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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켄 May 04. 2018

청춘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청춘예찬의 첫 문장이다.

고등학교 3학년 어느날 국어선생님께서 수업중에 교실문 앞에 서서 이 구절을 시작으로 청춘예찬을 거침없이 줄줄 외우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분명한 발음으로 당당하게 외워내시던 모습은 평범한 중년아저씨의 모습으로  보이던 선생님의 모습이 일순간 다른 모습으로 보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다 외우기엔 어려운 정도의 길이이기 때문에 도입부 정도를 낭독하셨는데 짧은 몇 줄을 듣고 뒷부분이 무척 궁금했었다.


그 당시 국어선생님의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쯤 됐던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내 마음과 같거나 비슷한 이유로 그 수필을 기억하고 외우고 계셨던 것일까. 국어선생님이기 때문에 가르친다는 목적만으로 그 수필을 외우고 있었던 것은 아닐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도 청춘이 뽐내는 아름다움, 패기와 용기 그리고 순수한 서투름들을 잃지 않고 간직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청춘이었을 때 알게된 오래된 그 수필을 기억하면서 수시로 되내이고 읇조리고 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지만, 청춘이라고 할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보니 청춘과 멀어질수록 그 수필이 주는 울림이 커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수필이 떠오르는 때가 외롭다거나 사는 것이 힘이 든다는 느낌이 들 때라는 공통점이 있다.

힘이 들때 떠오르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어떤 사람, 노래, 그리고 글, 그림 등 힘들 때에 떠오르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정말 너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것이 없다면 사람이 얼마나 외로울까.


글을 씀 민태원은 어땠을까. 그가 이 수필을 쓴 때가 삼십대 중반이다.  당시의 심상이 궁금해진다. 그는  행복하고 평안할 때 이 글을 썼을까?

어쩌면 삼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는 동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썼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을 겉으로만 봐서 알 수 없지 않는가. 강해보인다고 속까지 강하지 않을 수 있고 행복해 보인다고 속까지 행복할 것이라고 타인이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가장 불안한 시기의 마음을 웅변을 통해 스스로에게 동기와 용기를 주었을 수도 있다. 암울한 강점기의 청춘들을 계몽하기 위해서든 선동하기 위해서든 의도한 목적을 떠나서 그 글을 통해 가장 큰 용기와 깨달음을 얻은 이는 바로 민태원 자신이었을 것이다.

예술의 가장 큰 수혜자, 특히 정신적인 면에서 가장 위로를 받는 사람은 바로 창작자라는 것은 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나도 그렇다. 나의 흔들림과 불안함을 바로 세우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무엇인가 쓰고 무엇인가 그리고 싶다.

청춘은 어려움이 있어도 미래를 긍정한다. 두려움을 이겨낸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도 분명히 있을것이라 믿는다. 그 신념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청춘이다.


나에게 두려워 말라고 말한다. 아직 청춘이라 말한다.





'청춘예찬'이 인터넷 곳곳에 있는 것으로 봐서 저작권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 가져와서 포함시켜 본다.




청춘예찬


민태원(1894~1935)


청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 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이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 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 싶이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현저하게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한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실현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은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微妙)한 교향악(交響樂)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 가는 열락의 소리다.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다.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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