 호구다!” 여러분이 빌런처럼 행동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 ‘빌런’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걸까요.      


1) 모두까기 파괴자, 타노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을 낮춰보며 한 수 가르치려 드는 유형입니다. 

모임 초반, 좋아하는 책의 한 구절을 엮어서 한 편의 글을 써보기로 한 시간이었습니다. 한 분이 국내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소설가의 원서를 가져와서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빌런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왜 이 책이 아직 번역이 안 됐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직접 번역한 문장들을 빠르게 읽어나갔습니다. 말릴 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지더군요.      


 

2) 형 토르를 질투하고 콤플렉스 범벅인, 로키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글을 ‘있어 보이게’ 포장하는 유형입니다. 

한 번은 합평을 하는데 굉장히 극적으로 여러 우연이 겹친 에피소드를 써온 분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몇 번 물어보니 사실은 이야기를 많이 과장했다고 실토했습니다.  픽션을 써온 게 나쁜 건 절대 아니죠. 그런데 자기 일처럼 꾸며서 글을 자극적으로 만드는 분들도 있습니다. 주목받고 싶어서요. 물론 그렇게 쓸 수도 있습니다. 글에 등장하는 누군가의 사생활이나 개인 정보롤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는 등장인물의 성별과 이름, 직업 같은 걸 바꾸기도 하고, 일부러 다르게 쓰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오로지 글 자체가 주목받고 튀기 위해서라면, 우리는 글쓰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보여주기식 글쓰기는 뭐하러 하나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3) 빌런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드는 빌런, 미스테리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감이 부족한 유형입니다. 

스파이더맨을 괴롭히는 미스테리오는 처음엔 어린 스파이더맨을 도와서 멘토 역할을 하며 히어로인 것처럼 앞서 싸우지만 나중에 홀로그램과 드론으로 레이저쇼를 벌여 교묘히 속였다는 게 드러나는 캐릭터입니다. 충분한 실력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정의심이 없습니다. 글쓰기 모임에서도 타인을 향한 존중감이 없다면 누구든지 빌런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세상에 인정받지 못해 모두를 응징하기로 한, 조커

정말 강력한 빌런은 이제부터입니다. 글쓰기 모임의 최강 빌런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휘젓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는 비판자 역할에 심취해 있는 빌런입니다. 이런 빌런은 대체로 자기 글을 써오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다른 사람의 글을 마치 평론가처럼 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이 작은 집단에서 자신이 권력을 쥐려고 하지만, 다른 모두의 반발을 사게 됩니다. 자칫하다간, 상자 안에 든 썩은 사과 하나가 점점 사과 전체를 썩게 만드는 것처럼 모임 자체를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좀처럼 쉽게 죽지 않는 게 빌런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히어로들은 도망치면 안 됩니다. 한번 피하더라도 언젠가 기어코 만나기 때문이죠. 자, 이 타이밍에 저와 글쓰기 모임을 함께했던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와... 저 최강빌런, 끝까지 살아남아서 이런 글까지 쓰고 있는 것 좀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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