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바이벌 가이드
여기 사람들은 운동하겠다고 작정할 때만 기꺼이 걷고, 다른 때는 최대한 걷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선호해. 일분이라도 더 빠르고,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게 이동하는 수단을 만드는 데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고 있지. 그런데 그거 알아? 서울 주요 도로의 차량 평균 속도는 말이 끄는 마차와 별반 차이가 없어. 말이 끄는 수레를 타던 시대에는 짐을 싣고 가는 게 시속 20킬로미터 정도였어. 지금 평일과 주말에 막히는 곳에서 차를 타고 가면 평균 속도는 시속 15킬로미터도 안 돼. 평일 저녁 퇴근길의 강남은 세 곳 중 한 곳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그러니, 지하철은 서울 생활의 상징이야. 어디든지 저렴한 가격에 이동할 수 있고, 거리의 제약이 좁혀지지.
다음은 평범한 한 직장인의 아침 풍경이야.
“평소엔 7시 45분이면 1호선에서 신도림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을 했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지하철이 막 떠난 뒤에 온 뒤에다가 사람들에 밀려서 두 번이나 놓쳤고. 위기다. 당연히 오늘도 바빠서 아침을 먹지 않았고,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아서 땀과 물기가 뒤섞여 두피가 축축하다. 그것 역시 기분좋지 않은 일이다. 겨우 탄 지하철 안은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에 꿉꿉하다. 회사에 빨리 가려면 열차 1번 칸에 타서 4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환승을 잘 못해서 맨 마지막 칸에 탔다. 인파를 헤치고 가야 한다.하아...”
직장인, 혹은 일교시 강의가 있는 대학생이 매일 아침마다 경험하는 일이야. 지옥도 적응이 되면 그 때부터는 지옥이 아닐까? 지옥철에서도 꼿꼿하게 선 채로 잠을 자는 숙련자들도 있으니까. 선잠을 자도 주변에서 죽부인처럼 균형을 잡게 버텨주고 있어. 손잡이나 봉을 잡고 있지 않아도 지하철이 서로 출발할 때 코어 힘으로 균형을 잡고 있기도 하지. 서로 다 조금씩 버티게 도와주고 있는 셈이야. 몸을 만질 순 없고, 신발의 끝 부분을 살짝 지지대 역할이 되기도 하고, 각도가 벌어지면 살짝 어깨에 닿아 그 반동으로 제자리로 설 수 있어. 지하철이 흔들리면 약간씩 몸을 흐름에 따라 그 방향으로 조금 움직이는 것이 좋아. 이어폰을 끼고 있으면 이 상황이 조금 분리가 되는 기분이 들거야. 언젠간 너도 적응이 돼서 흔들리는 침대처럼 느껴질 거야.
이 콩나물시루 안에서 무의미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생각하면서, 몇 번인가 고개를 숙이며 차량 안쪽으로 들어간다. 사람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몸을 잔뜩 수축시키고 눈을 감는다.
―쓰무라 기쿠코, 《설레는 일, 그런 거 없습니다》(알에이치코리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